▲ 출처= 네이버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네이버가 지난 1일 유료 회원제 서비스 ‘네이버 플러스’를 선보인 가운데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서비스는 네이버가 제공하고 있는 음악, 영상, 웹툰 등 미디어 서비스 이용의 할인과 더불어 회원 한정으로 네이버 쇼핑 포인트를 더 많이 적립해주는 다양한 구성을 담았다. 이런 가운데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설계자' 본색을 드러냈다”는 의견과 “서비스의 내용을 볼 때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등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네이버만이 할 수 있는 

네이버는 자사 쇼핑채널과 연결된 판매자의 상품을 고객이 구매할 경우, 쇼핑 시 현금처럼 활용할 수 있는 ‘네이버 페이’를 고객에게 적립해준다. 실제로 네이버는 자사의 계정을 보유하고 있는 기존 일반회원들에게 기본적으로 구매금액의 1%를 페이로 적립해줬다. 이 포인트는 네이버와 연결된 다른 쇼핑에서 누적된 금액과 관계없이 즉시 할인도 받을 수 있는 등 편의를 제공함으로 많은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네이버 플러스는 페이 적립의 혜택을 월 회비 4900원을 납부하는 유료회원 한정으로 최대 5%까지 늘린 조건을 내걸었다. 가입 후 첫 달은 무료로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한 마케팅도 함께 전개됐다. 낮은 가격에 다양한 혜택을 담았다는 설명이다.  

네이버가 설명한 조건에 따르면 플러스 회원은 구매금액 20만원 이하에 대해서는 최대 5%(기본적립 1% + 회원적립 4%)인 1만원 상당의 네이버 페이로 적립할 수 있다. 20만원을 초과한 금액부터 200만원까지는 2%(기본적립 1% + 회원적립 1%)의 네이버 페이 적립이 적용된다. 

여기에 제휴카드 할인 등 부가조건이 적용되면 고객의 구매 할인율은 더 커진다. 정리하면 한 달에 20만원 이상 네이버 쇼핑의 판매자에게서 상품을 정기적으로 구매하는 고객이라면 4900원을 내고 1만원 이상의 할인 혜택을 계속 받는 것과 같다. 

네이버 플러스가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과 비교되는 가장 큰 부분이 있다. 바로 미디어 콘텐츠다. ‘디지털 라이프 팩’이라는 이름으로 제공되는 이 서비스는 네이버 플러스 회원들에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바이브’ 300회 듣기, 네이버 웹툰 유료 미리보기 이용권, 드라마/영화 콘텐츠 다시보기, 클라우드 100GB 제공 등의 혜택도 제공한다. 혜택의 내용들에서는 쇼핑 고객이 아니더라도 네이버의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하는 고객들을 회원으로 끌어들여 쇼핑 혜택까지 ‘맛보게’ 하려는 네이버의 의도가 잘 드러난다. 네이버이기에 가능한 서비스 구성이다. 

▲ 출처= 네이버

이커머스 측면에서 보면 의미심장한 포인트가 많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과거부터 검색 포털 점유율 1위의 절대 입지를 보유하고 있는 네이버의 이커머스 역량 확장을 경계해왔다. 실제로 지난 2014년에는 네이버에 입점한 국내 오픈마켓들의 반대로 네이버는 자사의 직접 이커머스 플랫폼 ‘샵엔’의 운영을 한 차례 철회한 전례도 있었다. 이후 네이버는 단호해졌다. 쇼핑 윈도, 스토어팜 등 중소상공인 상생을 표방하는 플랫폼으로 ‘간접적 이커머스’를 추구하는가 하면 다양한 물류 플랫폼과 연결을 추구하는 등으로 이커머스 역량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CJ대한통운과 네이버가 자사 상품전용 풀필먼트(물류 관리) 계약을 맺은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네이버는 이커머스 업체들에게 ‘플랫폼의 플랫폼’이다”라면서 “하루 수 천만 건에 이르는 쇼핑 관련 검색어를 통한 유입을 네이버는 자사의 확고한 수익구조와 연결시키려고 하고 있어 이는 네이버에 입점해 있는 이커머스 업체들에게 상당한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메인 디쉬가 ‘빈약한’ 뷔페

네이버가 나름 야심차게 선보인 이 정기회원 서비스에 대해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생각보다 별로”라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이커머스 측면을 강조했다하기엔 적립(혹은 할인)으로 고객이 얻는 혜택이 다른 곳에 비해 빈약하고, 콘텐츠를 강조했다하기엔 어딘가 모르게 혜택들을 ‘아낀 듯한’ 점들이 보인다는 의견이다. 

우선 지적되는 문제점은 쇼핑 부문의 ‘빈약한’ 혜택이다. 일반적으로 경쟁 이커머스 업체들의 유료회원제 서비스를 이용해 고객들이 정기적으로 구매하는 상품은 객단가가 높지 않은 생활필수품이다. 이를 고려하면 월 4900원의 회비로 회원들에게 ‘혜택’이 제공되기 시작하는 구매 금액이 10만원 이상이라는 것은 고객들에게 큰 효용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판매되는 모든 상품에 적용되는 것이 아닌 네이버 페이 제휴 상품으로 적립 혜택이 한정된다는 점 또한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제는 이커머스 회원제 서비스에서 기본 옵션으로 여겨지고 있는 배송 관련 서비스가 없다는 점은 경쟁 업체들과 가장 확실하게 비교가 되고 있다.

▲ 출처= 네이버

미디어 부문의 혜택에서도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5가지 중 4가지로 선택할 수 있는 폭은 넓지만 이용자들이 확 끌릴 만큼 강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음원 사이트에서 많은 회원들이 무제한 감상과 다른 혜택이 더해진 패키지를 기본으로 사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300회 스트리밍의 매력은 크지 않다. 

진짜유통연구소 박성의 소장은 “네이버를 통해 판매되는 모든 상품이 아닌 네이버 페이 제휴상품으로 혜택이 한정된다는 것은 문제점”이라면서 “예를 들어 네이버에 입점한 다른 이커머스 업체의 상품이 10만원에 판매되면서 배송관련 부가서비스도 제공하는데 네이버 페이와 제휴된 상품이 10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고 하면, 고객들에게는 애써 별도의 돈을 들여가면서 네이버 플러스를 사용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보여주는 일련의 행보가 장기적으로 각 업체의 비즈니스에는 위협이 될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더 실리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네이버 플러스는 어디까지나 프로토 타입으로 ‘시범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서비스가 개선될 추후의 모델은 분명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에게 충분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관점이다. 

네이버가 이커머스를 넘어 전체 플랫폼의 락인을 노리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결국 네이버가 보여주는 콘텐츠 스펙트럼이 이커머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네이버가 보유한 모든 콘텐츠로의 확장 행보에도 시선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