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가 평택캠퍼스 2라인에 8조원을 투입,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투자를 단행한다고 1일 밝혔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업황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나온 강력한 투자 본능이다. 나아가 삼성전자의 반도체 로드맵 전반의 의미있는 변화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 평택캠퍼스 P2라인. 출처=삼성전자

키워드 하나, 낸드플래시

삼성전자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D램에 대한 확고한 시장 주도권을 가진 상태에서 낸드플래시에 대한 적극적인 가능성 타진에도 나서 눈길을 끈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분기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45억달러(약 5조5700억원) 매출을 올려 1위를 달리고 있다. 1분기 글로벌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은 136억달러로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8.3% 상승하는 등, D램과 비교해 다소 긍정적인 시장 팽창을 보여주는 중이다. 여세를 몰아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2라인 생산라인 구축을 통해 낸드플래시 시장의 확실한 패권을 잡겠다는 각오다.

삼성전자는 5월 평택 2라인에 낸드플래시 생산을 위한 클린룸 공사에 착수했으며, 2021년 하반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AI, IoT 등 4차 산업혁명 도래와 5G 보급에 따른 중장기 낸드수요 확대에 대응하는 한편 코로나19로 트렌드가 된 비대면 시대를 맞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5년 조성된 평택캠퍼스는 삼성전자의 차세대 메모리 전초기지로서 세계 최대규모의 생산라인 2개가 건설됐다. 이번 투자로 증설된 라인에서는 삼성전자의 최첨단 V낸드 제품이 양산될 예정이다. 지난해 7월 업계 최초로 6세대(1xx단) V낸드 제품을 양산하는 초기술 격차를 보여주고 있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 최철 부사장은 "이번 투자는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메모리 초격차를 더욱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최고의 제품으로 고객 수요에 차질없이 대응함으로써 국가경제와 글로벌 IT산업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 중국을 방문한 이재용 부회장. 출처=삼성전자

키워드 둘, 중국과의 연결고리

삼성전자의 평택캠퍼스 2라인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구축을 두고 업계에서는 중국 거점과의 유기적인 연결고리에도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에는 화성과 평택, 해외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달 18일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박학규 DS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 황득규 중국삼성 사장 등과 함께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전격 방문했다.

현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된다"는 출사표를 던지는 한편 직후 증설 인력 300명을 추가로 파견하며 반도체 굴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최근 홍콩 국가보안법을 매개로 미중 갈등이 폭발하는 가운데, 이 부회장이 중국의 낸드플래시 생산 거점인 시안 반도체 공장에 방문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묘하다’는 반응이 나온 바 있다. 미국의 압박으로 대만의 TSMC가 미국 공장 건설에 나서는 등 ‘편 가르기’가 심화된 가운데 삼성전자가 미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중국과의 연결고리 강화에 나서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특히 이 부회장이 방문한 시안 반도체 공장은 지난해 11월 리커창 중국 총리가 파격적으로 방문한 곳이기도 하다.

결국 중국과 삼성의 강력한 연대 증거가 낸드플래시라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가 1일 발표한 평택캠퍼스 2라인 생산라인 건설은 또 다른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다. 중국 반도체 업계에 밝은 관계자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D램은 물론 낸드플래시에서 특히 확고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싶어한다”면서 “이 부회장의 중국 낸드플래시 생산거점 방문과 이번 평택캠퍼스 생산거점 확립은 중국과의 연대가 강한 낸드플래시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는 앞으로의 삼성전자가 보여줄 반도체 전략의 핵심이 될 것”이라 말했다.

키워드 셋, 광폭행보

코로나19로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이재용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전자 반도체 로드맵은 그 보폭을 더욱 넓히는 분위기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지난달 6일 대국민 사과를 한 후 13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의 전격적으로 만났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과 현대차 임원들은 충남 천안 성성동에 위치한 삼성SDI 공장을 방문해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인 전고체 전지 기술에 대한 설명을 청취했으며, 이 자리에는 이재용 부회장도 함께 했다.

이어 중국 출장을 다녀온 상태에서 삼성전자는 EUV(Extreme Ultra Violet, 극자외선) 기반 최첨단 제품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도 평택캠퍼스에 파운드리 생산 시설을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를 오가는 전체 반도체 시장에 대한 의욕적인 행보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현재의 먹거리인 메모리 반도체는 물론 미래의 먹거리인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에 집중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은 물론 삼성전자의 광폭행보는 계속되는 분위기다. 그 연장선에서 낸드플래시 거점 사업까지 가동되며 ‘위기에도 굴하지 않는’ 삼성 반도체 DNA의 초기술 격차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