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지현 기자] 린나이코리아(이하 린나이)가 사면초가에 내몰린 모습이다. 가스레인지, 가스보일러 대명사로 불리며 한때 보일러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할만큼 승승장구했지만,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린나이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 8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2018년에는 영업활동을 통해 145억원의 현금을 벌어들였으나 당기순손실이 크게 발생하면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린나이의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지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회사가 주요 사업활동을 하면서 벌어들인 현금을 뜻하는 말이다. 회사의 현금 창출력과 유동성 상황을 판단하는 지표로 영업이익보다 더 유용하게 활용되며, 지속적으로 흐름이 감소하면 이 회사 현금유입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린나이는 최근 5년간 영업활동현금흐름도 계속 감소하는 중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변동(운전자본변동)에서 약 148억원이 마이너스로 나타나 영업현금흐름 유입을 대폭 상쇄했다.

46년 韓 가스기기 선도기업 린나이, 영업활동 '쉽지 않네~'

린나이는 가정용, 산업용, 공업용 가스기구 및 부품 등 제조·판매를 주사업으로, 지난 1974년 1월 설립됐다. 국내에서의 사업 초기 일본 린나이와 합작사 형태로 설립됐지만, 2009년 강성모 전 린나이 회장이 보유지분 49%를 일본 본사에 매각하면서 일본계 회사가 됐다. 현재 린나이 지분은 일본 린나이가 97.7%, 린나이홀딩스가 2.3% 보유하고 있다.

 

가스레인지로 시작된 린나이는 설립 이후 가스보일러, 온수기 업소용 주방기구까지 영역을 넓혔다. 국내 최고 가스기기 기업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며, 한때 국내 가스레인지 시장 1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2016년 주력이던 가스레인지 사업에서 SK매직에 밀려난 후 건설경기 위축과 시장 경쟁 심화에 보일러 사업에서도 내리막 길을 걷는 중이다.

최근 5년간만 놓고 봐도 린나이 수익성 감소는 심각한 수준이다. 2015년과 2016년 124억원 수준이던 영업이익은 이듬해 절반으로 줄었고, 2018년 한자리수까지 고꾸라졌다가 지난해 결국 적자전환했다. 이 영향에 당기순이익마저 73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일각에서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NONO 재팬' 영향이란 시선이다. 그러나 최근 5년간 영업이익률이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근본적인 운영문제 때문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린나이 영업이익률은 2015년 3.65%에서 2017년 2.04%로 줄었고 2018년엔 0.22%까지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연구비 투자 역시 반토막이 나면서 기술개발과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낮아지는 현금 유동성, 비용 축소 고육지책으로 부진 성적 만회중?

문제는 현금 유동성이다. 현재 린나이는 매출채권회전율이 매년 줄고 있다. 매출채권회전율은 높을수록 매출채권이 현금으로 바뀌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린나이 매출채권은 지난 2015년 266억원에서 지난해 290억원으로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매출채권회전률이 12.78에서 지난해 10.74로 둔화됐다.

 

이로 인해 연간 매출채권회수기간은 2015년 28.56일에서 지난해 33.99일로 확대됐다. 매출채권이 제대로 회수되지 않으면 현금흐름이 막혀 자금압박에 시달리고, 경기가 좋지 않을때 대금을 떼일 염려도 커진다.

1년 이내에 현금화 할수 있는 자산은 2018년 1028억원에서 지난해 869억원으로 약 160억원 가량,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120억원 줄었다.  

그나마 재고자산이 줄고 있다는 점은 위안꺼리다. 린나이는 매년 창고에 재고를 쌓지않고 선수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현금유동성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외상결재(매입채무)도 크게 확대하지 않으면서 재무 건전성도 고려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지난해 종업원들에게 지급한 급여가 전년보다 100억원 가까이 줄었다. 린나이가 퇴직위로금으로 인식한 금액은 89억원으로, 이로인해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내 퇴직금 지급이 2018년 24억원에서 106억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결과적으로 근본적인 사업을 통한 수익성 확보에 부침을 느끼면서 대규모 구조조정과 연구비 등의 비용을 줄이는 고육지책으로 국내 사업을 영위하는 것 아니냔 관측이 제기된다.

모회사 린나이코퍼레이션 부진 해외 자회사 멍에 쓴 '린나이코리아' 

수년째 답보상태인 자회사 린나이플러스도 골칫거리다. 린나이플러스는 가정용 전기, 전자, 가스기기 및 부품 판매하는 기업으로, 2008년 설립된 린나이의 100% 자회사다. 린나이플러스는 지난해 매출이 25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480억원)보다 4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째 당기순손실이 지속되면서 지난해 말 기준 순자산은 -60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린나이코리아는 올해 초 발표된 모회사 일본 린나이코퍼레이션 실적 공시에서 저조한 실적을 낸 해외 자회사 중 한 곳으로 이름을 올렸다.

린나이코퍼레이션은 연결 재무제표 공시 자료를 통해 "(린나이코리아는) 경기침체 영향에 따른 시장축소와 경쟁심화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었다"며 "영업비용으로 조기퇴직 비용 8억4400만엔(31일 엔원화 기준 97억4000여만원)이 (린나이코퍼레이션) 연결재무재표에 특별손실로 반영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