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 A와 B의 쌍방과실 차대차 사고로 A의 차량이 파손돼 수리비가 발생했는데, A는 자신의 자차보험으로 수리비를 선처리한 후 구상을 통해 정산하기로 했다. A는 자신이 가입한 X보험사 자동차종합보험의 자차보험 및 자기부담금 약정에 따라 수리비 400만 원 중 350만 원을 보상받고 자기부담금 50만 원은 스스로 부담했다. X(원고)는 B가 가입한 자동차종합보험의 보험사인 Y(피고)를 상대로 보험자대위(보험사고로 인한 손해비용을 지급한 경우, 지급한 금액 범위 내에서 권리를 취득하는 것)에 근거해 350만 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쌍방과실 차대차 사고로 차량이 손상됐을 경우, 본인의 자기차량손해(이하 자차) 보험으로 선처리하면 자기부담금이 발생한다. 이때 자기부담금 상당액을 상대방 보험사로부터 반환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자차보험 자기부담금 환급 문제는 법리적인 측면뿐 아니라 전체 보험단체의 이익 및 자동차보험제도의 건전한 운영, 자동차보험의 보험료가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충분히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31일 발간한 '자차보험 자기부담금 환급의 쟁점' 보고서를 통해 "자차보험의 기능, 자기부담금 약정의 취지, 보험료 산출의 전제사실, 당사자의 의사 등을 고려할 때 자차보험의 자기부담금은 상대방 또는 상대방 보험사에 청구할 수 있는 ‘남은 손해액’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우선 위 사례에 대해 법원은 A와 B의 과실비율을 15:85로 정해 B(Y)의 손해배상책임액을 340만 원으로 산정한 후, 그 중 자기부담금 50만 원 상당액을 공제한 290만 원만 X에게 지급하도록 했다.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를 때 X의 보험자대위권은 피해자(A)의 남은 손해액(자기부담금 50만 원)과 가해자(B)의 손해배상책임액(340만 원)의 차액(290만 원)에 대해서만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황 연구위원은 "A가 부담한 자기부담금 50만 원을 대법원 판결의 ‘남은 손해액’으로 보아 A가 상대방 보험회사로부터 이를 지급받도록 하는 것이 타당한지가 쟁점"이라고 진단했다.

황 연구위원은 "자차보험도 화재보험과 같은 손해보험이라는 점 및 자기부담금은 보험으로 보상되지 않는 금액이라는 점에서, 자차보험 자기부담금이 이 판결에서 말하는 ‘남은 손해액’이라고 볼 수도 있다"며 "그러나 자차보험은 상대방의 대물배상보험과의 관계 속에서 그 기능과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는 점, 자기부담금은 피보험자가 이를 스스로 부담하기로 특별히 약정한 것이라는 점 등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차부담금을 환급해야 한다고 볼 경우, 동일한 사고에 대해 자차보험으로 선처리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최종 손해 분담의 결과가 달라지게 된다. 선처리를 한 경우 선처리를 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 X의 최종 손해 분담이 자기부담금 금액만큼 증가하게 되기 때문이다.

황 연구위원은 "자차보험 선처리는 피보험자의 편의를 위한 것일 뿐 선처리 여부에 따라 책임의 성격이나 범위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선처리로 인해 자차보험 보험사의 책임이 가중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차보험 자기부담금 환급 문제는 특정 보험계약자와 보험회사의 관계 측면뿐 아니라 전체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부담 및 자동차보험의 도덕적 해이에 미치는 영향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자차보험 자기부담금을 환급해야 한다고 볼 경우 자기부담금 약정이 무의미해지고, 보험료 인상 등 보험계약자 전체에 불이익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며 "기 발생한 자차보험 자기부담금을 환급할 것인지 여부 및 향후 자차보험 자기부담금 약정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를 결정함에 있어 이러한 점들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