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신진영 기자] 지난해 말부터 서울과 수도권을 향한 부동산 규제에 지쳐 있던 투자 수요가 대거 남하하기 시작했다. 특히, 정부가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유치 건립 지역으로 충북 청주 오창읍을 선정하면서, 이미 들썩이고 있던 시장에 기름을 부었다. 문제는 '거품' 우려다. 전문가들은 개발 호재는 장기적으로 추적 관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연이은 부동산 규제, '갭투자자'는 남하를 선택했다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 매매변동률을 보면, 청주시는 2015년 8월부터 사실상 하락장을 지속했다. 세종시 출범 이후, 청주시는 인구가 지속적으로 빠져나가 '빨대 현상'에 시달렸다. '빨대 현상(효과)'이란 주변 중소도시의 인구나 경제력을 흡수하는 대도시 집중 현상을 말한다. 

아무 호재가 없는 청주가 상승 전환이 된 건 지난해부터다. 한 공인중개업자는 "2·20대책 이후 갭투자자들이 남하했다"고 설명했다. 청주 봉명동 공인중개업자도 "지난해 말부터 서울과 대전, 부산 등 투자자들이 왔다"고 덧붙였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청주 아파트 매매변동률은 5년 간 하락장에서 10월 21일 기준 0.07%로 반짝 상승 전환됐다. 본격적인 상승 모양새를 보인건 12월부터다. 0.08%(12.16)로 상승 전환이 이뤄졌고, 올해 1월부터는 꾸준한 상승을 이어갔다. 

그러다 정부의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유치 지역에 충북 청주시 오창읍이 선정되고 나서 청주 전체가 달아 올랐다. 오창읍 인근 공인중개업자들은 "발표 직후, 3000만~4000만원은 훌쩍 올랐다"고 시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청주시 매매변동률은 0.11%(5.4)에서 0.60%(5.18)로 치솟았다. 

▲ 출처 = 한국감정원

"문의는 계속 오지만 투자할 것들은 다 빠져 나갔다" - 복대동 D 공인중개업소  

한국감정원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신영지웰시티 1차' 전용 99.126㎡는 지난해 11월 1일 3억9500만원(16층)에 매매거래가 됐다. 2일에는 3억2000만원(8층)에 전세거래가 돼 매매와 전세가 차이가 7500만원이다. 

'갭투자'는 최대 1억원 투자금을 벗어나지 않는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B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서울이어도 2억~3억원 이내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갭투자자가 몰린 경기도 오산과 병점 공인중개업소에서도 "1억원이 넘으면 갭투자가 힘들어졌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18일 '신영지웰시티 1차' 전용 99.126㎡는 5억3000만원(41층)에 실거래가를 경신했다. 반면 전세는 3억3000만원(5층) 거래됐다. 반년도 안돼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2억원이 벌어졌다. 복대동 A 공인중개업소는 "전세가 껴 있는 물건을 사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진 않는다"며 "서울이나 대전 쪽에서 투자 목적으로 찾고 있는데, 그쪽(서울·대전) 시세와 비교했을 때 아직 '헐값'으로 본다"고 했다. 


경제적 파급효과 7조원에 달하는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부동산 시장에서 '인구 유입 활성화'는 큰 호재로 여겨진다. 인구 유입이 가속화되면서 지역이 활성화되고, 오가는 사람이 많으면 상권과 거주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과학산업계에 따르면, 오창읍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유치만으로 생산유발 효과는 6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관련 산업계에서는 부가가치는 2조4000억원, 방사광 가속기 관련 일자리 창출 효과도 13만7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기정통부와 충청북도, 청주시는 가까운 시일 내 구체적인 지원 조건과 사업 추진 방향을 담은 양해각서를 마련하고, 이후 상호 업무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청주시에 따르면, 방사광 가속기 유치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사업이 추진되면 2022년 이전에 구축에 착수할 예정으로, 늦어도 2028년에는 운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추진하는 초대형 개발 사업인 만큼, 투자자들의 시선도 쏠릴 수밖에 없었다. 


"이미 살 사람은 샀다", 전문가 "거품 우려" 


다만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청주에 투자하기 늦었다"는 의견도 속출하고 있다. 이미 갭투자자들이 남하해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커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역시 순식간에 몰린 투자 수요는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충북 청주는 비규제지역이라 투자수요들이 비규제와 개발 호재 있는 지역으로 유입된 것이다"며 "투자수요들이 가격을 올려 집값이 크게 오르는데, 나중에 수요가 빠지면 가격도 하락한다"고 설명했다. 

여 수석연구원은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유치로 직주근접 수요가 몰릴 것이다"며 "지역 경기 활성화가 되면 주택 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처럼 빠르게 가격이 올라 분양이 너무 활황을 보이면 거품도 상당히 우려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시장 내 유동성이 많아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청주 방사광 가속기 사업은 워낙 크고 개발 자체에도 어느정도 수요가 있다"면서도 "개발이 진행되고나서 일이지, 현재는 그렇게까지 호재가 될 지는 애매하다"고 평가했다. 

심 교수는 "충북 청주시가 방사광 가속기 유치로 집값이 크게 오르는 상황은 시장에 유동성이 너무 많이 풀려 나타난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