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도입된 비대면 분양방식을 도입한 청약단지들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이같은 흥행에는 청약 시장으로 이동한 투자수요 외에, 비대면 분양 역시 유효한 마케팅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총회부터 정당계약까지 ‘드라이브 스루’로 해결


K-방역을 상징하는 ‘드라이브 스루’는 대형 분양현장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다. 처음에는 총회 연기로 사업성에 타격을 받게 된 일부 사업장이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방식이었지만, 현재는 대형 건설사 등도 적극 도입해 방역 효과 도모는 물론 마케팅 요소로도 적극 활용 중이다. 총회 일정뿐만 아니라 모델하우스 집객, 나아가 정당계약까지 '드라이브 스루' 방식이 도입됐다.

정비사업장에서 '드라이브 스루'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곳은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였다.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은 지난 4월 28일 관리처분변경을 위해 드라이브 스루 형식의 총회를 가졌다. 단지 인근 부동산 업자에 의하면 이날 드라이브 스루 총회에 참여한 관련 인원만 1400~1500여명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이하 도정법) 제45조 6항에 따라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및 변경을 의결하는 총회에는 조합원의 100분의 20 이상이 참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클린업시스템에 의하면 해당 단지의 조합원만 5133명이다.

해당 총회에는 유튜브를 통한 중계와 함께 방역복을 입은 안내원들이 나눠준 투표용지를 차에서 회수하는 등의 절차가 이어졌다는 것이 해당 총회를 지켜본 이의 설명이다.

대형 건설사들도 정비사업장에서 시작된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분양 현장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달 4일 현대건설은 대구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도원 센트럴’의 정당 계약을 드라이브스루로 체결했다. 해당 단지는 지난 달 16일 1순위 청약에서 27.98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정당 계약을 체결할 청약자들이 대면이 아닌 유선을 통해 계약서 내용을 고지받고 사전 작성된 계약서를 작성하는 형식이다.

▲ 드라이브스루를 통한 견본주택 집객을 시도하는 한 건설사.

'드라이브 스루'는 총회와 계약 이외에 분양 마케팅에서도 활용된다. 포스코건설은 이달 29일까지 드라이브 스루를 활용한 견본주택 집객을 실시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차량을 타고 견본주택을 방문한 내방객에게 청약 안내 책자와 전화상담 예약을 위한 쿠폰(선착순 한정) 등을 제공한다. 쿠폰을 수령받은 내방객은 전화예약을 통해 전문상담사와 분양과 관련한 상담이 가능하다.


드론·AI·플랫폼·VR...신기술 총 집합의 場


사이버 모델하우스에서 시작된 비대면 분양 홍보방식도 점차 복잡하고 다채로워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광주광역시 문흥동에 들어서는 ‘더샵 광주포레스트’의 경우 드론을 이용한 촬영과 고급 촬영 장비를 도입한 고화질 영상을 분양에 활용하고 있다. 특수카메라로 모형을 촬영해 실제 완공단지처럼 보이는 효과를 연출한다.

현대건설은 인공지능(AI)을 통한 분양상담 문의가 가능하도록 챗봇(채팅 로봇)을 도입했다. ‘힐스테이트 동인 센트럴’ 분양현장에 처음 도입된 해당 기능을 통해 청약 희망자는 단지 기본정보와 편의 시스템, 교통 시설 등의 간단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현대건설은 해당 기술을 도입한 두 가지 이유로 분양 마케팅의 변화와 주택 소비층의 온라인 정보 습득 능력 향상을 든다.

대부분의 대형건설사들이 시도 중인 유튜브를 통한 생중계 역시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일부 건설사들은 트로트 가수나 공중파 인기 아나운서 등을 영입해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까지 도입하면서 청약 단지에 관한 홍보에 나서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공간적 제약 없이 더욱 세밀하고 촘촘한 홍보와 정보 제공이 가능해졌다”며 “건설사들도 실시간으로 인원 증감여부를 파악해 어느 부분에서 청약자들이 호응을 보이는지 확인할 수 있다.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라고 답했다.

건설사들과 분양대행사들이 적극적으로 비대면에 기반한 새로운 마케팅 방식을 도입하는 이유는 분양시장의 소비자라고 할 수 있는 주택·청약 수요자들의 선호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부동산플랫폼 직방이 지난달 13일과 15일 아파트 청약계획이 있는 예비수요자들을 대상으로 사이버·모바일 모델하우스에 대한 이용의사와 선호여부를 분석한 결과, 응답자 4168명 중 92%에 해당하는 3825명이 이용의사가 있다고 대답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계에서도 비대면 분양을 통한 실적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인식했다”며 “코로나19 상황뿐만 아니라 향후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어도 분양 시장 등에서 비대면을 통한 마케팅과 관련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