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8일 부천 쿠팡 신선물류센터(제2공장)에 대해 2주간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해당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속출하는 한편 지난 23일 물류센터 근무자의 자녀까지 감염되는 가운데 내려진 초강수입니다.

새벽배송으로 유명한 마켓컬리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서울 장지동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가운데 김슬아 대표는 27일 고객들에게 발송한 안내문을 통해 “재고 중 방역이 불가능한 상품을 전량 폐기하고, 센터 운영을 재개할 때까지 상온 상품 판매를 중단하겠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국내 이커머스의 샛별이자 물류의 가능성까지 적극적으로 타진하던 두 이커머스 기업의 최근 상황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모두가 찬사를 보냈던 화려한 기업의 이면에 가려진 짙은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모두가 환호하던 K-이커머스

코로나19 사태 초기, 외신은 한국을 주목했습니다. 방역당국의 단호한 대처와 국민들의 높은 시민의식에 찬사를 보내며 모범적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해가는 한국을 롤모델로 삼았습니다.

K-이커머스 열풍도 불었습니다. 미국과 호주 및 유럽 등 각 지역에서 생필품 사재기가 시작되는 한편 이 과정에서 사람이 목숨을 잃는 참사까지 벌어졌지만 ‘왜 한국에서는 이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나왔고, 그 대답으로 높은 시민의식과 함께 국내의 강력한 이커머스 경쟁력이 선명하게 부각됐기 때문입니다.

한국인들은 굳이 마트로 돌격해 생필품을 구매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왜? 스마트폰 버튼 조작 한 번이면 쿠팡 아저씨가(쿠팡맨)이 신속하게 생필품을 배달해주고 마켓컬리의 새벽배송이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입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비대면 트렌드가 확산되며 이커머스가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한 셈입니다. 여세를 몰아 K-이커머스는 승승장구했습니다. 롯데멤버스가 업종별 코로나19 영향을 조사한 결과 이커머스의 경우 2018년 3월 21.1%, 2019년 3월 23.7%에 그쳤으나 올해 3월에는 무려 26.8%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하기도 했습니다.

빛의 아래에는 그림자가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부상하던 K-이커머스. 이를 상징하는 쿠팡과 마켓컬리. 이들은 다른 이커머스 플레이와 비교해 강력한 유통망을 가지고 있으며 이른바 물류센터로 통칭되는 오프라인 거점까지 가동시키는 대형 플레이어들입니다. 큰 틀에서 코로나19 이후 쿠팡과 마켓컬리는 승승장구할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예정된 사건은 벌어졌고, 코로나19는 당연하다는 듯 쿠팡과 마켓컬리의 물류센터로 스며들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쿠팡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의혹까지 받는 실정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끊임없이 자문해야 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트렌드를 장황하게 말하던 우리는, 과연 이 사건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가.

아닙니다. 우리는 K-이커머스의 존재감을 자랑스러워하면서 애써 그 아래의 그림자에서 묵묵히 일하는 노동자들을 외면했습니다. 밀폐된 물류창고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따위는’ 사치품으로 전락해 버린 노동자들이 코로나19의 위기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심지어 문제의식도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저 K-이커머스에 쏟아지는 외부의 환호에 취해 당연한 듯 이커머스의 샛별들이 보장해주는 편안함에 흐뭇하게 웃었을 뿐입니다.

위험은, 약자로부터 시작된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우리는 새삼 부익부 빈익빈을 목격합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의 감염위험을 알면서도 생업을 위해 일터에 나갔지만, 그럴 필요가 없는 부자들은 안전한 곳에서 본인만의 왕국을 누렸습니다. 위험은 약자로부터 시작되고, 이는 지금까지 인류가 걸어온 역사에도 오롯이 새겨져 있습니다.

쿠팡과 마켓컬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감염의 위험을 알면서도 이기적인 마음으로 클럽에 찾아가 몸을 흔들어 댄 미숙아들이나 광신의 무리들과는 다르게, 감염의 위험을 알면서도 생업을 위해 일을 멈출 수 없었던 노동자이자 우리의 이웃이며 사람입니다. 그런 그들이 화려한 K-이커머스의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다 약자로부터 시작된 위험에 젖어들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이번 사태를 단순히 집단감염증세의 한 사례로 치부해 간단하게 넘어가지 말아야 할 이유입니다. 특히 플랫폼 비즈니스가 각광받으며 O2O 전략이 대중화되며 많은 긱 이코노미 노동자들이 양산되는 현재라면, 더욱 세밀하고 깊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쿠팡과 마켓컬리는 다소 늦었지만 진정성있는 접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손실을 감수하고 구성원들의 안전을 위한 입체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중입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합니다. 찬란한 ICT 기술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며 유통과 물류의 전방위적 혁신을 끌어내는 지금, 우리는 과연 사람으로서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커머스의 역습을 맞이한 우리가 반드시 고민해야 하는 지점입니다.

*IT여담은 취재 도중 알게되는 소소한 내용을 편안하게 공유하는 곳입니다. 당장의 기사성보다 주변부, 나름의 의미가 있는 지점에서 독자와 함께 고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