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외관.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현대백화점이 화장품 원료 생산기업 SK바이오랜드 인수를 추진한다. 지난 11일 화장품 제조사 '클린젠'을 인수한 데 이은 두 번째 행보다. 새 먹거리로 낙점한 면세점에 이어 화장품 사업에 집중하며 제조·유통 기업으로의 전환에 나선다.

28일 유통업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백화점그룹은 화장품 및 의약품 원료 제조 자회사 SK바이오랜드 인수를 추진중이다. 인수 대상은 SKC가 보유한 지분(27.9%) 전량이다.

SK바이오랜드는 국내 천연화장품 원료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중인 기업이다. 1995년 바이오랜드로 설립됐고, 지난 2014년 SKC가 인수하면서 SK그룹의 손자회사로 편입됐다.

이번 인수는 현대백화점그룹이 화장품 사업 진출을 밝힌 이후 이뤄진 두 번째 행보다. 지난 11일 현대백화점그룹은 패션전문기업 한섬을 통해 '클린젠 코스메슈티칼' 지분 51%(약 100억원) 인수 사실을 밝혔다. 클린젠은 미백·주름·탄력 개선 효과가 있는 기능성 화장품 개발 노하우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 한섬BI

최근 1개월간 두 번의 화장품 기업 투자 이슈가 일어나면서 현대백화점그룹이 추진중인 신사업 청사진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기능성 화장품 제조사(클린젠) 인수에 이어 천연원료 제조사를 인수, 사업간 시너지 효과 강화를 노릴 수 있게 된 것, 신세계인터내셔날, LF, 코오롱FnC 등의 패션기업이 진출한 뷰티시장에 현대백화점도 가세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21년 초 첫 스킨케어 브랜드를 론칭하고, 이후 색조 화장품 및 향수 제품군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론칭되는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는 백화점, 아울렛 등 그룹 유통 채널을 통해 판매된다.

신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면세점과의 시너지 강화도 기대할 수 있다. 면세점 주요 품목인 화장품 부문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의류중심 사업 체계를 뷰티 분야로 다각화 할 수 있는 기회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백화점과 아울렛, 면세점 등 판매 채널이 확보된 만큼 좋은 품질의 제품이 생산된다면 브랜드가 자리 잡는 과정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한섬이 지닌 패션 부문 역량과의 시너지를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오린아 애널리스트는 "화장품 사업은 채널보다는 브랜드 빌딩이 매우 중요하다"라며 "2016년 롯데백화점이 런칭했던 PB 화장품 엘앤코스가 2년만에 사업을 중단했던 것을 보았을 때 향후 전략을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신세계의 경우 신세계인터내셔날이 2012년 비디비치를 인수하며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사업 부문이 흑자로 돌아서는 데 5년의 기간이 소요됐다. 2017년 이후 자체 브랜드 '비디비치'와 '연작'이 중국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면세점 매출이 증가한 것이 도움이 됐다.

현재 신세계는 2015년 12월 이탈리아 화장품 제조사 인터코스와 50:50 합작사 신세계인터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원료제조사는 보유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