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가 종합유선방송 사업자(SO) 현대HCN 매각 예비입찰에 모두 참여하며 유료방송 시장 M&A(인수합병) 눈치 싸움이 시작됐다. 3사가 현재 유료방송 시장에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데다가, 매각 초기인 예비입찰 단계인 만큼 큰 부담 없이 참여하는 분위기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이 진행한 현대 HCN 매각 예비입찰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모두 참여했다. KT는 위성방송 자회사 KT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입찰에 참여했다. 매각 주관사는 크레디트스위스(CS)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입찰은 입찰 참여를 원하는 업체를 미리 파악하기 위해 희망자의 등록을 받는 단계다. 이를 통해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가 정해지고 본입찰에 돌입한다.

▲ 통신3사 CI. 출처=각사

현대HCN, 현금창출력 좋은 ‘알짜’ 매물

현대HCN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시장점유율 4% 수준으로 LG헬로비전, 티브로드, 딜라이브, CMB에 이어 5위 사업자이지만, 업계 내에서는 알짜 매물이라는 평이 나온다. 상위 사업자 대비 가입자 규모 면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는 않지만 서울·부산·대구·경북·포항·구미·충북·청주 등 핵심 권역을 중심으로 방송권역을 갖췄고 ARPU(가입자당평균매출)가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현대HCN은 지난해 매출 약 2700억원, 영업이익 약 390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비현금성 지출비용 약 460억원을 합산하면 2019년 EBITDA는 700억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파악된다. 영업이익률은 14%으로 우수한 편이다.

그럼에도 현대백화점그룹은 미디어 시장의 흐름이 IPTV와 OTT으로 재편되며 케이블TV 시장이 사양길로 접어든 점과 홈쇼핑 수수료를 제외하면 뚜렷한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 케이블TV 사업을 정리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에이치씨엔을 현대퓨처넷과 현대HCN으로 분할하고 방송통신 사업 부문 매각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퓨처넷이 현대HCN의 주식 100%를 보유하는 방식이며 분할기일은 오는 11월1일이다.

최근 인수합병 진행한 SK텔레콤 · LG유플러스…연달아 인수 검토?

KT와 달리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최근 케이블TV 사업자 인수합병을 단행한 바 있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비전(현 LG헬로비전)의 지분 절반 이상을 인수하고 경영권을 확보하며 약 8000억원을 투입했다. 이에 유료방송 가입자 364만명을 보유했던 LG유플러스는 단번에 가입자를 780만명 이상으로 올렸고 SK텔레콤을 제치고 2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SK텔레콤 또한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를 지난 4월 최종 합병했다. 태광산업이 보유한 티브로드 지분을 존속법인인 SK브로드밴드에 넘기고 합병한 뒤 지분을 나눠같는 구조였다.

현재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KT+KT스카이라이프 31.52%, LG유플러스+LG헬로비전 24.91%,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24.17% 순으로 파악된다. KT가 여전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나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의 M&A를 계기로 그 격차가 좁혀진 양상이다.

통신사가 케이블TV 사업자를 품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풀이된다. 우선 케이블TV 업계가 사양길로 접어들어 인수하기 적당한 가격이 형성됐다. 또한 미디어 사업의 핵심인 가입자를 대폭 늘릴 수 있고, 향후 통신사의 5G 서비스와의 연계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덩치가 커진 글로벌 미디어에 대응해 국내 미디어도 글로벌로 진출하거나 국내에서의 방어전을 치뤄야하는데, 이를 위해 힘을 합심할 필요성이 크다는 평이다.

그러나 이번 현대HCN 매각에 3사가 몰린 것은 적극적인 인수 타진 보다는 경쟁사 견제를 위한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의 경우 대형 M&A를 치룬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인수를 고려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해석이다.

KT, 합산규제 일몰 됐지만 부담 여전

KT는 현대HCN 인수 과정에서 유료방송 합산규제라는 변수를 하나 더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란 한 기업 계열회사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이 전체의 3분의 1(33.33%)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이 규제는 지난 2015년 법안이 3년 일몰 조건으로 국회에서 통과된 뒤 2018년 6월에 일몰되어 현재 효력을 발휘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후 규제와 관련해 논의가 완결되지 않아 KT의 유료방송 M&A 행보에 장애물로 작용해왔다. 

이 때문에 KT가 지난해 검토한 딜라이브 인수를 쉽사리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KT는 IPTV 가입자 1위 사업자인 데다가 위성 방송 KT스카이라이프도 가지고 있어 시장 점유율이 30%를 웃돈다. 만약 이번 현대HCN을 품는 경우에도 전체 점유율은 3분의1을 넘어가는 만큼 부담은 여전하다.

KT 관계자는 “스카이라이프가 성장에 대한 고민이 있고 그에 대한 해법 중 하나로 현대HCN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현재는 (확산규제에 대한 고려보다는)매물이 매력적인지, 우리와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지를 확인하는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