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올 1분기 보험사 잠정 실적이 발표되면서 생명보험사의 어두운 앞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저축성보험 비중이 높고 상품 종류가 한정적인 생보사들은 저금리·저성장·저출산 등 이른바 '3저'에 따른 타격이 손해보험사들 보다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코로나19로 대면영업이 어려워지고 추가금리인하 전망까지 나오면서 생보사들의 성장 동력을 끌어올리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보험영업 손실폭이 컸던 올 1분기 생보사와 손보사가 엇갈린 성적표를 받았다. 올 1분기 생보사는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8.4% 급감했으며, 손보사의 순익은 4.3% 감소하는데 그쳤다. 부진한 업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손보사의 이 같은 순익은 선방했다는 평가다.

▲ 출처=금융감독원

일반적으로 생보사는 손보사보다 금리, 주가 등 보험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리스크들에 취약하다. 생보사는 손보사와 달리 저축성보험, 변액보험 등을 취급하고 있어 금융환경 변동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6~8%의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대거 팔았던 생보사의 경우 역마진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저금리 기조에 하락하고 있는 생보사들의 운용자산수익률이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할 이자율을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생보사들의 지난해 11월 말 운용자산수익률은 3.5%다. 이는 보험료 평균 적립이율 4.25%보다 0.75%포인트 낮은 수치다.

생보사는 2023년 도입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대비에도 손보사보다 신경 써야 할 점이 많다. IFRS17 도입 시 보험 부채가 원가에서 시가평가로 변경되면 보험사들은 저축성보험이 많을수록 부채부담이 크게 증가한다. 이에 생보사들은 저축성보험의 비중을 줄이고 보장성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생보사는 증시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변액보험은 증시에 따라 적립금이 변동되는 상품인데, 저축성보험 규모를 늘리기 쉽지 않은 생보사들은 상대적으로 금리 영향을 덜 받는 변액보험 판매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증시가 폭락하면서 지난 3월 변액보험 펀드 총 자산은 열흘 만에 11조 이상이 증발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도 생보사가 손보사보다 크다는 분석이다. 생보사가 취급하는 종신보험 등 고액 상품은 대면영업이 중요한데,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고객들이 설계사와의 만남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손보사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반사이익을 봤다는 주장도 나온다. 자동차와 병원 이용량 등이 줄어 손해율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생보사는 포화된 보험 시장 속 상품 개발도 한정적이다. 생보사는 보장 대상이 사람에 한정돼 있다 보니 다양한 영역으로 보험개발이 가능한 손보사보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생보사 주력 상품으로 여겨지는 종신보험의 경우 보험료가 비싸고 저출산·고령화 기조가 심화되면서 판매동력이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생보사 최근 3년간 종신보험 초회보험료는 65.2%나 떨어졌다.

이처럼 가시밭 길이 전망되는 생보사들에게 그나마 한 줄기 빛이 된 것은 해외투자 한도가 확대됐다는 점이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보험사 해외투자를 30%에서 50%까지 늘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했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 외환 자산 투자 한도가 일반계정 30%, 특별계정 20% 이내로 제한 돼 있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은 보험사의 해외증권 투자 비중이 2008년 17% 수준에서 2018년 30%로 증가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을 제외하면 2008~2018년 해외증권 수익률이 대체로 국내채권 수익률을 상회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1인가구와 딩크족이 증가하면서 생보사들의 주력 상품격인 종신보험의 판매동력도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최근 치매환자가 늘어나면서 그나마 생보사들이 시장을 키울 수 있는 상품으로는 치매보험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