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코노믹리뷰 DB

[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여태 겪어보지 못했던 불확실성이 찾아오면서 올해 1분기 전 세계경제는 선진국 후진국 할 것 없이 '사상 최악'의 경제 성적표를 받아 들어야 했다. 국가와 기업, 소비자 등 모든 경제 주체들이 절실하게 경기 회복을 염원하는 가운데, 보수적 분석으로 정평이 나있는 주요 중앙은행들이 코로나19 쇼크가 한 고비를 넘겼다는 진단을 내놓으면서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소비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주요 중앙은행 "코로나 경제 바닥쳤다" 잇따라 진단

지난 26일(이하 현지 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의 필립 레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국제금융협회(IIF) 컨퍼런스에서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 경제는 4월에 완전히 바닥친 것이 확실하다"며 "이제 핵심적 불확실성은 다음 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와 경제가 얼마나 빨리 회복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날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FRB·연은)의 제임스 불러드 총재는 폭스 비즈니스에 출연해 "코로나19발 초기 충격은 지나갔다"고 진단하는 한편, "미국 경제에 (코로나19발) 충격이 본격적으로 미칠 시기는 2분기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2분기 경제 성장률이 -40%일 것이라는 월가의 예상을 인용해 "최악의 성장률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불러드 총재는 "경제 봉쇄는 90~120일 동안만 지속 가능하다"면서, 코로나19 봉쇄가 더 길어지면 두 번째 대공황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제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위험에 적응할 때"라며 "최악의 분기가 지나가면 기업들은 조업을 재개할 것이므로 이후 분기에 필연적으로 역대 최고의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재정 정책 효과나 시장 전망에 매우 보수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중앙은행들이 경기 반등으로의 변곡점을 시사하면서, 이날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들도 경제 회복 기대로 상승 기류를 탔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2.17%(529.95포인트) 급등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각각 1.23%(6.32포인트)와 0.17%(15.63포인트) 올라 장을 마감했다.

호텔 항공 등 전통적 굴뚝주 살아나나

특히 항공사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두드러지는 급등세를 보였다. 미국 주요 항공주들로 구성된 US글로벌제트의 ETF 가격이 장중 한때 11% 이상 올랐고, 개별 종목 가운데 유나이티드항공과 아메리칸항공이 각각 16%와 15% 상승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여행 관련 산업들에서도 괄목할 만한 소비 증가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지난 24일 미국 공항의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여행자 수가 약 26만7000명으로 지난달 14일 기록한 8만8000여명보다 3배 이상 늘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호텔 시장 조사 업체 스미스트래블리서치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10~16일) 미국 호텔 투숙률은 32.4%로 5주 연속 상승했다. 이는 약 한 달 전인 4월 둘째 주(5~11일)의 21%보다 10%포인트나 오른 수치로, 최근 9주 새 최고 수준이다.

미국의 온라인 식당 예약 업체 오픈테이블은 다수 주(州)에서 예약이 증가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시장이 세계 각국의 경제 활동 재개 움직임을 주시하는 가운데, 이날 발표된 경제 지표들은 시장의 우려보다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5월 유럽 미국 경제지표 일제히 반등 '청신호'

미 비영리 민간 조사기관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5월 소비자 신뢰 지수는 전월 기록한 85.7에서 86.6으로 상승해, WSJ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인 82.3을 웃돌았다. 앞선 두 달 간의 급락세에서 돌아서면서 소비 증가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미 댈러스 연은 관할 지역의 5월 기업 활동 지수도 전월 -74.0에서 -49.2로 큰 폭 반등했다. 이 지수 역시 지난 3월과 4월 연속 폭락하면서 사상 최악의 수치를 기록한 바 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신규 주택 판매량이 전월비 0.6% 증가해 연율 62만3000채에 달한다고 밝혔다. 당초 전문가들은 4월 신규 주택 판매가 21.9% 급감한 49만채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으나, 발표치는 이를 한참 상회했다.

미국 20개 도시의 집값을 산출한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 가격 지수는 지난 3월 전월보다 0.8%, 전년보다 4.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봉쇄 조치를 완화하고 유럽 여행 재개를 추진하고 있는 독일에서도 소비 반등 조짐이 읽혀졌다. 독일 시장 조사 업체 Gfk가 발표한 6월 소비자 신뢰 지수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던 5월 -23.1에서 다소 개선된 -18.9로 집계됐다.

다만 Gfk는 "기업과 가게들이 점진적으로 재가동 하면서 구매 의사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고 언급하는 한편,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