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검증대에 올랐다. 중국'발' LCD 폭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는 희망퇴직에 돌입했고 LG디스플레이는 실적 악화의 직격탄을 맞아 허덕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 출처=삼성

어둠만 내려앉았다
올해 1분기 디스플레이 업계의 분위기는 말 그대로 '가라앉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실제로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데일리가 국내 500대 기업 중 127개 기업의 가동률이 81.4%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3.8%p 주저앉은 가운데, 디스플레이는 무려 -24.1%나 줄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27일 업계에 따르면 탈 LCD를 선언한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있다. LCD 사업부의 임직원들을 별도의 사업부로 배치하고 있으며 퇴작자에게는 최대 3배의 연봉을 보장한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연내 LCD 사업에서 100% 철수할 생각이며 올해 4분기부터는 아산을 비롯해 중국 7세대 및 8세대 LCD 팹 모두를 중단할 예정이다.

LCD 사업부의 실적이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과감한 체질개선에 나선다는 복안이지만 난관도 많다. 특히 아산 탕정에서 진행하던 2단지 인프라 조성공사를 일시 중단하며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LCD에서 탈피해 QD 디스플레이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아산 2단지의 역할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자칫 로드맵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사가 26일부터 첫 단체협약을 위한 상견례를 가지는 장면도 눈길을 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통해 무노조 경영을 철폐하겠다는 의지를 다진 가운데 지난 2월 노조설립 신고증을 교부받은 한국노총 금속노련 산하 삼성디스플레이노조는 사측 대표로 나온 김범동 부사장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에 속해있지만, 지금까지 구성원들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우에 서운함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특히 연말 OPI(초과이익성과급, 옛 PS) 지급을 두고 삼성전자가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는 상생에 나서면서 삼성디스플레이에는 OPI를 제공하지 않아 불만들이 많았다. 노조 설립도 2017년 OPI 논란에서 시작된 만큼, 이번 상견례 후 전개될 현상을 두고 업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향후 삼성디스플레이의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분기 영업손실 2900억원을 기록하며 크게 휘청였다.

한편 LG디스플레이도 상황이 심각하다. 1분기 영업손실이 3619억 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74.1%나 증가한 가운데 5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인력 전환배치가 계속되는 가운데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OLED로의 전환이 시급한 가운데 중국 광저우 공장은 여전히 침묵중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공습은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LCD 시장의 교란은 물론 OLED에서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의 지원을 받아 말 그대로 시장공습에 나서는 가운데 국내 디스플레이 임직원들 빼가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체질 전환, 그리고 반격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적극적으로 사태에 대응한다는 각오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산 2공정 일부 공사가 중단됐으나 예정된 로드맵은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설명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0월 오는 2025년까지 QD디스플레이 생산시설 구축 및 연구개발 등에 총 13조1000억원 규모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이 계획을 강하게 추진할 예정이다. LCD에서 완전히 발을 빼는 만큼 미래 디스플레이 전략에 더욱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P-OLED 투트랙 카드를 뽑아들었다. OLED 전환을 빠르게 가동하는 한편 IT용 LCD 패널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낸다. 특히 IT 부문 패널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어 안정적인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중소형 LCD 패널을 두고 애플과의 협력 가능성도 제기되는 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