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지현 기자] 웅진그룹의 경영승계 그림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웅진그룹은 2세인 두 형제를 '선의의 경쟁자'로써, 장남 '신성장'·차남 '안살림' 구도를 형성해 왔다. 하지만, 최근 차남 비중이 커지면서 그간 수평을 이뤘던 저울이 차남에게 기우는 양상이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웅진그룹은 지난 21일 윤석금 회장의 차남인 윤새봄 놀이의 발견 대표가 최대주주에 올랐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웅진 최대주주는 장남 윤형덕 대표에서 윤새봄 대표로 변경됐다. 지난 2013년 12월30일 이후 7년여 만의 일이다.

 

윤새봄 대표는 지난 4일 웅진 지분 120만주 장외매수를 시작으로 18일부터 21일까지 169만7915주를 장내매수했다. 그 결과, 윤새봄 대표 지분율은 기존 12.9%에서 15.09%로 확대됐다. 지분 인수 자금은 윤 대표의 보유 현금을 통해 조달됐다.

윤형덕 대표 역시 지난 4일 웅진 지분 120만주를 장외매수했다. 그러나 기존 지분율 12.97%에는 변함이 없는 상태다. 재계는 그간 비슷한 비율을 유지하던 형제의 지분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변동으로 경영승계추가 차남에게 기우는 것 아니냔 시선이다.

'선의의 관계'로 경쟁하던 웅진家 2세, 지분율도 7년째 비슷

윤 회장은 '윤형덕-윤새봄' 두 자녀를 일찌감치 그룹에 들여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1977년생인 장남 윤형덕 웅진투투럽 대표는 미국 워싱턴대학교 졸업 후 2008년 웅진코웨이 영업본부 대리로 입사해 바닥부터 실무를 익혔다. 두살 터울인 차남 윤새봄 놀이의 세상 대표 역시 미국 미시간대학교를 나온뒤 2009년부터 웅진씽크빅 교문기획팀 과장으로 발을 들였다.

형제는 회사에 입사한 후에도 재벌 2세답지 않은 활달한 성격과  겸손한 태도로 사내에서도 좋은 평판을 유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찌감치 경영수업에 돌입한 덕분에 두 형제는 웅진의 무리한 사업다각화에 따른 알짜 계열사 매각이란 뼈아픈 과정을 모두 경험했다.

윤 회장은 '무조건적인 부(富)의 승계는 없다'고 공식석상에서 강조했을만큼 자녀들 중 어느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경영수업 지론을 유지해왔다. 이는 승계구도 주요 지표인 지분율만 놓고 봐도 알 수 있다.

최근까지 장남의 웅진 지분율은 12.97%로, 차남에 비해 단 0.02%p 높은 수준이었다. 두 형제는 그룹 핵심 계열사인 웅진씽크빅 지분도 동일한 비율(각각 0.73%)로 손에 쥐고 있다.

때문에 재계는 보수적인 교육업계 특성을 벗어나, 윤 회장이 무조건 장남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보단 두자녀를 선의의 경쟁관계에 놓고 능력있는 아들에게 승계하겠단 의도로 해석해왔다.

'물음표'였던 경영승계구도, '웅진=윤새봄'으로 기우나

그러나 윤새봄 대표가 지배구조 최정점에 선 지주사 최대주주에 오름으로써, 한동안 '물음표'였던 웅진 경영승계구도가 '웅진=윤새봄'으로 더 뚜렷해졌다는 게 재계 관측이다.

웅진은 국내 계열회사 11개사, 해외계열회사 2개사를 거느리는 지주사다. 웅진은 3월 기준 주력사인 웅진씽크빅 지분 57.83%를 보유한 최대주주일 뿐 아니라 웅진 에너지(26.65%), 렉스필드컨트리클럽(43.24%), 웅진플레이도시(80.26%), 웅진투투럽(74.33%), 웅진에버스카이(75.63%) 등도 비교적 높은 비율로 막강한 지배력을 형성하고 있다.

윤 대표가 최근 경영보폭을 크게 늘리고 있다는 점도 이 시선에 무게를 더한다. 웅진 사업운영총괄을 맡고 있는 윤 대표는 최근 웅진씽크빅 사내벤처 사업부에 그쳤던 '놀이의 발견'을 독립법인으로 분사해 2년여만에 경영 전면에 나섰다.

특히, 윤 회장은 윤 대표에게 그룹의 중요한 과제를 맡기며 더 중용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윤 대표는 지난 2016년부터 웅진씽크빅을 이끌었으나 3년 임기를 채우지 않고, 웅진 '숙원사업'이자 6년여간 추진했던 코웨이 인수를 위해 2018년 7월 대표에서 물러난 바 있다.

비록 코웨이를 넷마블에 재매각하면서 책임론이 일었지만, 이를 뒤로하고 그룹 모태 사업인 교육 신사업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실제, 윤 대표는 사업초기부터 이끌었던 플랫폼 기반 서비스 '놀이의 발견'을 통해 'A+급' 결과물을 내놨다.

'놀이의 발견'은 출시 1년만에 누적거래액 80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구글플레이 선정 '올해를 빛낸 앱'에도 꼽혔다. 현재는 '출산/육아' 카테고리에서 1위를 기록하는 중이다.

'재무·기획 전문가' 윤새봄, 웅진·웅진씽크빅으로 경영능력 입증

앞서서도 윤 대표의 경영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바 있다. '재무 및 기획 전문가'인 그는 2012년 웅진케미칼 매각을 성공적으로 이끈 주인공이었다. 웅진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기간에도 기획조정실장을 맡아 재무구조개선과 기업회생절차를 종결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 2016년에는 웅진씽크빅 대표로 투입돼 부채를 줄이고 수익성을 높이는 등 재무구조 개선 역할도 톡톡히 수행했다. 

아울러 실리콘 밸리 AI기업 '키드앱티브'에 500만달러를 투자해 신성장동력이 될 '에듀테크' 기반도 마련했다. 현재는 웅진 북센(5월 종료)과 웅진플레이도시 등 비주력 계열사 매각이란 그룹내 굵직한 숙제를 풀고 있다.

반면, 장남 윤형덕 대표는 뚜렷한 성과물이 나타나지 않는 상태다. 그룹내 신사업을 챙기는 윤형덕 대표는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도·소매회사인 웅진투투럽과 터키 정수기 판매법인 웅진에버스카이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그러나 웅진투투럽은 매출과 당기순익이 매년 소폭 성장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고, 또 다른 계열사인 웅진에버스카이는 수년째 적자에 허덕이는 중이다.

그룹 내에선 장남 '신사업', 차남 '안살림' 역할로 엇비슷한 위상을 갖췄으나, 성과 측면에선 차남이 우세하단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웅진은 이번 최대주주 변경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웅진은 공시를 통해 "(이번 변동은) 변경전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의 장내 주식매수에 따른 최대주주 변경사항으로, 실질적인 경영권 변동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