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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선언' 다시 떠오른 뜨거운 감자 ‘상속세’ 논쟁점은

긍정과 부정 모두에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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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출처= 뉴시스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라고 선언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발언은 여러모로 화제가 됐다. “당연한 것을 마치 큰 결단인 것처럼 말했다”라는 의견과 “대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간섭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는 의견 등으로 해석이 갈렸다. 이에 경제계에서는 또 다시 ‘상속세’에 대한 해석이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상속세 문제는 그 누구도 섣부른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민감한 문제다. 재계의 ‘뜨거운 감자’ 상속세에 대한 여러 논쟁점들을 정리해봤다. 

상속세? 증여세? 

세부적으로 구분을 하면 어떤 주체가 생존해 있는 상태에서 다른 주체에 자신이 가진 부를 이전하는 것에 대한 과세는 ‘증여세’와 이미 사망한 주체의 부가 이전되는 것에 대한 과세인 ‘상속세’가 있다. 현 시점(2020년 기준)의 상속세나 증여세가 과세로 계산법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1억원 이하/1억원/5억원/10억원/30억원 등 액수를 기준으로 구간을 나눠 과세표준의 10%에서 시작해 구간이 한 단계 위로 올라갈 때마다 10%씩 세율이 높아지는 것이 원칙이다. 여기에 더해 부를 이전받는 이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면세(免稅) 조건이 있어 실제 개인에게 적용되는 세율은 모두 다르며 실제 세율은 기준보다 약간 낮아질 수 있다. 

대기업에 대해 ‘한없이’ 가혹한

우리나라 대기업들에게 있어 상속세와 증여세는 어마어마한 고민이다. 기업인들의 입장에서는 선대 기업인이 보유하고 있던 자본이나 경영권의 65%를 국가가 ‘이유 없이’ 가져가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타고난 혈통만으로 경영권을 고스란히 물려받는 이들도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인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며, 대개는 유년 시절부터 철저하고 엄격한 집안의 교육을 받아가며 후대의 경영을 감당 할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갖추는 노력을 하기 때문이다. 후대 경영인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선대 경영인은 자손이 아닌 전문 경영인에게 자신의 권한을 일임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속세나 증여세에는 기업인의 자손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일종의 ‘프레임’도 어느 정도 반영돼있다. 

과세의 관점이나 기준에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의 상속세나 증여세는 ‘대기업’들에게 특히 더 많은 과세가 이뤄지도록 설정돼있다. 30억원 이상의 자본과 기업의 경영권이 이전되는 것에는 특별히 더 세율이 할증되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가업을 승계할 때 ‘경영권 프리미엄’을 적용받아 실질적으로 적용받는 세율은 과세표준의 65%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대기업 총수나 경영인들의 자손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부모가 가진 막대한 부나 강력한 권한을 아무 노력 없이, 조건 없이 제공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기본 관점이다.

기업계의 입장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상속세나 증여세는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큰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기업 경영의 연속성을 국가가 나서서 끊어버리는 장치로도 생각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기본 상속세 최고 세율은 전 세계에서 일본(55%) 다음으로 높은 50%다. 이러한 기조 때문에 국내의 여러 기업들은 이 상속세의 적용을 피하기 위한 여러 가지 편법들을 찾기 시작했고, 이는 계속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논란이 바로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에게서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이전되는 재산과 삼성의 경영권, 주식에 대한 상속세의 문제다.  

기업계에서는 대기업에 대한 ‘이중과세’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기업들은 경영 활동으로 발생하는 자산에 대해 자산 규모에 비례한 법인세, 개인소득세, 배당세를 납부하고 있다. 여기에 경영권 승계 과정에 높은 세율의 상속세까지 적용해 경영의 연속성을 해친다는 것이다. 일련의 문제로 실제로 해외에서는 상속세가 점점 폐지되는 추세들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이름을 올린 35개국 중 호주, 캐나다, 이스라엘, 뉴질랜드, 멕시코 등 13개국은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기업계에서는 “상속세를 부담스러워 하는 기업들이 가업승계를 하지 못하고 해외 경제주체에 기업을 매각해 자본을 유출시키는 폐해들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강하게는 상속세의 폐지를 주장하거나 세율의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기업계에서 대표적으로 드는 예는 밀폐용기 업체 락앤락, 농업·바이오기업 농우바이오 그리고 광통신 부품 개발업체 우리로광통신 등이 있다.  

막대한 부와 권한의 무상이전, 정당한가?

기업계의 주장도 자신들의 입장을 고려한 나름의 근거가 있다. 그러나 이 주장에 여론이 동조하지 않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 우리나라가 상속세와 증여세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본 관점은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일정수준 이상의 재화가 어떠한 대가 없이 타인(대개는 특정 혈족 혹은 가문)에게 그대로 이전되는 것은 특정 주체들에게 기득권이 고정되는 것이며 이는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로 간주한다. 일련의 세율은 경제 주체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산층에게는 해당사항이 거의 없고, 인구 비례로는 극히 적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큰 부를 가져가는 부자들에게 국한된 것이기에 경제의 선순환을 위한 조치라는 의견도 힘을 얻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경제계가 상속세 인하나 폐지의 근거로 제시하는 명목세율 50%가 해외의 다른 나라들에 지나치게 높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도 나온다. 해외 기업들은 소득세의 세율이 높아 경영으로 자산을 늘리는 과정에서 이미 많은 세금을 내지만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소득세율이 낮고 다양한 유형의 세액공제 조항이 있기 때문에 결론적으로는 해외에 비해 우리나라의 상속세가 특별히 대기업에 가혹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들은 회계법무 전문가들을 동원해 다양한 방법으로 절세를 하고 있기에 명목세율 50%를 국내 대기업들이 고스란히 실제로 납부하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드물다는 의견도 있다.  

   
▲ LG그룹은 구본무 선대회장에서 구광모 회장으로 이어지는 경영권 승계에 대한 상속세를 분할 방식으로 납부하기로 헀다. 출처= 뉴시스

아울러 경제계의 지나친 자의적 해석 정황, 경영 2세·3세들이 보여주는 상식 이하의 비행(非行)이나 비윤리적 문제들은 상속세와 증여세 유지에 무게가 실리게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경영자총연합회는 상속세와 증여세 인하를 주장하는 근거로 국내 9개 기업이 피해를 입은 사례들을 공표했다. 그러나 일련의 내용들이 대부분 ‘가짜뉴스’로 밝혀지면서 상속세에 대한 여론은 경제계가 의도한 방향과는 반대로 돌아섰다. 

일반 국민들에게 대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은 경영 2세, 3세들의 비행도 상속세 현행유지에 힘을 싣고 있다. 이를테면 대한항공 총수일가 경영진 2세들이 보여준 땅콩회항, 갑질, 뺑소니 등 범법행위, 툭 하면 불거지는 경영 2세들의 마약투약, 폭행, 갑질 논란 등은 국민들에게 “저런 나쁜 사람들이 부모를 잘 만나 대기업의 막대한 재산을 아무런 노력 없이 물려받는다”는 인식을 심게 했다. 이는 여론이 대기업의 입장에 공감하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기도 한다.

여기에 힘을 보태는 가장 단적인 실제 사례는 바로 LG그룹이다. 계속해서 논란이 제기되는 삼성과 달리 경영 승계에 적용되는 상속세를 분할 방식으로 모두 납부하기로 선언한 LG그룹의 대응은 상속세가 경영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이 힘을 잃게 만들고 있다.

박정훈 기자 pjh5701@econovill.com

기사승인 2020.05.23  10:3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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