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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진 칼럼 : CEO만 보세요] 식당개 3년에 라면을 끓이지만, 직장개 3년엔 입을 다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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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가 촌철살인을 날렸다.

"초기에 검사를 많이 하면 감염자를 줄일 수 있다. 감염자를 줄이면 지금 미국이 하는 것처럼 많은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 지금 미국이 검사를 많이 하는 것은 초기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지 지금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검사수에서 한국을 능가했다고 자랑을 하는 것을 몇 마디 말로 뭉개버렸다. 무릎을 쳤다.

누구나 이 같은 촌철살인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싶어한다. '간디'가 영국 대학을 다니던 때의 일화도 유명하다. 고개 숙이지 않는 식민지 인도 출신인 학생 간디를 아니꼽게 여기던 '피터스'라는 교수가 있었다. 하루는 식당에서 피터스 교수 옆자리에서 점심을 먹으러 앉자, 교수가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돼지와 새가 같이 식사하는 일은 없다네.” 간디가 답했다. “걱정 마세요. 제가 다른 곳으로 날아가겠습니다.”

약이 오른 교수는 어려운 시험문제로 애먹이려고 했음에도 간디가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자 함정을 파놓은 질문을 던졌다. “돈과 지혜가 든 자루 중에서 어떤 것을 택하겠나?” 간디는 대수롭지 않게 “당연히 돈자루죠”라고 답했다. 교수가 빈정댔다. “나라면 지혜를 택했을 것이네.” 그러자 간디는 “각자 부족한 것을 택하는 것 아니겠어요”라고 답했다. 약이 바짝 오른 교수가 간디의 시험지에 '멍청이'라고 써서 돌려 줬다. 그러자 간디는 “교수님 제 시험지에 점수는 없고, 교수님 서명만 있는데요?”라고 했다고 한다.

읽다 보면 ‘간디 멋지다! 나도 한번’이라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이런 말은 이 정도 특별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말일까 싶지만,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게 된다. 이처럼 재기 발랄한 표현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차고 넘친다. 그 대상이 식민지에서 공부하러 온 유학생과 대학교수 정도가 아니라 이름 없는 촌부와 임금의 경우도 있다.

 

요순시대 태평성대도 왕을 꾸짖은 촌철살인에서 시작

고대 중국 역사상 가장 살기 좋은 태평성대를 구가했다는 요순시대(堯舜時代)의 요 임금이 민정시찰을 나갔다. 만백성이 부복하여 존경과 복종의 뜻을 보였는데, 길가 뽕밭에서 일하던 처녀가 부복은 고사하고, 뒤도 한 번 돌아보지 않고 뽕만 따고 있었다. 행렬이 서고, 왕이 친히 나섰다. 그런데도 처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뽕만 땄다.

은근히 자존심 상한 왕이 "너는 나의 백성이 아니란 말이냐? 왕이 너를 찾아왔다”고 하자, 그때서야 몸을 돌려 목례했다. 수려한 뒷모습과 달리 얼굴은 아니었다. 슬그머니 객기가 동한 왕이 나무랐다. 그러자 처녀는 "만백성의 어버이에게 부복하는 일만이 경의가 아니고, 부모의 뜻에 따라 소임에 충실함이 더 충성스러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효는 만행의 근본이며, 모든 선행 중에서 으뜸인데, 은혜가 무한하여, 자손은 영구히 받들어야 하고, 군왕이 마땅히 그 모범을 보이셔야 하거늘, 어찌 이를 탓하려 하십니까?"라며 은근슬쩍 왕을 꾸짖었다.

왕은 이런 처녀의 태도에 오히려 감탄하여 예법에 따라 청혼을 하고 왕비로 모셨다. 왕비가 궁으로 들어온 후부터는 질서와 도덕이 바로잡혔고, 위로는 문무백관에서부터 백성에 이르기까지 달라졌으며, 도독이 없어지고 세상인심이 풍요로워졌다 한다. 바로 요순시대의 태평성대를 낳은 기적이 바로 그 처녀의 촌철살인에서 비롯된 것과도 같다.

살다 보면 구조적 모순이 의해 할 말 없게 만드는 경우도 많다. 지난 4월 말 국내 모 항공사 소속 A380기종을 모는 조종사 143명이 운항자격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A380은 프랑스 에어버스 인더스트리가 개발한 초대형 여객기로 ‘하늘 위의 호텔’로 불린다. 문제는 코로나19 여파로 인천-로스앤젤레스 등 장거리 위주로 편성된 A380의 운항이 중단되면서, ‘90일 내에 해당 이착륙 3회 이상’이라는 비행 경험 기준을 맞추기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었다.

모의비행장치(시뮬레이터) 훈련으로 대체할 수 있는데, 문제는 그 항공사는 A380 시뮬레이터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 전까지는 태국 방콕에 있는 시뮬레이터를 훈련용으로 빌려 써왔는데, 코로나19로 해외 여행이 차단됐고, 국내에 있는 다른 대형 항공사는 자사의 조종사들 훈련에도 시뮬레이터 사용이 벅찰 정도여서 방법이 없었다. 이에 국토부에 90일로 한정되어 있는 기간을 늘려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국토부의 답변이 가관이었다. ‘빈 비행기라도 띄워서 훈련을 하는 법 밖에는 없다.’

평소 A380은 한 달에 편도 300회 정도로 운항을 했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팬데믹 상황에서 노선이 폐쇄되는 바람에 4월부터는 운항실적이 제로가 되어 버렸다. 훈련을 위해 비행기를 이착륙 시켜야 하는 것을 누가 모를까? 각국마다 해외 여행이 폐쇄되다시피 해서 실적이 엉망인데, 좌석수 500개가 넘는 하늘 위의 호텔을 띄웠다가 착륙시켰다가 하는 훈련에 돈을 펑펑 퍼붓기는 쉽지 않다.

국제민간항공기구 협약에 따라 국제적인 자격유지 기준을 우리나라만 함부로 고칠 수 없는 입장이라는 것은 있다. 이런 국토부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빈 비행기라도 띄워서 훈련을 하라는 답을 기대하고 부탁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당장 뾰족한 수가 없더라도 세계가 공통으로 겪고 있는 이 심각한 위기에서 방법을 기대했건만, 돌아온 답은 그것이었다. 할 말은 많아도 입 열기가 싫어지는 상황이 된다.

 

‘답정너’ 상황에서 살아남는 법은 침묵뿐

‘답정너’ 상황에 부닥칠 때가 많다. 이유나 상황이야 어떻게 되던 간에, ‘너는 야단 맞는 것’으로 정해져 있는 경우다. 회사에서 소위 윗분들이 화났을 때는 뭐라고 답하든 간에 꾸중과 질타가 돌아오게 된다. 마치 학창시절 농땡이나 부리던 놈이 어쩌다 맘 먹고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이 나왔을 때처럼 말이다. 부정적인 답변이라면 “누구 답안지를 컨닝 했어?”가 될 수 있고, 긍정적인 상황이라면 “이렇게 잘 할 수 있는 놈이 지금까지 농땡이를 부렸어?” 정도의 답이 돌아온다. 그럴 땐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다.

커뮤니케이터는 툭하면 불려가 야단 맞기 일쑤다. 일개 팀장 밖에 되지 않는 신분임에도 회장실까지 불려가서 호되게 당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이라는 조직 내에서 팀장 정도가 그룹 회장실까지 불려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신문 기사나 주위 지인들로부터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경영진들은 시도 때도 없이 커뮤니케이션 담당을 불러서 분노를 폭발시킨다. 다년간의 경험에서 비춰보건대 그럴 때 역시 침묵하는 것이 최상이다.

‘공시로 이미 알려진 사안에 대한 기사라 어쩔 수가 없었다’거나, ‘사 내 다른 임직원의 입을 통해 외부로 새어 나갔다’ 같은 정당한 답을 한 상황에서도 결과가 달라지는 법은 지금까지 없었다. 어떤 경우에는 회장 본인이 외부에서 기자와 우연히 마주쳐서 몇 마디 주고 받다가 사안이 불거져도 혼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럴 때는 침묵이 답이다. 그렇게 침묵해야만 살아 남는다는 것을 배우는 데에 적어도 몇 년은 걸렸던 것 같다.

어느 조직에서나 입사 기준에서 ‘창의성과 열정’의 비중이 크다. 입사 후 자신이 맡게 될 업무와 조직을 개선시키는 데에 얼마나 다양하고 유용한 아이디어와 정보, 그리고 의견을 개진할 것인지 거기다가 적극적인 자세로 변화를 지향하는 태도를 보여야 합격점을 받게 된다. 압박식의 면접으로 지원자들을 몰아 부쳐가면서까지 그런 자질을 살피고 또 살펴서 가려 뽑는데, 입사 이후 상황은 어떻게 될까?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자기 의사 표현을 확실히 개진하는 직원들은 조직에서 오래 버티기 힘들다. 조직에 순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살아 남기도 버겁다. 그래서 입사 초기 활발하던 신입사원들도 어느 때가 되면 주위의 눈치만 보게 되며 조직 분위기에 젖어 들게 된다. 제 아무리 열정적인 직원이라도 불과 1-2년이면 그렇게 되고 빠른 직원들은 입사 직후부터다. 물론 그렇지 않은 조직도 있겠지만, 30년 가까운 조직 경험상 어느 조직이나 거기서 거기였다.

회의체가 참 다양하기도 하다. 팀장 이하 팀원들이 모이는 팀 회의에서부터 사업 부문 내 회의, 팀장회의, 임원회의, 경영진회의 등등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회의와 회의로 이중 삼중으로 묶여 있는 것이 오늘날 샐러리맨들의 운명이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 보자. 아무리 작은 단위 회의라 하더라도 ‘리더만 홀로 이야기 하고 구성원들은 조용히 듣고만 있는 현상’에서 벗어난 회의가 있었는지를.

단지 말하고 듣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회의가 열리면 소통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조용히 앉아서 듣고 있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오해하고들 있다. 팀원일 때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제대로 배우고 갈고 닦지를 못해서 침묵으로 일관했고, 팀장이 되고 임원이 되고 경영진이 된다. 섣불리 한 마디 던졌다가 본전도 못 건진다는 것을 굳이 가르쳐 주지 않아도 사람이면 다 깨친다.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능력부재와 긍정적인 피드백이 없는 상황의 연속, 그로 인해 회의에서는 논의만하고 실행은 뒤따르지 않는다. 말해도 소용 없는 상황만 전개된다. 그냥 조용히 뒤만 따라가면 신입이 대리되고 과장되고 부장 임원 되는 것을 배운다. 리더가 얘기할 때 열심히들 적고 있어 다 알아들은 줄 알지만, 나중에 전혀 엉뚱한 일 한 것을 보게 되는 경우도 많다. 침묵이 적이라는 것을 몰라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조직이 그렇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고, 식당개 삼년엔 라면을 끓이지만, 직장개 삼년이면 침묵하게 된다.

구동진 칼럼니스트·홍보인 expert@econovill.com

기사승인 2020.05.19  08: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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