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미국 소매업에서 전자상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5%에서 올해 25%로 급증함에 따라, 향후 5년간 약 10만 개의 상점들이 문을 닫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출처= Pinteres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아마존은 이미 많은 소매업체들에게 타격을 주었다. 그런데 이제 코로나바이러스가 그들에게 끝내기 펀치를 날리고 있다.

봉쇄령 해제로 쇼핑몰과 상점들이 다시 문을 열기 시작하더라도, 이미 온라인 시장에 손님을 빼앗기며 타격을 입은 많은 소매업체들은 코로나라는 끝내기 펀치로 다시는 문을 열지 못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미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으면서 4월에 200만 개 이상의 소매업 일자리가 사라졌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미국 소매업에서 전자상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5%에서 올해 25%로 급증함에 따라, 향후 5년간 약 10만 개의 상점들이 문을 닫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지난 금융 위기 때 문닫은 소매업체 수의 세 배가 넘는 수치다.

이번 달만 해도 고급 백화점 니만 마커스 그룹(Neiman Marcus Group), 중저가 의류 유통업체 제이크루(J. Crew), 지역 백화점 운영업체 스테이지 스토어스(Stage Stores)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115년 역사의 백화점 제시페니(J.C. Penney)도 두 차례 이자 지급을 하지 못해 파산 직전에 처해 있다. 이들 회사들은 지난해 2500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12만명의 인력을 고용했었다.

S&P 글로벌의 소매점 및 식당 애널리스트 사라 와이스는 “S&P가 추적하고 있는 소매업체 중 채무불이행 확률이 50%가 넘는 업체가 19개나 된다. 2008년 금융위기 때만에도 5개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지금을 ‘소매점 종말’ 이외의 말로 달리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코로나 이전부터 이미 절뚝거리며 걸어온 쇼핑몰의 의류 체인점과 백화점들은 특히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제이크루는 6년 연속 손실을 기록했고, 제시페니는 9년 동안 이익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코로나 이전에 인기를 끌었던 체인점들은 규제가 풀리면서 쇼핑객들을 다시 끌어들이고 있다. 애플 매장과 파리의 명품 매장들은, 이번 주 오랜 재택 격리 기간을 끝낸 주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온도 점검을 위해 길게 줄을 서는 장사진을 연출하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매장을 재개장하고 있는 럭셔리 가방 코치(Coach)의 모회사 태피스트리의 자이드 제이틀린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들은 다시 돌아와서 매우 흥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번 주말까지 북미에서 케이트 스페이드(Kate Spade)와 스튜어트 와이츠먼(Stuart Weitzman) 브랜드의 픽업 매장 300개소를 재개장할 예정이다.

제이틀린 CEO는, 최근에는 고객들이 온라인에서 미리 물건을 조사하고 매장에 와서 사거나 그 반대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프라인 쇼핑과 온라인 쇼핑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프라인 매장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의 수익 목표를 올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 이후에는 매장 수가 더 적어질 수 있다.

3월 중순 의류회사 갭(GAP)의 CEO로 취임한 소니아 신갈은 주력 브랜드인 갭 브랜드의 점포 수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코로나기를 겪으면서 앞으로 50년 동안 우리 회사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캡은 올드 네이비(Old Navy), 바나나 리퍼블릭(Banana Republic) 브랜드로 전세계에 33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세상은 언젠가는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고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에서 쇼핑하는 것을 재미로 생각하고 옷을 사기 전에 직접 입어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 체인점들은 그때까지 충분한 현금을 가지고 있지 못할 수도 있다.

많은 소매업체들이 주정부나 지방정부들이 재택 격리령을 내리기 전부터 불안정한 상태에 있었다. S&P가 추적한 소매업체 중 약 4분의 3이 코로나 이전에 이미 정크 등급이었는데, 이 중에는 아베크롬비(Abercrombie & Fitch)와 풋로커(Foot Locker) 같은 친숙한 이름들을 포함되어 있다. 메이시스(Macy’s) 백화점은 이미 지난 2월에 투자 등급에서 떨어졌다.

가격 투명성과 무료배송을 들고나온 아마존닷컴과 그 외 온라인 쇼핑들의 부상은 소매업체의 수익성도 크게 떨어뜨렸다. 컨설팅 회사 앨릭스 파트너스(AlixPartners)에 따르면, 25개 대형 소매업체의 세전 이익은, 2012년 매출의 11%에서 지난해 7% 대로 떨어졌다. 반면 전자상거래 업체의 세전 이익은 같은 기간 동안 10%에서 18%로 증가했다.

스포츠웨어 제조업체인 언더아머(Under Armour)의 패트릭 프리스크 CEO는 앞으로 2년 동안 많은 브랜드들이 온라인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UBS는 미국 소매점 수가 지난 해 88만 3000개에서 5년 후에는 78만 2000개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2만 8455개의 매장이 줄었던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더 큰 폭의 도태다.

UBS의 의류 및 신발 애널리스트 제이 솔은 "지난 20년 동안에는 최악의 폐점을 기록했던 2009년한 해만 폐점률 2%를 기록했지만, 앞으로 2025년까지는 매년 2%의 폐점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에 메이시스는 향후 3년간 580개 백화점 중 약 125개를 폐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메이시스는 코로나로 인해 지난 3월 매장 전체를 잠정 폐쇄했다. 회사는 이달에 많은 매장을 재개장하기 시작했지만, 이 회사의 제프 제네트 CEO는 재개장하는 매장들의 매출은 정상 판매량의 5분의 1도 채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네트 CEO는 "각 매장들이 나름의 진정한 역할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향후 디지털 비즈니스가 더 중요해지고 회사 매출에서 더 큰 부분을 차지할 것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은 최대 오프라인 소매업체 월마트도 예외가 아니다.

월마트는 온라인 주문을 배송하는 매장을 4주 전 130개에서 미국 내 전체 4700개 매장의 절반인 2400개로 늘렸다. 또 처방전 같은 약품 배송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