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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답이다] “안전관리로 의료·화학연구 발전 이끌 터”

연구실 통합 관리 솔루션 기업 ‘스마트잭’ 김건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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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연구실에는 1300개의 시약병이 놓여있었다. 그 안에는 극미량으로도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화학 시약들이 들어 있다. 각 시약의 성분과 특성을 구분할 수 있는 이름은 모두 연구실의 연구원들이 하나하나 수기로 적어 스티커로 붙여놓는다. ‘그’는 연구실의 책임자인 교수님에게 질문했다. “시약들을 전부 이런 방법으로 관리하나요?” 교수님이 답했다. “그럼 다른 방법이 있나?” 이 말을 들은 순간, 스마트잭 김건우 대표는 우리나라 의학·화학 연구의 혁신을 이끌 수 있는 사업의 아이템을 떠올렸다. 그것이 연구실 통합관리 솔루션 ‘랩매니저’의 시작이었다.      

한 번의 실패와 시약병 1300개  

스마트잭 김건우 대표는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후 국내 굴지의 대기업 S사에 들어가 약 12년 동안 상품기획 관리자로 근무했다. 그러던 어느 날 김 대표는 매일 반복되는 대기업의 일상 속에서 점점 무기력해져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기업의 시스템 속에 갇혀있는 것이 아닌 ‘진짜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매일 고민했다. 결단이 선 김 대표는 회사를 그만두고 마음이 잘 맞는 친구 2명과 함께 서울 행당동에 작은 옥탑방을 얻었다. 그들은 “재미있는 것을 같이 공부해보자”는 것을 목표로 매일 옥탑방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고 사업 아이템을 기획했다. 이 옥탑방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김 대표는 친구들과 온-오프라인 쿠폰의 활용과 연관된 사업을 하는 회사를 차렸다. 안타깝게도 결과는 실패였고 회사는 5개월 만에 폐업됐다. 

김 대표는 “내가 이끄는 사업에 대한 열망이 여전히 컸고 회사의 폐업 이후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로운 사업을 계속해서 고민했다”라면서 “그러나 한 차례의 쓰디쓴 실패를 경험한 이후인지라 좀처럼 다음 사업의 아이템의 방향을 찾지 못했고 한동안은 참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인사 차 대학의 은사가 근무하는 연구실에 방문한다. 여기에서 김 대표는 그동안 오랜 시간을 고민해 온 다음 사업의 아이템을 발견한다. 그의 눈 앞 에는 1300개 시약병에 담긴 화학 시약들이 놓여 있었다. 

   
▲ 랩매니저로 시약의 정보를 입력하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연구실 관리의 중요성

국내에는 국가기관과 각 대학을 포함해 9만 여 곳의 의료·화학 연구실이 운영되고 있다. 이 연구실에서는 의학, 화학에서부터 식품공학, 미용 등 우리의 삶과 아주 밀접한 분야로 활용되는 연구들이 진행되며 이러한 연구에서는 필요에 따라 거의 매일 인체에 유해한 독성이나 산성(酸性)이 강한 시약들을 사용한다. 문제는 이 연구들은 늘 첨단을 지향하지만 연구실에서 쓰이는 시약이나 용품의 안전 관리는 연구자들이 직접 수기로 작성하는 기록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기록 역시 만만한 작업은 아니다. 한 시약의 특성을 알 수 있는 이름이 매우 복잡하고 길기 때문이다. 

‘1-Hydroxytetraphenyl-cyclopentadienyl (tetraphenyl-2,4-cyclopentadien-1-one) -μ-hydrotetracarbonyldiruthenium(II)’. 마치 고대 마법의 주문서 같은 이 긴 이름은 연구자가 정확하게 기록해야 하는 시약 1개의 이름이다.  

김 대표는 “학부 시절 위험한 시약들을 잘못 관리해서 오랜 기간 애써온 연구를 망치거나 혹은 누군가를 소소하게 다치게 하는 사례들을 주변에서 종종 목격했다”라면서 “만약 이 위험한 시약들의 현황을 더 안전하게, 더 정확히 그리고 더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는 도구가 있다면 연구자들이 내는 성과도 달라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김건우 대표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현시켜 줄 개발 전문가들을 모았고, 연구실에서 쓰는 각종 시약을 가장 편리하고 정확하게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 ‘랩 매니저’를 개발·공급하는 회사인 ‘스마트잭’을 2017년 창업한다. 

랩 매니저는 용기에 적혀있는 시약의 바코드나 QR코드를 스마트폰 앱에 인식시키면 그 즉시 시약의 성분과 관리기한, 상태 등을 텍스트 데이터로 저장한다. 이를 활용하면 연구자는 연구에 활용하는 시약이나 용품 하나하나의 현황을 수기로 적는 대신 랩 매니저 앱의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서 더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 랩 매니저는 개발 후 수많은 연구기관과 기업, 학교 등에서 기술제휴 요청을 받는다. 제휴사 중에는 글로벌 브랜드로 잘 알려진 샤넬, 유한양행, 삼양사 등 대기업들도 있다. 아울러 사업 초기 수십 곳에 불과했던 스마트잭의 제휴 연구실은 현재 약 1300개까지 늘어났다. 

   
▲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혁신 이끄는 동력 되고파 

김건우 대표의 목표는 매우 공익적이다. 국내 과학연구의 혁신을 이끄는 동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첨단을 지향하지만 정작 연구의 환경은 첨단과 너무나도 거리가 멀어 매일 고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연구인들의 마음을 화학공학 전공자로서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재앙이 벌어지고 나서야 의료나 화학 분야 연구인력들의 열악한 근무여건이 많은 이들에게 조명 받기 시작한 것은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연구인력들이 내는 성과들은 곧 국가의 경쟁력이자 나아가서는 인류의 미래가 될 수 있기에, 스마트잭은 그들의 연구를 계속 응원함으로 성장해 나가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pjh5701@econovill.com

기사승인 2020.05.11  18: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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