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시장 거래액 규모 133조원 한국 이커머스 업계가 다시 한 번 뜨겁게 달아오른다. 그간 업계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큰 손들이 본격적으로 나설 것을 밝히면서 안 그래도 전쟁터와 같았던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각자의 독보적 강점이 매우 뚜렷한 네이버, 쿠팡, 롯데 등 3대 세력이 맞붙을 예정인 5월 이커머스 업계는 흡사 소년만화 <원피스>에서 벌어진 가장 큰 전쟁인 ‘마린포드 정상결전’을 연상시킨다.

롯데 “그동안 주저한 것은 추진력을 받기 위함”

2020년 4월 28일, 롯데가 자사의 통합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ON’으로 133조원 이커머스 업계에 제대로 뛰어든다. 그간 롯데의 전자상거래는 롯데닷컴, 엘롯데(롯데백화점 온라인몰), 롯데마트몰 등 롯데쇼핑 산하의 각 유통 채널별로 분할된 형태로 운영됐다. 그러나 롯데ON은 확실히 이전의 전자상거래 유통과는 다른 ‘통합’의 시너지를 추구한다. 고객은 단 한 번의 롯데ON 로그인으로 롯데의 7개 유통채널 사이트에서 쇼핑을 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모든 채널은 유기적으로 연결돼있어 어느 채널을 이용했는가와 관계없이 쇼핑 마일리지를 쌓을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전국 1만 개 이상의 롯데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모바일 쇼핑에서 제공하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 출처= 롯데e커머스

사실 롯데ON의 출범일이 확정되기까지 롯데는 그야말로 인고(忍苦)의 시간을 보냈다. 각 유통 채널별로 길게는 십 수 년 동안 별도로 관리된 플랫폼을 통합시키는 고난이도의 기술적 작업을 마쳐야 했고 이를 수행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들여 개발인력들을 충원했다. 아울러 현재의 온라인 플랫폼 운영 역량이 부족하다면 이커머스 전문 업체를 인수 합병하는 것까지도 생각하는 경우를 두 차례(11번가, 티몬) 진지하게 고민했다. 플랫폼을 선보일 시점이 왔는가 했더니 지난해 유통사업 부문이 기록한 최악의 실적과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시련이 다가왔다. 그래서 본래 3월로 예정됐던 롯데ON의 공식 출범은 4월 말까지 미뤄졌다. 

물론 롯데ON에 대해 업계에서는 그 차별화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롯데ON은 롯데의 독보적 유통 인프라와 그룹이 지원하는 막강한 자금력이라는 이점을 안고 시작한다. 2020년 이커머스 업계를 흔들 수 있는 다크호스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 출처= 네이버쇼핑

네이버 “한국 이커머스 설계자, 누구인지 알고 있나”

우리나라의 ‘인터넷’ 혹은 ‘온라인 비즈니스’는 네이버를 빼놓고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네이버는 국내의 수많은 이커머스 업체들이 모여 있는 ‘플랫폼들의 플랫폼’이다. 소비자들의 인터넷 검색결과와 쇼핑 플랫폼을 직접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때 네이버가 지난 2014년 자신들의 브랜드를 직접 내건 오픈마켓을 운영하려 했을 때 국내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이 ‘네이버 보이콧’을 선언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보이콧을 선언한 기업들은 “심판이 경기장에서 선수로 뛰면 그것이 공정하겠는가”라는 이유를 댔다.  그래서 네이버는 중소 상공인 지원의 색채를 띄는 ‘스토어팜’ 혹은 ‘쇼핑윈도’ 등으로 잠시 우회했다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이커머스 사업에 역량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이후 네이버는 이커머스 확장에 대한 방향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지난 23일 네이버는 1분기 실적발표 겸 자사의 향후 비전을 발표하는 컨퍼런스콜 행사에서 김성숙 대표이사가 “물류업체들과의 제휴로 네이버쇼핑의 배송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라고 공표했다. 

이러한 맥락으로 네이버쇼핑은 자사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LG생활건강 제품에 대해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활용한 빠른 배송을 시작했다. 이는 이커머스 업계에서 자체 물류관리와 배송 서비스로 독보적 입지를 쌓은 쿠팡과의 경쟁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네이버쇼핑의 거래액은 최대 20조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이것은 순수하게 쇼핑 비즈니스로만 추산된 수치는 아니기에, 액면 그대로의 의미는 크지 않다. 그러나 적어도 10조원대 이상이 쇼핑으로 발생되는 것으로 가정하면 이것은 쿠팡(약 12조원)이나 이베이코리아 계열(18조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플랫폼인 네이버의 ‘절대입지’는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철옹성이다. 
            

▲ 출처= 쿠팡

쿠팡 “모르겠고, 다 들어와”

쿠팡은 2010년 소셜커머스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현재 명실상부한 국내 이커머스 업계 최강의 영향력을 자랑하는 업체로 성장한 입지전(立志傳)적 기업이다. 쇼핑 트렌드를 빠르게 읽어내는 전략적 판단과 더불어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 물류 경쟁력을 더한 시너지가 무엇인지를 처음으로 보여준 것 역시 쿠팡이다. 

‘한국의 아마존’을 추구한다는 명백한 방향성은 주변에서 어떤 말들이 쏟아져 나와도 지난 10여 간 단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같은 사례가 없는 직접 물류 인프라의 구축과 운영으로 쿠팡은 수조원에 이르는 적자를 쌓았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쿠팡의 실적이 공시되는 매년 4월마다 “저래서 운영이 되겠느냐”, “아마 곧 망할 것이다”, “어디어딘가에 곧 매각 된다더라” 등 온갖 ‘설’의 대상이 됐다. 

이러한 추측이 난무할 때 쿠팡은 해외 투자자로부터의 대규모 자본 유치를 해 오거나 만성적 약점인 영업적자를 줄이는 등으로 모두의 예상을 깨 왔다. 그렇기에 이커머스 업계의 영역확장을 의도하는 모든 사업자들은 쿠팡의 행보나 운영 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2020년 한국 이커머스 업계는 이 '빅3' 플레이어들이 중심이 된 무한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오프라인 인프라와 자금력, 네이버는 플랫폼으로서의 절대입지, 그리고 쿠팡은 그간 업계에서 쌓아온 입지와 브랜드 인지도 등 각 업체들은 신기할 정도로 특정 영역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강점들이 이커머스의 비즈니스에 어떻게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이다. 4월 28일 롯데ON의 공식 출범과 동시에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는 ‘정상결전’의 서막이 곧 오른다. 133조원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진검승부'가 이제 막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