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 김범석 대표이사. 출처= 쿠팡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2019년 실적으로 쿠팡은 소프트뱅크의 투자유치에 이어 또 한 번 자신들의 롱런 가능성을 증명했다. 2018년 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국내 유통업계는 줄곧 쿠팡의 존폐여부를 걱정해왔다. 혹자는 2019년 쿠팡의 영업손실이 2조원을 돌파할 것이고 더 이상의 재무적 부담을 견디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쿠팡의 영업손실은 대폭 줄었고 모두의 예상은 제대로, 완벽하게 빗나갔다. 

누가 뭐래도 '마이웨이' 

쿠팡의 경영은 철저하게 ‘마이웨이’다. 2010년 창립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일관된 목표는 ‘한국의 아마존’이 되는 것이며 이를 이루기 위해 그들이 취하고 있는 방법론은 매우 확고하다. 그래서 쿠팡은 창립 이후로 단 한 번도 자신들의 운영 방향성을 바꾼 적이 없다. 이 방향성에 대한 쿠팡의 확신은 매년 발생하는 큰 비용을 감당하면서까지 ‘로켓배송’으로 대표되는 이커머스-물류 연결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단으로 잘 나타났다. 

물론 이 선택은 매년 쌓이는 막대한 영업손실로 반영됨에 따라 쿠팡이 비판을 받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쿠팡은 늘 그래왔듯 마이웨이를 유지하면서 자사의 고객 서비스를 계속 확장시킴으로 자신들의 방법을 꾸준히 관철시켜왔다. 쿠팡의 방법론은 “이커머스에서 배송과 물류의 역량이 왜 중요한가”를 강조했고 이는 온-오프라인을 포함한 국내 유통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 출처= 쿠팡

인프라의 효율적 운영 궤도 오르다?

쿠팡은 2019년 매출 7조1530억원, 영업손실 7205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4조3545억원을 기록한 매출은 1년 만에 최고 기록이 깨졌다. ‘직매입을 통한 재고 확보 후 판매’가 전체 전자상거래에서 90%이상을 차지하는 쿠팡의 비즈니스를 감안하면 이는 그만큼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많이 팔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5년 동안 단 한 번도 그 규모가 줄어든 적이 없었던 쿠팡의 영업손실은 2018년 1조1279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 처음으로 전년 대비 규모를 줄였다. 숫자대로만 보자면 많이 벌고, 손실은 크게 줄인 긍정적인 흐름이다. 특히 업계는 그간 쿠팡의 가장 큰 약점으로 평가됐던 영업손실이 줄어든 것에 대해 주목했다. 실적 재무제표 상으로는 정확히 어느 부분에서 비용이 통제됐고 손실이 줄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영업일반 관리비용 항목을 보면 2018년 1조3397억원에서 2019년 1조9236억원으로 자사의 주력 비즈니스 운영에 따른 비용은 오히려 늘어났다. 

▲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그러나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인한 매입 협상력의 상승은 확실히 이전과 달라진 쿠팡의 상황을 설명한다. 매출총이익률은 2018년 17% 에서 28%로 개선됐다. 인건비율와 물류비율도 낮아지면서 해당 부문의 전년 동기 대비 영업 적자는 약 3765억원 개선됐다. 이러한 추세로 인해 영업이익률은 2018년 -24.8%에서 지난해 -10.1%로 개선됐다.  

이를 두고 국내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쿠팡은 이제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인프라들을 서서히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커머스를 지원하는 물류 인프라의 규모 확장에 집중하고 열을 올리다보니 그것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것과는 한동안 거리가 멀었으나 계속된 시행착오를 통해 비용 대비 효율을 높인 방법을 찾았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운영에는 주문 상품에 대한 포장비용의 절감, 배송차량 동선의 효율적 배치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포함될 수 있다.

▲ 아마존의 성장 추이 곡선. 매출(검은색)과 당기순이익(주황색). 출처= STATISTA

쿠팡에게서 아마존의 향기가... 

‘한국의 아마존’이 되겠다는 쿠팡의 목표는 여전히 아득히 멀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쿠팡이 아마존의 성장 모델을 점점 닮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간 쿠팡의 성장은 이커머스 비즈니스에 최적화된 인프라 구축을 위한 끊임없는 투자와 낮은 이익률을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서서히 확보하는 아마존식 성장 방식과 점점 비슷해지고 있다. 아마존에게도 초기의 낮은 이익 성장률은 단기 관점에서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자신의 브랜드를 고객들에게 충분하게 알리고, 경쟁사들과 차별된 역량을 확보한 이후 아마존의 성장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2019년 쿠팡이 보여준 실적은 분명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 그러나 전년 대비로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7000억원대에 이르는 영업손실은 남아있다. 결국 어느 시점에는 쿠팡도 아마존처럼 매년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
 
쿠팡이 전 세계 1등 이커머스 기업인 ‘아마존’의 이름을 쓸 정도가 되고자 한다면 아마존의 캐시카우인 AWS와 같은 안정적 수익원의 확보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추가 투자금 유치나 증시 상장 등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투자적 방법 외에, 현실적으로 쿠팡의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자사의 물류인프라를 활용한 3PL(3자 물류, 물류대행) 사업의 전개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