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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피플] “한국 조선 특허, 이대로면 중국에 따라잡혀”

유성원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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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서울 강남구 지심특허법률사무소에서 만난 유성원 변리사.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과거 전쟁은 총칼 등 무기로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 경제계에서는 특허권을 포함한 지식재산권을 가지고 전쟁을 벌이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미래 신사업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분쟁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다른 기업의 특허를 뺏는 식으로 치열해지고 있다.  

“특허는 무기다. 이동통신계의 공룡이었던 노키아 사례가 대표적이다. 기업이 망하기도 하고, 엄청난 손해배상으로 업계에서 기술경쟁에 패배하는 결정적 이유 중 하나로 특허를 꼽는 이유다. 큰 기업이 글로벌 경쟁시장에서 살아남느냐 못 살아남느냐는 특허에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13일 서울 강남구 지심특허법률사무소에서 유성원 변리사는 특허의 중요성에 대해 이 같이 강조했다. 

그는 2004년 변리사 시험을 합격해 16년간 업계를 종횡무진해온 잔뼈 굵은 전문가다. 업계에서는 중국 전문 변리사이자 중국 상표브로커 저격수로 잘 알려져 있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전자·기계·조선 등 분야의 레퍼런스도 화려하다. 공대출신인 만큼 기계 등 분야에서 전문성이 남달라서다.

일례로 유 변리사는 과거 제일광장특허법률사무소 재직당시 삼성중공업의 액화천연가스(LNG)선 특허 출원 등 관련 업무를 담당한 바 있다. 또한, 지심특허법률사무소를 설립하고 난후 2016년에는 조선해양플랜트협회의 의뢰를 받아 중국해양플랜트업체들의 특허조사분석 프로젝트를 1년 6개월 가량 진행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조선업 기초체력은 탄탄하지만 특허 측면에서는 보완할 점이 많으며, 이대로는 중국에 따라잡힐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기업전쟁의 중심에서 특허가 커다란 변수로 작동하는 만큼 지금이라도 이에 대한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선업 특허 왜 중요할까?

유성원 변리사는 조선업과 같은 '중후장대 산업'에서도 특허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수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대형 선박 안에는 엄청나게 많은 제품과 기술들이 들어가 있다. 그 중에 작은 일부 하나만 특허 침해가 되더라도 결국에는 선박한 채가 특허침해가 된다. 입항만 하더라도 해당 나라에서 특허침해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운송해야 하는 화물이 발이 묶이는 등 리스크가 생겨난다. 어마어마한 금액을 지불하고 선박을 구매한 상황에서 확보되지 않은 특허로 문제가 생기면 이로 인한 손실은 고스란히 선주에게로 돌아간다. 이에 선주들은 풍부한 특허가 보유돼 있는 회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특허를 활용하면 상대의 기술수준과 대응방안 등도 알 수 있다. 유 변리사가 2016년 진행한 프로젝트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조선 3사(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가 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의뢰한 건으로, 중국의 조선플랜트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를 전수조사하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당시 중국선박중공집단과 중국선박공업집단의 합병으로 중국에는 14개의 조선소를 거느리는 초대형 조선그룹이 탄생하게 됐으며, 이에 조선3사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컨테이너선 등 상선 분야에서는 이미 중국의 저가 수주가 물밀 듯이 밀려오는 상황에서 LNG선 등 고부가가치 기술력을 어느 정도 확보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국내 조선3사가 퍼스트 무버 지위를 지키고자 중국의 특허를 철저히 분석한 이유다.

유 변리사는 “당시 중국의 경우 LNG선 관련 기술은 거의 없었고, 있더라도 멤브레인 같은 핵심기술이 아닌 기자재나 부품 관련 특허가 대다수”였다며 “하지만 4~5년만에 상황은 달라졌다. 물론 아직 불량도 많고 설계 등 능력이 부족하지만 짧은 시간 내 급성장을 거둔 것은 맞다”고 진단했다. 

   
▲ 조선3사 연도별 특허 출원 건수(자료제공:유성원 변리사). 출처=이코노믹리뷰 이가영 기자

조선업 침체 속 특허출원 건수 급락… 해양플랜트 부분은 전무 

유성원 변리사에 따르면 국내 산업별 최근 10년간 특허 출원 건수(누적)는 조선업이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나 휴대폰, 자동차 산업을 모두 앞선다. 조선 3사가 최근 5년간(2015~2019) 누적 출원한 특허 건수만 해도 2만5000건 정도다. 조선업에서 특허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09년 현대중공업 694건, 대우조선해양 611건, 삼성중공업 861건이었던 조선 3사의 특허 출원 건수는 다음해인 2010년부터 점차 늘기 시작했다.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조선3사의 특허경쟁에도 불이 붙은 것이다. 그해 처음으로 1000건을 넘기기 시작한 3사의 특허 출원 건수는 2012~2013년 조선업 호황과 맞물리면서 정점을 찍었다. 2012년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특허 출원 건수는 각각 3484건, 1684건, 2338건에 달한다. 
 
조선3사는 2014년부터 그간 확보한 특허들을 바탕으로 힘겨루기에 나섰다. 대우조선해양이 LNG운반선 부분재액화 기술을 특허로 등록하자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특허등록 무효 심판 소송을 제기하고 나선 것. 

이들 분쟁은 3년이 지난 2017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승소로 끝이 났다. 그러나 승자는 없었다. 조선업황이 슬슬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3사의 특허 출원 건수는 크게 줄어들었다. 2017년 1203건이었던 삼성중공업의 특허 출원 건수는 2018년 551건으로 크게 줄었고, 같은 기간 대우조선해양의 경우도 575건에서 238건으로 반토막이 났다. 

특히,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해양플랜트 분야 특허는 거의 출원되지 않고 있다. 유가가 사상 최대로 치솟았던 2008년을 기점으로 국내 조선사들의 해양플랜트 수주는 호황을 맞았다. 그러나 2014년 저유가 기조가 확산, 주요 에너지 회사들이 해양플랜트 발주를 미루거나 취소하기 시작하면서 해양플랜트 관련 특허는 씨가 말랐다. 

유 변리사는 “과거 한참 특허를 많이 출원할 때는 선박과 해양플랜트 분야 특허 출원 비율이 거의 반반씩이었다. 그러나 저유가로 거의 대부분 플랜트 중단되면서 현재 해당 분야 특허 출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해양플랜트분야 특허 출원은 실제 개발하면서 특허가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프로젝트가 상당수 중단되면서 전체 특허건수가 폭삭 주저앉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조선업 특허동향은 ‘친환경’과 ‘스마트화’ 크게 두 가지로 정의할 수 있다. IMO2020으로 본격 황산화물 규제가 생겨나면서 배기가스나 오염물질을 덜 배출시키는 친환경기술이 각광을 받고 있어서다. 예컨대, LNG 재액화 기술이나 선박평형수 처리 장치 탑재 의무화 등과 관련한 특허 출원 건수가 증가세다. 여기에 자동 운항이 가능한 스마트선박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관련 특허도 늘고 있다.

   
▲ 유성원 변리사는 중국의 조선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특허 관리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중국서 호시탐탐 넘보는 한국 조선 기술… “대응 않으면 따라잡혀”

유성원 변리사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조선 기술은 의심할 나위 없이 세계 최고수준이다. 기본적으로 설계 능력이 우수해 일본과 중국을 압도한다. 통상 배 한척을 수주하는데 2년가량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설계 변경을 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한국의 경우 상황 변경에 따른 설계 변경 능력이 중국 보다는 훨씬 앞서는 상황이다.  

기자재도 우수하다. 현대중공업(힘센엔진), HSD엔진 등 우수한 선박엔진 제작업체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선박엔진 점유율의 50%이상을 국내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이 밖에 LNG선, 드릴십,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등 고부가가치 선박 부분 기술도 확보하고 있다.    

다만 완전히 안심하기는 이르다. 중국이 빠른 속도로 한국 기술을 추격하고 있어서다. 올해 초 수주량을 봐도 중국은 단기간에 한국을 압도할 수 있는 체력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막대한 자금을 등에 업고 한국 인력과 특허를 탈취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유 변리사는 “설계 능력의 경우 한국의 엔지니어들을 빼내서 유출하는 경우가 있고, 선박엔진의 경우 한국 특허를 분석하고 회피설계를 하는 등 정황이 보인다. 적극 대응하지 않으면 단기간에 따라잡힐 수 있는 만큼 중국내 특허 관리에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한 유 변리사는 대기업만큼이나 중소형조선사들의 특허 관리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변리사는 “중소형조선사들이 특허 분쟁을 대비하려면 특화된 기술이 있어야 한다”며 “큰 업체들은 대형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지만 작은 곳들은 사실상 어렵다. 다만 어느 한분야야에 좁고 깊은 분야의 특허로 우위를 점하면 다른 대형조선사들과 분쟁이 발생해도 하나의 협상무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조언했다. 

이어 “업황이 어렵다 해도 특허는 미리 준비해놓을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자율주행이 자동차 분야에서 화두지만 선박 쪽에서도 그렇다. 자율주행, 센서, IoT 등을 이용한 자율항운이 중요한 만큼 이런 부분 특화하면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본다. 실제 해당 분야에 기업 간 협력이나 제휴 들을 통해 많이들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유성원 변리사는 “중국 시장진출이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어려워졌다. 중국업체들의 기술 경쟁력 좋아진 만큼 우리 기업들 세계시장에서 싸우기 힘들어졌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때부턴 본격적인 특허분쟁이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조선 등 분야에서 우리기업들이 중국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법률적인 써포터 역할을 잘 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young@econovill.com

기사승인 2020.04.14  08:4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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