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소프트뱅크의 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자사가 투자한 위워크로부터 소송까지 당하며 어려움은 배가되고 있다. 알리바바 지분 매각 가능성까지 제기된 상태에서 일각에서는 소프트뱅크의 국내 이커머스 시장 나비효과에도 집중하고 있다.

어려운 길, 소프트뱅크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언론은 지난달 25일 소프트뱅크의 실적이 크게 하락하는 한편, 강력한 재무적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런 이유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23일 4조5000억엔(약 50조9900억원) 상당의 그룹 보유 자산을 매각하는 방안까지 발표한 상태다. 여기서 2조억엔은 자사주 매입에 쓰는 등 최대한 보수적으로 활동한다는 방침이다. 3월 초 5000억엔 상당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소프트뱅크의 생존을 위한 방어전은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위워크 등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테크 스타트업이 버블 논란에 휘말리는 한편 코로나19 사태가 번지며 경고등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여기에 1400억달러(약 174조8600억원)의 부채가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위워크에 소송까지 당했다. 로이터는 7일(현지시간) 위워크가 소프트뱅크가 약속한 30억달러(3조6천660억원) 규모의 주식 공개매입 계획을 철회한 것과 관련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가 위기에 빠진 위워크게 긴급 자금 수혈을 약속했으나 위워크가 미국 내에서 조사를 받고있는 한편 코로나19로 경영이 나빠지자 이를 철회했고, 이에 위워크가 고소고발 카드를 빼든 셈이다.

국내 이커머스 나비효과?

소프트뱅크가 어려운 길을 겪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소프트뱅크가 보유하고 있던 알리바바의 지분 일부를 매각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와 눈길을 끈다. 실제로 블룸버그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소프트뱅크가 알리바바 지분 140억달러(17조5000억원)를 매각할 것이라 보도한 바 있다.

사실이라면 두 가지 측면의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먼저 소프트뱅크의 사정이 너무 나쁘다. 연이은 투자실패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말 그대로 입지가 불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회계연도 3분기(4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무려 7001억엔(7조8000억원)의 순손실을 입으며 휘청였다.

알리바바도 사정이 좋은 것은 아니다. 지난해 4분기 클라우드 및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호조세를 보였으나,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아마존이 승승장구하는 것과 달리 의외로 주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이유로 주머니 사정이 악화된 소프트뱅크가 알리바바 지분을 일부 매각해 자본을 충당하려 한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다만 소프트뱅크가 알리바바 지분을 무리하게 매각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20% 초반대까지 유지하며 일정정도 협력방안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의외의 나비효과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강자인 이베이코리아 매각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베이가 지난해부터 지속적인 몸집 줄이기에 나서는 가운데 최대 5조원 수준의 이베이코리아를 매각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수 있는 곳은 국내를 기준으로 보면 롯데가 유력하다. 롯데온이라는 야심찬 로드맵을 준비하는 가운데 한 때 11번가를 노렸던 투자 본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평가지만, 문제는 자금이다. 그런 이유로 롯데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다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기업으로는 아마존이나 월마트, 알리바바가 거론된다. 그러나 아마존과 월마트가 당장 이베이코리아를 품기에는 역시 개연성이 부족하다.

아마존은 중동 수크닷컴, 홀푸드를 인수했고 월마트도 제트닷컴, 플립카트 등을 인수하며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으나, 아마존은 자사의 강력한 배송 시스템과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지역이 아니면 역직구와 같은 제한적 협력에만 머물고 월마트는 주로 강력한 오프라인 매장과의 시너지가 창출된다는 전제가 있어야만 움직이기 때문이다.

알리바바의 이베이코리아 인수설이 급부상하는 이유다. 미래에셋대우 정용진 연구원은 “알리바바는 쇼핑 컨텐츠 확보를 통한 사용자, 체류시간, 구매 빈도 확대가 주요 전략이며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한국 판매자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면서 “기존 티몰글로벌, 카올라를 통해 중국 중산층의 해외 직구 시장을 공략 중이며 한국 판매자는 중요성이 높다. 나아가 한국 소비자의 중국 직구도 확대시킬 수 있어 이베이코리아 실적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소프트뱅크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경영난을 겪는 소프트뱅크가 알리바바와의 연대를 어느 수준으로 조절하느냐에 따라, 이미 비전펀드를 통해 쿠팡에 지원하고 있는 소프트뱅크의 국내 이커머스 시장 영향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을 지원하는 소프트뱅크가 경영난을 무릅쓰고 알리바바와의 협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만약 알리바바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다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그 후폭풍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