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2020년형 QLED 8K TV. 출처=삼성전자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비즈니스 앞에서는 영원한 적, 영원한 우군도 없다. 

삼성전자가 액정표시장치(LCD) 수급을 위해 샤프와 다시 손을 잡아 눈길을 끈다. 계열사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QLED TV에 사용되는 LCD 패널을 수급하기 위해 샤프와 다시 파트너십을 맺었다.

현지시간 6일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 서플라이체인 컨설턴츠(DSCC)는 '삼성전자가 샤프로부터 TV용 LCD 패널을 얻기 위해 계약을 체결했거나,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국내 LCD 패널 생산을 점진적인 중단을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기준 LCD 패널의 3분의 1을 삼성디스플레이에서 공급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패널 생산중단으로 QLED TV 생산을 위해서라도 LCD 패널 공급선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DSCC는 삼성전자에 LCD 패널 공급선으로 중국 CSOT, BOE를 비롯해 대만 폭스콘이 인수한 샤프를 거론했다.

샤프는 한 때 중형 LCD 패널 생산량 절반가량을 삼성전자에 공급했었다. 또 지난 2013년 샤프가 유동성 위기에 빠졌을 때, 삼성전자가 지분 3% 가량을 구입하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샤프는 2015년에만 30인치, 32인치, 40인치 등 중형 패널 500만여 대를 납품했다.

하지만 대만 폭스콘에 인수되면서 삼성전자와 샤프의 관계는 끊어졌다. 샤프는 2016년 말 자체 TV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삼성전자에 패널 공급을 끊겠다고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폭스콘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 때문에 샤프는 지난 2019년 초 삼성전자에 LCD 패널 공급 재개 의사를 타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QLED TV로 지난해 글로벌 TV 판매액 기준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QLED TV로 쌓은 TV 시장 점유율에 새로운 QD(퀀텀닷) 디스플레이 제품으로 브랜드 가치를 이어갈 방침이다. 전환 과정에서 안정적인 LCD 패널 수급이 동반되고 있으며, 샤프와 다시 손잡은 배경이 되고 있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2분기 말부터 샤프의 LCD 패널을 구매할 예정"이라며 "샤프로부터 공급받는 물량이 연간 300만대에 달할 것이며, 55~75인치 중대형 TV 패널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한편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도 삼성전자에 LCD 패널 공급사로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까지 8K 화질을 놓고 서로 불편한 관계를 지속해왔지만, LCD 업황 악화와 과거 공급 사례를 미루어보아 개선 가능성이 남아있다. 또 코로나19로 불거진 공급선 불안정을 국내 기업간 거래로 보다 안정화를 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