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9일 전국에 있는 중·고등학교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면서 급식업체와 식자재 유통업계가 더욱 시름에 빠졌다. 일부 교육청에서 학교급식 제한적 허용 지침을 내리고, 급식비 ‘선지급 후납품’,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가정 공급 등 대안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의 빠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유치원, 초·중·고교의 개학이 사상 초유로 두 차례 연기된데 이어 9일부터 ‘온라인 개학’이 시작됐다. 개학 연기에 이은 온라인 개학으로 한 달 넘게 학교급식이 전면 중단되면서 학교 급식 관련 생산 농가와 식자재 유통, 급식업쳬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9일 중·고교 3학년을 시작으로 중·고교 1~2학년과 초등학교 4~6학년은 오는 16일, 초등학교 1~3학년은 오는 20일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맞는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전국 학교급식이 한 달 중단될 경우 학교급식에 공급되는 친환경농산물 약 812톤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매주 공급되는 약 2000톤의 친환경농산물 중 보관기간이 짧아 피해가 큰 물량은 약 203톤씩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학교 급식의 중단으로 시장의 가격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학교급식으로 납품되지 않은 물량이 시장으로 출하될 경우 해당 품목의 가격이 하락하고, 이같은 하락세는 다른 품목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이다.

▲ 지난달 30일 올라온 '학교급식업체에 대한 대책마련'에 관한 청원글. 사진=해당 청원글 캡쳐

급기야 한 급식업체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학교급식업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청원 글을 올렸다. 해당 글을 통해 1월부터 수입은 제로에 지출만 늘어나고 있다는 업계 실정을 밝혔다.

청원자는 “만약 개학연기를 미리 한 달이나 두 달 정해놓았다면 적어도 경비를 일정 부분 절약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면서 “급식업체는 계속 준비만 하다가 시간을 흘려보내게 된다”고 말했다. 30일 시작된 청와대청원은 9일 오후 기준 서명인원 1만 6000명을 넘어섰다.

이에 지방 교육청은 교직원과 부득이하게 등교하는 학생들을 위해 급식 제한적 허용 지침을 내렸다. 본래 학교급식법 상 학생이 아닌 교직원을 대상으로 급식실을 운영할 수 없다. 다만 긴급돌봄 학생과 원격교육 대체학습 희망 학생이 있는 학교는 교직원 회의를 통해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급식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현재 학교급식 제공을 두고 전남과 서울, 세종 등 7개 교육청은 제한적 허용을, 광주와 대전, 경기 등 5개 교육청은 협의 중, 대구와 전북, 충남 등 5개 교육청은 등교개학 때까지 금지하고 있다.

급식업체들의 ‘선지급 후납품’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에서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결국 빚을 내서 버티라는 것과 같다는 의견이다. 대출도 쉽지 않은 터라 3월 급식비 예산으로 쌓아두고 있는 학교가 ‘선지급 후납품’ 방식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학교급식 관련 생산자단체들도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에 처해있는 농가를 살리기 위해 이미 배정된 학교급식 예산을 이용해 친환경농산물을 꾸러미 형태로 초·중·고교 학생이 있는 가정에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초·중·고교 학생이 있는 모든 가정에 친환경농식품 꾸러미를 제공하는 경우 판로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농가 뿐 만 아니라 가공업체, 급식업체, 학교급식 관계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식재료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협의회 관계자는 “개학이 장기간 연기된 상황에서 부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판매나 유통업체를 통한 특별판매 등으로는 어려움에 처한 농민 등을 살릴 수 없다”면서 보다 적극적인 대응책을 촉구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학교 급식 중단으로 인한 친환경농산물의 온·오프라인 판매 지원에 나섰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해결방안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연이어 온라인 개학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정부가 적극 나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친환경 농가와 급식업체 등을 위해 장기적인 대책 추진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