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현대자동차 헤리티지 라이브 행사장의 방문객이 1세대 그랜저 전시차량을 살펴보는 모습. 출처= HMG저널 캡처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자동차 시장에서 새삼 기업 역사를 홍보하는 마케팅 전략이 활성화하고 있다. ‘헤리티지(유산) 마케팅’ 전략으로 오래 유지해온 브랜드의 경쟁력을 증명해 보이려는 취지다.

헤리티지 마케팅 전략은 급변하는 시장 트렌드에 적응하는데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에게 안정감과 신뢰감을 전달할 수 있으며, 최근의 트렌드를 파고들 수 있는 적절한 전략이라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지금은 기성 브랜드에 더해 신생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출범하고 있다. 이들은 또 고객 기호를 반영한 제품·서비스를 앞다퉈 내놓고 있으며 시장 추세는 고객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이점을 구현하는 한편 고객 입장에서 ‘구매 결정의 어려움’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 때 깊은 역사를 지닌 브랜드의 상품이나 서비스가 높은 고객 신뢰도를 구축하고 고객의 구매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 학계에서 제기됐다. ‘선택의 용이함’이 고객에겐 브랜드 자체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로 전이되고 수요를 불러일으킨다는 분석이다.

한국연구재단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 등재된 논문 ‘브랜드 역사가 브랜드 디자인 선호도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역사를 인지하지 못할 때보다 인지하고 있을 때 해당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또 비교적 더 오랜 역사를 지닌 브랜드를 더욱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과거 출범해 오랜 기간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아온 브랜드가 타 업계에 비해 많은 식음료·패션 업계에서 헤리티지 마케팅이 수시로 활용되고 있다. 코카콜라가 지난 2018년 브랜드 출범 100주년을 기념해 세계 각국에서 에디션 상품을 출시하거나, 샤넬·루이비통 등 명품 업체들이 브랜드의 기원이나 유산을 소재로 기획한 전시회를 여는 점을 주요 사례로 꼽을 수 있다.

헤리지티 마케팅 전략이 트렌드에 맞선 신규 트렌드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다만 각계 업체들은 차별화한 브랜드 감성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브랜드 역사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도 최근 헤리티지 마케팅 전략 사례들이 활발히 나타나 고객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요 사례로 현대자동차,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포드코리아 머스탱 등 세 업체의 최근 행보를 꼽을 수 있다.

현대차는 작년 11월 출시한 6세대 부분변경모델 ‘더 뉴 그랜저’의 광고 영상에 1990년대 출시한 초창기 그랜저를 출연시켰다. 당시 고급차로 이미 주목받았던 그랜저에 대한 중장년층 고객의 향수를 자극하고 젊은 고객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취지다. 현대차는 이와 함께 30년 넘게 브랜드 수명을 이어온 그랜저의 헤리티지를 부각시켰다.

▲ 메르세데스-벤츠의 전신인 DMG가 개발한 메르세데스 엔진을 첫 장착한 채 출시된 레이싱카 35hp. DMG 창립자는 회사 주요고객의 딸 이름인 메르세데스를 엔진 이름과 사명에 차용했다. 출처= 메르세데스-벤츠

벤츠는 이달 초 브랜드 출범 120주년을 기념한 브랜드 역사 참고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해당 자료에는 사명에 담긴 ‘메르세데스’의 유래와 업체 발전 역사, 최근 브랜드명 활용 현황 등을 설명한 내용이 담겼다. 브랜드가 시장에 출현한 후 올해 기록한 상징적 햇수인 120년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이다.

포드는 고성능 브랜드 머스탱의 전세계 고객들이 비공식적으로 만든 기념일인 ‘머스탱 데이’를 기업 마케팅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포드는 1964년 4월 17일 본거지인 미국에서 발생한 고성능 차량 ‘머슬카 열풍’에 발맞춰 개발한 머스탱 모델을 첫 출시했다. 머스탱 제품의 높은 상품성과 브랜드 가치는 마니아 고객층을 형성했고 머스탱 데이가 최근까지 이어질 정도로 붐을 일으켜왔다.

류민 모터트렌드 수석 에디터는 HMG저널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자동차 시장에서) 역사를 얘기하는 것만큼 브랜드 이미지를 진화시키는데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선 시장 외연이 확대될수록 고객에게 제품·서비스 선택에 대한 효율을 실현할 수 있는 완성차 업체가 경쟁 우위를 점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장수 브랜드로 시장 경쟁력을 입증해 보일 수 있는 완성차 업체가 더 많은 제품·서비스 수요를 창출하는 선순환을 일으킬 것이란 관측이다.

민동원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동차는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로부터 신뢰감을 얻는 것이 업체 이윤창출의 주요 관건”이라며 “완성차 업체들은 헤리티지 마케팅 전략을 통해 고객으로부터 신뢰감과 충성도를 확보하고, 고객에게 더욱 큰 신차 구매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포드 코리아가 고성능 브랜드 머스탱의 출범을 기념하는 머스탱 데이를 앞두고 진행하는 이벤트의 홍보 이미지. 출처= 포드 코리아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