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대부분 주요국 3월 선행지수 사상 최대폭 하락"

WTO "코로나19로 올해 세계 무역 32% 감소할 수도"

JP모건 “코로나19 충격에 전 세계 GDP의 약 8% 손실”

[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여파로 실물경제 쇼크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면서 금융시장에는 암울한 경고음이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8일(현지시간) 발표한 3월 경기선행지수(CLI)가 전월보다 0.8포인트 하락한 98.8로, 월간 기준으로 역대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CLI는 OECD 회원국 전체의 6~9개월 뒤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지표로, 100을 기준으로 경기 확장과 위축이 갈린다. 이 지수는 미·중 무역 마찰 우려 등으로 지난 2018년 10월 100을 밑돌고 나서 지난해 여름 바닥을 쳤다가 올해 2월까지 상승이 이어졌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로 지난달 급격하게 반전했다.

▲ OECD 경기선행지수(CLI) 추이 출처=OECD

국가별로 보면 한국은 99.34로 전월보다 0.17포인트 떨어졌다. 미국은 0.6포인트 낮은 98.9를, 일본은 0.5포인트 하락한 98.4를 각각 기록했다. 비회원국인 중국은 98.8로 0.3포인트 내려갔다.

유럽이 받은 타격은 더욱 심각하다. 영국이 98.2, 독일이 97.5, 프랑스가 98.8로, 전월보다 0.5~1.9포인트 하락했으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98.2로, 약 1.2포인트 떨어졌다.

앞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CLI가 반년에 걸쳐 급격히 하락해 2009년 2월에 사상 최저인 95.6까지 추락했다. 만일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조기에 수습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한 몰락을 경험할 수 있다.

OECD는 “CLI는 향후 경기를 점치는데 중요한 지표이지만 세계 각국의 도시 봉쇄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몰라 이런 선행지수 성격을 크게 상실했다”며 “이에 CLI는 미래보다 현재 경제 상태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코로나19가 세계 무역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WTO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무역침체를 겪게 될 것”이라며 올해 세계 무역이 13∼32%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어 “거의 모든 지역이 2020년 두 자릿수의 무역량 감소를 겪을 것이고, 특히 북미와 아시아의 수출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면서 “특히 전자·자동차 제품에서 무역이 더욱 가파르게 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또 “2021년에는 무역 회복이 예상되지만 이 역시 코로나19의 발병 기간과 정책 대응의 효과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 세계 무역에 미치는 코로나19 영향 전망 출처=WTO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낙관적 시나리오의 경우 우리 경제학자들은 2019년과 비교해 2020년 글로벌 상품 무역의 13% 감소를 예상한다”면서도 “만약 팬데믹이 통제되지 않고 각국 정부가 효과적인 정책 대응을 이행·조율하는 데 실패하면 감소치는 32%나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각국이 협력하면 혼자 행동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회복을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JP모건체이스도 어두운 관측을 제시했다. JP모건 이코노미스트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내년 말까지 전 세계 GDP의 약 8%에 달하는 5조5000억 달러(약 6700조 원)의 손실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이는 일본 경제와 비슷한 정도의 GDP가 사라진다는 의미”라고 추정했다.

이어 “경기 하강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가 손실분을 채우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며 “전례 없는 수준의 통화정책 완화와 재정 부양책에도 글로벌 GDP는 빨라도 2022년은 돼야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WSJ는 이달 금융사 이코노미스트와 경제학자 등 57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미국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이 2분기에는 -25%를 기록하는 등 올해 경제성장률을 -4.9%로 전망했다. 또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미국에서 1440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오는 6월 실업률은 13%, 12월 실업률도 10%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미국의 4월 첫째 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