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주문 건별로 수수료가 부과되는 오픈리스트 정책을 1일부터 도입한 후 점주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러한 논란을 두고 사과하는 한편 오픈리스트 정책의 연속성을 재확인했고, 점주의 52.8%가 혜택을 볼 것이라 말했으나 아무도 믿지 않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습니다.

 

이후의 전개는 점입가경입니다. 배달의민족이 점주들의 고혈을 짜는 플랫폼이라는 비판, 사실 별 것 아닌 플랫폼 ‘주제에’ 지금까지 높은 성과를 거뒀다는 비야냥, 여기서 공공 배달앱을 만들어 배달의민족을 혼내주자는 주장, 나아가 시장 독과점 우려에 따라 딜리버리히어로와의 합병을 무산시켜야 한다는 선동까지 나왔습니다. 그 중심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있습니다.

하나하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배달의민족이 점주들의 고혈을 짜는 플랫폼이라는 비판은,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점주들 입장에서는 배달의민족을 거치지 않고 주문을 받을 경우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거마비를 받는 배달의민족이 미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 배달음식 시장은 2017년 15조원에서 2018년은 20조원을 넘긴 것으로 추정되며 같은 기간 배달앱 시장은 3조원에서 8조원으로 성장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이러한 성장의 동력이 배달앱이라는 것을, 점주들은 너무 쉽게 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정성을 들여 요리를 해 고객의 집으로 음식을 배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업의 본질이지만, 간편한 사용자 경험을 바탕으로 홍보와 마케팅을 모두 지원하던 배달의민족의 역할도 상당히 중요했다는 것도 잊으면 안됩니다. 왜 잘 되면 점주인 내가 잘 해서며, 못 되면 남 탓입니까.

별 것 아닌 플랫폼 ‘주제에’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기술적 진보의 차원에서 플랫폼 비즈니스가 수수료 모델에 갇혀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비판도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별 것 아닌 플랫폼이 다양한 사업과 만나 우버가 되고 에어비앤비가 창조되며 넷플릭스가 완성됐습니다. 수 많은 라이벌을 누르고 말입니다. 그 연장선에서 묻고 싶습니다. 별 것 없는 사업자가 국내 배달앱 시장 1위라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공공 배달앱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배달의민족을 무너트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재명 지사의 주장처럼 배달의민족이 악당이라면, 공공 배달앱은 악당으로부터 우리를 구해줄 수 있는 영웅입니다.

그러나 이 영웅에게는 문제가 너무 많습니다. 일단 영웅이 있어야 할 자리는 민간시장이 아니라 감시자이자 심판의 자리입니다. 특정 현안에 논란이 발생한다고 공공의 권력이 무조건 민간의 시장에 개입하면 전체 시장의 흐름이 붕괴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성공 가능성도 낮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우리의 곁에 존재했다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무수히 많은 공공 배달앱의 역사가 증명하며, 정부의 처참한 공공앱 사용비중을 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성공을 해도 문제는 문제입니다. 공공 배달앱의 경우 점주들에게는 수수료 무료의 혜택을 제공할 수 있겠으나, 앱을 유지하고 서비스를 추진하는 가운데 들어가는 비용은 모조리 세금으로 충당되기 때문입니다. 지자체의 공공 배달앱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도 그 비용을 동일하게 내야하며, 누군가 공공 배달앱을 사용할 때 세금은 계속 빠져나가게 되어 있습니다. 점주들의 고통분담을 위해 온 국민이 지갑을 열겠다는 의지는 선한 영향력이지만, 이러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다른 방법도 많습니다. 굳이, 이런 식으로 할 이유는 없습니다.

▲ 출처=배달의민족

결론적으로 배달의민족 수수료를 둘러싼 논란의 해법을 찾으려면, 일단 그 논란의 기회비용을 따져본 후 ‘과연 논란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뭔가 액션이 필요하다면, 공공 배달앱이라는 괜한 세금 낭비는 그만두고 배달의민족을 오히려 살려 방향성을 다듬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미 시장에 진입한 민간 사업자를 굳이 법까지 바꿔 몰아낸 현재의 대한민국이 과연 이 정도의 수준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그래도 조금 차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가 있어 보인다면 배달의민족과 소통하고 시장 전체의 방향성을 느리지만 확실하게 잡아가야 합니다. 함께 논의하면서 시장을 개척한 플레이어의 노하우를 인정하고, 그 역량을 최대한 공공의 행복으로 끌어오려는 노력을 하면 됩니다. 이러한 과정이 워낙 잔잔하고 끈질긴 인내심이 필요한데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죽창을 들고 처들어가 ‘민초들을 위해 너희들을 다 죽이겠다’고 외치는 것은, 솔직히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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