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수지 기자]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가운데 회사채 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이에 순발행을 이어오던 회사채 시장이 3개월만에 순상환으로 역전됐다.

지난 3월 전체 회사채 발행규모는 약 3조1170억원, 상환액은 약 3조6050억원 수준이다. 앞선 지난 1월에는 약 1조2250억원의 순발행이 있었다. 2월도 마찬가지였으며 순발행 규모는 약 4조8150억원 수준이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채권안정펀드(채안펀드) 가동에 들어갔다. 지난 6일 롯데푸드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참여해 물량 일부를 낙찰받음으로 본격 시장매입을 개시한 것이다. 채안펀드는 롯데푸드의 수요예측에 300억원 규모로 참여했다.

롯데푸드는 현재 오는 12일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따라서 700억원(3년물)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그러나 수요예측을 통해 두 배가 넘는 140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고, 300억원을 증액하기로 결정했다. 즉 1000억원을 발행한다.

롯데푸드를 선택한 이유는

채안펀드의 1차적인 매입 기준은 등급이다. AA-등급 이상이어야 한다.

지원대상은 공모 회사채 혹은 금융채(여전채), 기업어음(CP) 등이다.

지원 규모는 10+10조원(초기 3조원)이며, 인수 규모는 차환금액의 50% 이하, 인수 만기는 3년 이내 등이다.

공모 회사채의 경우 회사채 수요예측을 통해 인수하며, 금융채(일괄신고제)는 역매입 방식을 이용한다.

이영민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 사무관은 "AA-등급 이상인 우량 회사채를 기준으로 매입한다"며 "롯데푸드의 경우 매입 대상 중 회사채 수요예측이 처음으로 열렸기 때문에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딱히 롯데푸드를 선별한 것은 아니며, 등급 등의 조건이 맞았다는 게 이 사무관의 설명이다.

그러나 채안펀드의 구체적인 집행 권한을 갖고 있는 IBK자산운용은 여러 종목들 중 롯데푸드의 등급이 AA0으로 맞아 떨어져 결정하게 됐다고 귀띔했다.

▲ 출처=현대차증권

다음 주자들도 꽃길일까

현재 IBK자산운용은 채안펀드의 롯데푸드 다음 주자를 놓고 고민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IBK자산운용 관계자는 "어떤 종목들이 거론되고 있는지는 밝힐 수 없다"면서 "등급을 가장 우선 순위로 해 매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민 금융위 사무관은 "먼저 등급 등 조건에 맞아야 매입한다"며 "채권을 발행했다고 채안펀드가 다 사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1순위는 시장 소화"라며 "시장에서 소화가 덜 된 부분에 대해서 보완적으로 채안펀드가 들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채안펀드는 시장에서 소화가 덜 된 부분에 대해서 보완적으로 들어가는 것이란 게 이 사무관의 설명이다.

따라서 한정된 재원으로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되지 않은 종목들이 해당될 예정이다.

잠재적 부실 여부는

채안펀드의 등장에 따라 시장의 전망은 긍정적이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채안펀드가 시장을 안정시킬 것"이라며 "배고플 땐 찬 밥도 맛있다"고 비유했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채안펀드로 시장선순환이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투자심리가 아직 회복되지 않아 이달 발행시장은 채안펀드 자금이 좌우할 전망"이라며 "채안 펀드 지원 대상이 AA등급 3년물 이하인만큼 발행시장에서 AA등급 위주의 3년물 이하 발행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잠재적인 부실 여부를 놓고 우려 중이다.

이에 이영민 사무관은 "장담할 순 없지만 부실화된 채권을 매입하는 것이 아닌 우량 등급의 채권을 사는 것이라 나름 안전 자산"이라며 "원래 시장에서 소화돼야 하지만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일시적으로 막혀 보완차원에서 채안펀드가 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상승세였던 회사채(3년물) 금리는 지난 6일과 7일 양일간 2.10%를 기록하며 보합세로 상승세가 멈췄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채안펀드가 들어오긴 했으나 채권 시장이 아직 안정을 찾은 것은 아니다"며 "언제든지 약세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논란이 됐던 단기 자금 시장의 문제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긴 어렵다"며 "채권 시장에서는 아직 경계감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