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유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내 정유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6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간 감산 회의가 연기된 후 유가가 다시 하락세로 전환했다. 양국간의 감산 논의가 이달 9일로 연기된 결과 글로벌 공급과잉을 부분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유가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6일(현지시간) 기준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배럴당 27.36달러로 98센트(3.5%) 하락했고, 브랜드 원유는 1.9%하락한 33.45달러로 마감했다.

ANZ리서치와 시티은행 애널리스크는 “유가를 지지하기 위한 감산이 시기적으로 너무 늦다”고 지적했다. 유가 급락에 미국 셰일업체 뿐만 아니라 글로벌 석유업체 실적도 절벽으로 떨어지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는 제품 수요마저 크게 감소해 팔아도 재고가 남아도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통상 국제 유가 하락은 정유사에 호재로 작용했지만 수요가 줄어든 시점에는 수급불균형이 발생해 손실이 커진다.

정유사들은 중동지역으로부터 정유를 매입한 후 이를 정제해 항공사와 물류회사 등 산업 전반에 공급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소비 급감으로 제품 거래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 특히 매입시점과 공급 시점간 재고자산평가손실이 확대되고 환율손실까지 겹쳐 시장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운송수단이 정유제품 수요의 60%를 차지한다”면서 “질병 확산 방지 여파로 각국의 락다운 조치가 진행된 결과 물류가 마비되면서 정유사의 실적과 주가가 바닥”이라고 말했다.

S-Oil, GS에너지, SK이노베이션 등 정유업체 실적 ‘1분기 적자 예상’

증권사들은 1분기 국내 정유업계의 영업실적이 모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마이너스 정제 마진으로 2분기에도 실적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돼 고민이 커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수요 감소로 석유제품 가격이 원유가격보다 낮은 ‘역마진’ 현상이 장기화될 우려가 가장 크다. 업계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원유를 계속 정제해야 하기 때문에 계약한 물량은 손해를 보더라도 생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황악화가 장기화 될 경우 장기적으로 진행하는 투자도 막힐 수 있어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에스오일은 올해 미래 투자를 위해 토지구입에 91억원을 지출하고 공장개선과 유지보수를 위해 5124억원 지출할 것을 계획했다. 시설투자를 위한 자본적 지출에 6530억원을 계획했기 때문에 자금조달이 중요하지만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져 희망퇴직을 통한 비용 절감까지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도 정제마진하락과 유가 급락으로 1분기만 1조원 이상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분기에도 실적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생산능력 기준으로 국내 1위 정유사인 만큼 유가 변동으로 인한 정제마진 하락 규모도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GS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도 대형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는 만큼 고민이 가중되고 있다. GS에너지는 롯데케미칼과 8000억원 규모의 합작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2023년 상반기에 준공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도 롯데케미칼과 내년 말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한 석유화학 합작사업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정제마진 하락 속 고도화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1분기에 이미 대규모 손실이 반영됐고 손해를 감수할 수 있는 여력이 적어 최악의 경우 가동률 조정이 불가피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