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출처=pixabay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반도체, 디스플레이, 통신, 자동차 등 글로벌 하이테크 산업이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최종 제품 출하량 전망치가 같은 시기 또 다시 하향될 정도로 이중침체하는 '더블 딥'(double dip)현상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하이테크 전방산업인 TV, 노트북, 모니터, 스마트폰, 자동차 등의 출하량 격감으로 후방산업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으로도 셧다운 현상이 급속하게 전이될 우려를 낳고 있다.  

3일 시장조사업체 트렌트포스의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글로벌 하이테크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따른 최신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는 기존 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난 3월 26일 마지막 업데이트한 것으로, 전반적인 하이테크 제품의 출하량 감소에 따른 다운스트림 산업의 영향을 담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주요 최종 제품으로 TV, 노트북, 모니터, 스마트폰, 자동차 등을 비교하며 올해 1분기 출하량 전망치를 낮췄다. TV가 당초 4880만대 출하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8.6% 감소한 4460만대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노트북 3500만대에서 2790만대(20.3% 감소), 모니터 2900만대에서 2620만대(9.7% 감소), 스마트폰 3억700만대에서 2억7400만대(10.7% 감소), 자동차 2100만에서 1720만대(18.1% 감소) 등으로 줄었다. 또한 연간 출하량 역시 하락 전망이 우세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최종 제품 출하량 감소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이동 제한, 생산 연기, 소비 위축 등의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한 코로나19는 글로벌 팬데믹으로 확산되면서 더 많은 도시와 국가가 꾸준히 폐쇄하고 있다. 또 많은 국가에서 증권 시장은 폭락 장을 면치 못했으며, 금융 시장에 막대한 타격을 입힘과 동시에 소비자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 글로벌 TV, 노트북, 모니터, 스마트폰, 자동차 출하량 수정 전망. 출처=트렌드포스

올해 전망이 비교적 밝았던 TV 산업은 코로나19로 인해 역성장에 돌입했다. 이 같은 역성장은 2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TV 산업은 생산과 수요 측면 모두 하방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또한 유로 2020 및 도쿄올림픽 등 주요 스포츠 빅 이벤트가 내년으로 연기돼 TV 수요가 더욱 약화됐다. 올해 TV 출하량은 전년 대비 5.8% 감소한 2억520만대로 예상되며, 향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출하량 전망치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게 트렌드포스의 설명이다.

노트북 산업은 중국발 코로나19로 ‘쇼크’ 수준의 피해를 입었다. 중국에 본사를 둔 상위 6대 노트북 OEM은 2월 생산 능력에 손상을 입었다.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비교적 안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노트북 OEM의 생산 가동률은 70%까지 올리는데 그쳤다. 또 코로나19가 글로벌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으로 확산되면서 수요 감소가 전망된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노트북 출하량을 당초 1억6420만대에서 1억5670만대로 3.5% 줄였다.

스마트폰은 생산보다 소비 측면에서 타격을 입었다. 스마트폰은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자들의 교체 주기가 길어져 전체 ASP(평균판매단가) 하락을 가져오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불거진 금융 위기는 불확실성을 야기했으며, 지난 2007~2008년 금융 위기 규모를 넘어설 수 있다”라며 “단기적으로 팬데믹이 통제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스마트폰 수요 추가 축소 가능성이 남아있다”라고 밝혔다.

자동차 산업은 주로 부품 공급망과 공장 셧다운에서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가 중국에서 맹위를 떨칠 때는 한국, 일본, 유럽의 일부 공장에서 부품 수급 난항으로 가동이 중단된 바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가 북미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공장 가동이 중단돼 부품 공급망 혼란이 발생 중이다. 또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의 유가 전쟁으로 촉발된 증권 시장의 폭락은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 트렌드포스는 1분기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24% 감소하며, 수요가 대부분 하반기로 미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종 제품 출하량 감소로 다운스트림 산업도 영향

최종 제품의 출하량 감소는 다운스트림 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즉 레스토랑에서 쇠고기 스테이크 판매량이 저조하면 재료인 소고기, 후추, 소스, 샐러드 등 주요 재료 판매량도 줄어드는 원리와 같다. 코로나19로 기술 집약적인 제품 출하량 감소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 산업의 제품 출하량도 같이 영향을 받는다.

▲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 출처=삼성전자

코로나19는 1분기 글로벌 IC 디자인 업계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글로벌 IC 디자인 회사들은 고객사가 대부분 사전에 주문을 했으며, 일부 주문은 이미 완료돼 출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IC 디자인에 대한 장치 제조업체들의 수요가 감소했다. 특히 스마트폰 및 가전 제품을 위한 IC 디자인이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또 미국 정부의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가 유지되고 있어 올해 성장세를 기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위탁생산업체(파운드리), 종합반도체생산업체(IDM) 등 웨이퍼 공급 업체는 높은 산업 자동화 공정으로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생산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지속은 국가 간 인력 이동제한과 재택근무 확산, 원자재 공급망 혼란 등을 야기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1분기 파운드리 산업은 코로나19 영향을 적게 받아 비교적 성장세를 유지하지만, 2분기부터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의 구매력에도 영향을 미쳐 실적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반도체 패키징 및 테스트 아웃소싱(OSAT) 매출도 1분기 소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제품은 올해 초 D램 및 낸드플래시 빗그로스(비트단위출하량증가율)이 각각 13%, 32%로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할 예정이다. 그러나 연말까지 수요와 공급에 구조적인 변화가 발생함에 따라 D램과 낸드플래시는 최종 제품 시장에서 수요 감소와 유사한 구매력 약화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 낸드플래시는 올해 2분기 후반 또는 하반기부터 ASP가 당초 전망보다 낮은 수준으로 증가하거나 가격 하락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디스플레이 제품은 IT 패널과 TV 패널로 양분돼 각기 다른 양상을 보였다. 지난 2월 TV 패널은 실제 출하량과 예상 출하량의 차이가 9.8%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기간 모니터, 노트북 컴퓨터 패널은 각각 25.5%, 29.9%로 큰 차이를 보였다. 코로나19는 디스플레이 제품에서 TV 패널보다 IT 패널에 더욱 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LCD 가격 하락으로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생산 철수, LG디스플레이 대형 LCD 패널 감산 등 요인까지 TV 패널 생산량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IT 패널 공급이 2분기부터 점진적으로 회복됨에 따라 전반적인 증가가 예상된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TV 패널 출하량이 전년 대비 4% 감소, 모니터 패널과 노트북 패널은 각각 3.4%, 0.4%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