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신진영 기자] 서울 전세시장이 집주인들의 ‘눌러앉기’와 거래 급감에 얼어붙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굳이 전세로 내놓지 이사를 가지 않는다"며 전세 물건이 줄어든 이유를 전했다. 이와중에 ‘반전세’(준전세, 보증금이 월세액의 240배 초과)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

반전세 물량이 늘어나는 건, 전세 물건 보유자들이 저금리 상황에 전세를 내놓는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다달이 세를 받는게 집주인 입장에서는 훨씬 이득이다. 한 전문가는 "공시지가도 한층 더 오르고, 다주택자들은 보유세 충당에 도움이 되도록 월세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 출처 = 부동산114

매물 부족에 가격 오름폭이 커지는 전세 시장


3일 부동산114가 발표한 ‘수도권 주간 아파트 시장동향’에 따르면, 기존 임차인의 재계약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서울 전셋값은 전주 대비 오름폭이 커지며 0.05% 상승했다. 이밖에 신도시와 경기·인천은 각각 0.01%, 0.02% 올랐다. 

금천(△0.18%)은 시흥동 남서울힐스테이트와 신도브래뉴가 1500만~2500만원 상승했다. 강서(△0.16%)는 화곡동 강서힐스테이트, 마곡동 마곡엠밸리7,8단지 등이 1000만~2000만원 올랐다. 강동(△0.15%)은 암사동 선사현대, 고덕동 배제현대, 명일동 삼익그린11차 등이 1000만원~2500만원 올랐다.

신도시는 분당(△0.04%)과 일산(△0.01%)이 상승한 반면, 위례(▼-0.03%)떨어졌다. 경기·인천은 인천(△0.06%), 파주(△0.05%), 의왕(△0.04%), 오산(△0.04%), 용인(△0.02%), 군포(△0.01%) 순으로 올랐다. 인천은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 위주로 수요가 꾸준하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전세시장은 기존 임차인들의 재계약 사례가 늘고 있다”며 “전세매물 출시가 줄어들면서 전세가격 오름세가 이어질 전망이다”고 말했다.

▲ 금천구 시흥동 남서울 건영 아파트. 출처 = 네이버 거리뷰

"전세 물건도 없지만, 반전세도 없다" 


"이사철이 거의 다 끝나서 전세 물건이나 반전세 물건도 하나씩 나와 있다" - 사당동 Y 공인중개업소  

서울 전반적으로 전세 품귀다. 사당동 Y 공인중개업소는 "지금 이 시기에 집을 살 수도 없으니 전세 만기가 지나도,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 올려 달라고 하더라도 눌러 앉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마포구 대흥동 B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주인 입장에서 목돈이 필요하니 전세를 올리고, 그렇지 않으면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한다"고 말했다. 

서울 주요 지역이 아니어도 외곽 지역 반전세도 매물이 거의 없다. 금천구는 최근에 반전세 물량이 늘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서는 "전세 물건도 없지만, 반전세 물건은 더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금천구 독산동 '금천롯데캐슬골드파크 1차' 전용 84.81㎡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40만원인 반전세 거래가 신고됐다. 맞은 편 '이랜드 해가든'은 이미 전세가 아닌 반전세 거래가 된다. 전용 84.92㎡가 지난달 10일 보증금 1억5000만원, 월세 50만원에 거래됐다. 16일에 보증금 2억5000만원에 월세 50만원에 실거래 신고됐다.   

시흥동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 물건이 거의 없다"며 "반전세 물량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거래하다보면, 전세보다 집주인이 월세를 받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도봉구 창동에서 한 공인중개업자는 "전세가 만기가 되면 움직여야 하는데 전세가를 올려달라고 하면 올려준다"고 말했다. 

▲ 마곡동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출처 = 네이버 거리뷰

전문가들은 코로나19사태 장기화에 따라 반전세 물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전세 물량은 0%대 금리고, 1년 정기예금 금리가 1%대다. 이런 상황에 소유자들은 전세 운용보다 반전세나 월세로 내놓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결과다"고 말했다. 이어 "집주인들이 보유세 부담이 커져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바꾼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양도세 실거주 기간이 2년으로 늘어나서 실거주로 눌러 앉다보니 전세 물량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가 직접적인 원인인데, 수요자들이 집을 보러 갈 수도 없다. 집을 사러 가지도 못하니 전세에 눌러 앉는 모양새다"고 덧붙였다. 

특히 고 교수는 "전세 물량이 줄어드는 이유는 금리 영향이 가장 크다"며 "보유세 인상 등의 세금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전세 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