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양사가 전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에 시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각국에서 운영해오던 생산공장에 최근 잇따라 휴업 조치를 내렸다. 양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국가별 정부 방침을 준수하는 동시에 유행병의 대규모 확산(팬데믹)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을 돕고 나섰다.

3일 <이코노믹리뷰>가 현대차·기아차 양사의 해외에서 생산 차질을 빚은 자동차 대수를 산출한 결과 각각 10만9924대, 5만7879대로 추산됐다. 양사 합산으로는 17만대에 육박했다.

실 가동률을 배제한 각 공장별 연간 생산가능대수를 개월 수인 12로 나눈 뒤 양사 휴업 기간이 포함된 올해 3~4월 매월 영업일 수(22)로 나눔으로써 일평균 생산대수를 산출했다. 공장별 일평균 생산 대수에 각 휴업 기간을 곱해 추정치를 도출했다. 양사는 해외 공장별 실 가동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 해외 공장 가운데 인도 첸나이 공장이 생산에 가장 큰 차질을 빚었다. 지난 1998년과 2008년 각각 설립된 첸나이 1~2공장에선 현재 크레타, i20, 액센트 등 내수·수출용 차량이 생산되고 있다. 인도 정부는 당초 병원, 식료품점 등 필수 업종을 제외한 모든 사업장의 운영을 지난달 31일까지 중단시켰다가 기간을 보름 가량 연장했다.

현대차의 또 다른 해외 주요 공략 시장인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생산 차질 대수를 기록했다. 앨라배마주(洲) 몽고메리시(市)에 위치한 공장에서는 쏘나타,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등 현지 인기 차종이 생산되고 있다. 앨라배마 공장은 당초 미국 정부의 명령에 따라 지난달 31일까지 휴업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가동중단 기간을 늘렸다.

기아차는 미국, 유럽, 인도 등지에서 가동하고 있는 4개 공장 모두 연간 1만대 가량으로 비슷한 수준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네 공장 가운데 가장 늦게 셧다운 조치된 멕시코 공장에서는 K3, 리오(프라이드) 등 차종이 생산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현재 외국 가운데 중국에서만 공장을 지속 운영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가 최초 창궐한 중국이 여전히 경제적 측면에서 수요 침체, 생산 차질 등 후유증을 겪음에 따라 양사 공장의 가동률도 현저히 낮아졌다.

현대차는 베이징 2~3공장, 창저우 4공장, 충칭 5공장, 쓰촨 공장 등을 통해 총 135만대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연산 30만대 규모의 베이징 1공장은 작년 4월 저조한 가동률 때문에 폐쇄됐다. 기아차는 연간 총 75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옌청 2~3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연산 14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옌청 1공장은 현대차 베이징1공장과 마찬가지로 낮은 가동률 때문에 작년 7월 현지업체에 넘겨졌다.

업계에 따르면 양사별 중국 공장의 가동률은 올해 들어 30~4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작년에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침체됨에 따라 모든 공정이 50% 수준으로만 가동돼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동률이 10%P 이상 악화한 셈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해외 사업장의 근로자들을 보호하고 정부 방침에 따르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각사별 해외 공장에선 현재 최소한의 인원이 공장 가동 재개에 대비해 기본적인 점검·관리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기아차 옌청 공장에서는 내부 구성원들이 사용할 마스크를 생산하는 등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현재 완성차 업체와 부품 협력사 모두 어려운 시기에 처했다”며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는대로 공장 재가동을 능동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현대자동차 인도 첸나이 공장이 가동될 당시 모습. 출처= 현대자동차 인도법인(HMI) 공식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