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자금조달 시장 경색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는 국내 초우량 기업과 공기업에도 예외가 아니다. 우량 기업은 재무건전성을 바탕으로 보유하고 있는 유보금으로 일시 상환할 때 부채비율이 급격히 상승하게 되는 만큼 회사채 차환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문제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만기도래하는 AAA급 기업은 이랜드월드, SK텔레콤, KT, 한국남부발전이다. 또한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동서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 등 공기업도 올 하반기까지 회사채 만기가 계속 도래해 자금조달을 위한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 출처=한국예탁결제원

특히 한국남부발전은 이달 1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맞으며, 6월부터 내년 1월까지 추가로 68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와 상환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1년간 8200억원을 상환하거나 차환해야 하는 만큼 자금조달에 대한 움직임이 분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한국중부발전은 부채비율마저 200%를 웃돌아 추가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중부발전의 부채비율은 241%로 2018년 말 192% 대비 49%포인트 증가했다. 한국중부발전은 3분기인 9월에 10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하며, 10월과 내년 1월 각각 700억원, 900억원을 갚거나 차환해야 한다.

한국수력원자력도 이달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데다, 다음달에 회사채 1200억원 상환일이 다가온다.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총 5600억원의 회사채 만기를 상환해야해 유동성 압박이 가중된 모습이다. 한국 동서발전과 서부발전도 1년간 각각 800억원, 4100억원을 조달해야 한다.

한국서부발전은 하반기인 7월부터 9월까지 순차적으로 만기가 돌아온다. 국내 전력 공기업들은 사모채 시장을 통해 지난해 자금조달을 꾸준히 진행했다. 신재생에너지, SPC사업 등 운용자금을 위해서 연기금, 보험사 등 국내 대표 기관투자자들과 거래해 자금을 확충해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공모채는 물론 사모채 시장마저 조달이 막히면서 막대한 차환자금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초우량등급 기업인 KT, SK텔레콤, 이랜드월드도 마찬가지다. 해당 기업들은 공모채 시장에서 회사채를 발행할때마다 기관, 외국인 투자가 몰려 기존모집액보다 두배 이상으로 증액 발행을 진행해왔다.

이 때문에 AA, BBB등급으로 평가받은 기업들보다 발행 규모가 커 그만큼 상환압박도 가중되고 있다.

이랜드월드와 SK텔레콤은 이달 각각 1000억원,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KT는 600억원을 우선 상환해야 하고 하반기인 7월에 1000억원을 갚아야 한다. KT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만기가 단기인 회사채까지 합쳐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유동부채 규모가 10조원을 넘어 상환 부담이 커졌다.

▲ 출처=금융 전문 딥서치(DeepSearch)

이랜드월드 역시 지난해 말 부채비율이 200%에 근접해 계속된 외부 자금조달에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의 채권 안정화 정책에도 주요 기관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크레딧 전문가들은 채권시장이 장기간 강세로 돌아서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3월까지 전무했던 채권 발행시장은 4월부터 차환을 진행해야 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회사채 발행을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푸드, LG씨엔에스, 한화솔루션, 호텔신라 등이 공모채 시장에 나온다. 이미선 하나금융그룹 애널리스트는 “국채시장과 달리 채권시장과 기업어음 등 단기금리 시장은 좀처럼 진정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크레딧 약세가 장기화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