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산한 분당 상권. 사진=이코노믹리뷰 김덕호 기자

[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예전 같으면 이미 학교가 개업해서 아이들이 오갔어야 하는데, 밖을 봐요 사람이 없어요. 학교에서 학원 오가는 친구들이 있어야 장사도 할 맛이 나는데 요샌 그게 없어요. 단체 주문은 확실히 줄었구요. 그런데 이 사이 객단가(방문 고객 1인당 구매 가격)는 오른 느낌이 있기는 해요."

4월 첫 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분당동~서현동 일대) 베이커리들은 대체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평소라면 일대를 오가는 사람들, 음료를 주문하고,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베이커리 안의 빈 테이블, 매장을 지키는 한 두명의 점원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오가는 사람은 줄었지만 여전히 베이커리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고, 매장들은 의외의 코로나19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확진자가 급증하던 2월말~3월초, 한때 식빵을 비롯해 빵 판매가 급증했고 1인당 빵 구매가 급격히 늘어나는 기간도 짧게나마 있었다.

지금은 안정을 찾고 있지만 질병 이슈 이후 매장의 풍경이나 품목은 다소 달라졌다. 

▲ 사진=이미지투데이

때 아닌 식빵 수요 급증…객단가도 높아져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출이요? 사실 잘 모르겠어요. 한동안은 식빵이 그렇게 많이 팔리더라고요. 코로나19가 좀 잠잠해 지고 나니 다시 제품 구색이 정상이 됐구요. 작년보다 크게 힘든지는 잘 모르겠어요."

2일 기자가 방문한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앙토낭카렘 등 베이커리 매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가 고조됐던 지난 2월 말~3월 초에는 고객들의 식빵 사재기가 극에 달했다. 대부분의 매장에서는 오전에 내놓은 식빵이 1~2시간 만에 동이 났고, 일부 매장은 1인당 한봉지의 식빵만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했다.

당시 뚜레쥬르는 전국 1300여개 가맹점에 식빵 원료 5만개를 무상 공급했고, 신세계푸드가 이마트에서 운영하는 e-베이커리(소품종 대용량 빵집)와 트레이더스 베이커리 판매 순위에서는 10위권 밖에 있던 식빵이 3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샌드위치, 아이들 간식 등 가정에서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는 제품이기에 ‘집밥’과 연관성도 높아서다.

지금의 식빵 수요는 대체로 제자리를 찾은 듯하다. 매장 곳곳에는 다양한 빵들이 진열되어 있고 물량 또한 충분해 보였다. 몽블랑, 통팥 소보로, 찹살 브레드, 초코칩 트위스트 등 소시지빵, 고로케 등 원하는 제품은 모두 찾아볼 수 있다.

다만 한 매장 담당자는 개학 시기에 맞춰 내놓는 빵들이 제 매출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두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아이들이 학교, 학원을 오가며 하나 둘 사먹는 빵이 적지 않거든요. 그래서 그런 제품들을 개학에 맞춰서 놓기도 하는데, 밖을 보세요 사람이 있나. 이건 좀 걱정이 돼요"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빵은 집에서" "음료도 집에서" 

“아 맞다! 음료가 잘 안팔려요. 매장에서 만들어서 파는 음료가 돈이 좀 되는데. 본사에서 만들어오는 음료는 매출은 크게 잡히지만 돈이 안되거든요. 마진도 낮구요. 그래서 수익은 좀 줄어들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외출이 줄자 단가가 높고, 이윤도 많이 남는 '즉석 음료' 매출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본사에서 공급하는 밀폐형 제품들은 예전에 비해 소진되는 시간이 크게 단축됐다는 말이 많았지만 즉석 제조음료는 찾는 이가 드물다고 한다.

매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방문 주부들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분당구 대부분의 지역은 주택가가 밀집해 있고, 카페 혹은 베이커리를 찾는 고객들은 학부모 또는 주부들인 경우가 많다. 학교의 개학이 늦어지고,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생겨나면서 즉석음료 소비는 줄고,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완제품 판매가 늘었다. 

▲ 한산한 분당 서현역 상권. 사진=이코노믹리뷰 김덕호 기자

분당 최고 번화가 '서현역' 5번 출구 상권은 '한산'

"예전 같으면 줄 서서 커피를 받아가던 자리인데, 지금 보세요 영 한산해요. 점심시간만 딱 팔리고 이 이후에는 별로 장사가 잘 안되더라구요. 주택가랑 가까운 곳은 그래도 좀 장사가 될텐데 번화가 쪽은 상권이 활력이 없어요."

AK플라자가 위치한 서현역 5번출구 인근은 분당지역 최고 상권으로 꼽힌다. 분당구 신도시가 생겨나면서 사람들과 돈이 모였고, 이 인근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다면 안 찾아본 이 없을 정도로 인기 좋은 핫 플레이스다. 

그러나 인근에 위치한 분당제생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평소라면 베이커리 매장과 야외 커피숍 모두 긴 줄이 섰고, 음료를 찾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이날 12시40분에 찾은 거리에는 그런 풍경이 보이지 않았다. 코로나19 타격이 크지 않은 분당지역이지만 번화가 일대는 그 여파를 피하지 못한 듯 보였다.  

한 매장 상인은 "제생병원에서 확진자 나왔다는 말이 나오면 매출이 무섭게 떨어지고, 손님도 없어져요. 문자 안 받겠다고 할수도 없고, 보내지 말라는 것도 말이 안되고 큰일이네요"라는 하소연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