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클라우드 거인들이 5G의 등장과 함께 통신 인프라와의 결합을 시도, 이를 바탕으로 엣지 컴퓨팅 영역을 공격적으로 넓히고 있다. 기존 클라우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5G에서 엿보는 한편, 전면에 엣지 컴퓨팅을 내세워 일종의 융합 플랫폼을 노리는 전략으로 보인다. 아마존 AWS과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의 각축전에 시선이 집중된다.

▲ 클라우드 업체의 엣지 컴퓨팅 영토가 넓어지고 있다. 출처=갈무리

몸집 불리는 클라우드의 '고민'
AWS와 애저, 구글 클라우드로 대표되는 '구름 위 강자'들은 데이터의 확보와 운용의 측면에서 ICT 기술의 역사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확보해 이를 유연하면서 신속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물리적인 데이터베이스 시대를 압도하는 새로운 시대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속속 클라우드 플랫폼에 올라서는 이유다.

문제는 클라우드의 중앙집중형 방식이다. 앞으로 초연결 인공지능 시대가 이어지면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고 즉각적으로 처리해야 하지만 데이터 센터를 기점으로 활동하는 클라우드는 물리적인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특히 기술의 고도화에 따라 지연(Latency)현상은 많이 개선됐지만, 앞으로 데이터가 폭증할 경우 클라우드 인프라의 한계는 더욱 선명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글로벌 클라우드 거인들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대안이 바로 5G의 등장에 따른 더 빠른 네트워크 고속도로의 등장, 나아가 엣지 컴퓨팅 기술이다.

엣지 컴퓨팅 기술은 클라우드의 지연현상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작동이 이뤄지는 기기 근처에 컴퓨팅 파워를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기기가 인터넷을 통해 클라우드를 바탕으로 애플리케이션으로 연결될 때 여전히 여러 네트워크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엣지 컴퓨팅은 이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또 데이터 처리가 소스와 근접한 곳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산업 자동화, 스마트 시티, IoT, 자율 차량과 같은 경우 기기 전력 및 대역폭과 같은 자원을 절약할 수 있다.

클라우드가 데이터 센터라는 중앙 집중형 플랫폼이라면 엣지 컴퓨팅은 각 기기의 근처에서 적재적소에 컴퓨팅 파워를 '뿌려줄 수 있는' 대안인 셈이다. 여기에 5G 네트워크의 강점이 더해지며 위력은 배가된다. 각 클라우드 거인들이 엣지 컴퓨팅을 두고 본연의 클라우드 경쟁력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는 무기로 삼는 이유다.

AWS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AWS는 지난해 12월 AWS 리인벤트(AWS re:Invent) 행사를 통해 AWS 웨이브렝스(AWS Wavelength)를 공개했다. 5G 네트워크 기반으로 한 자릿수 밀리세컨드(ms) 지연을 보장하는 속도가 인상적이다. 최근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 게임 스트리밍, 가상현실, 실시간 렌더링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의 컴퓨팅 파워를 즉각적이고 신속하게 작동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AWS 웨이브렝스는 AWS 서비스를 5G 네트워크 에지 상에서 구현해, 모바일 기기를 애플리케이션에 연결할 때 발생하는 레이턴시를 최소화시킨다. AWS 컴퓨트 및 스토리지 서비스를 5G 네트워크 에지에 탑재하는 방식으로 초저지연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5G 네트워크 에지에 AWS 솔루션을 제공한 후 초저지연을 요구하는 애플리케이션의 일부를 해당 5G 네트워크상에 배포한 다음, 이를 다시 애플리케이션과 AWS에서 구동 중인 클라우드 서비스에 연결하는 방식이다.

매트 가먼(Matt Garman) AWS 컴퓨트 서비스 부사장은 “AWS 웨이브렝스는 5G와 클라우드를 결합하여 모바일 엔드유저들에게 밀리세컨드 단위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강력하고 새로운 기술이다. 이는 차세대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의 빗장을 열어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서비스다. 과거에는 없던 독자적이고 혁신적인 이 기술을 통해 AWS 고객들이 비즈니스 혁신을 이루는 것을 볼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도 AWS 웨이브렝스의 파트너다. 상용 5G 모바일 엣지 컴퓨팅(MEC)에 관심이 많은 SK텔레콤은 AWS 웨이브렝스(AWS Wavelength)를 통해 사용자 서비스의 성능을 극대화하는 인프라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각오다. SK텔레콤 유영상 MNO 사업부장은 AWS 웨이브렝스에 대해 "SK텔레콤의 5G 네트워크를 통해 국내 어떤 규모의 기업에서도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정교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AWS와 공동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SKT의 MEC. 출처=SKT

MEC는 고객과 가까운 곳에 소규모 데이터센터를 설치, 데이터 전송 구간을 줄여 5G의 핵심인 초저지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기본적인 방식은 엣지 컴퓨팅이지만, 이를 모바일 기술에 적용했다는 뜻이다. SK텔레콤은 전국 5G 주요 거점 지역 총 12개에 MEC 센터를 구축하고 있으며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고객 최접점인 기지국 부분에 MEC를 적용해 기존 대비 향상된 초저지연 효과를 내는 5GX MEC 플랫폼을 선보인 바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 16일 5G MEC를 연동하는 기술 표준 수립에서도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ITU-T 회의에서 제안한 5G MEC 연동 플랫폼 관련 기술이 국제표준화 과제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5G MEC 기술과 서비스의 범용성 향상과 기술 생태계의 빠른 발전을 위해 연합 멀티 액세스 에지 컴퓨팅(Federated Multi-access Edge Computing) 표준 제정을 ITU-T에 제안해 승인받았다.

SK텔레콤 이종민 테크이노베이션그룹장은 “이번 표준 채택은 고객에게 세계 어디서나 5G MEC 기반 초저지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의 초석이 될 것”이라며 "SK텔레콤은 MEC 생태계 조성을 위해 표준 개발과 이용 사례 발굴 등 다양한 분야에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SKT MEC가 국제 표준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출처=SKT

한편 애저를 가동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도 인상적인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3월 26일(현지시간) 클라우드 기반 통신 네트워크 솔루션 회사인 어펌드 네트웍스(Affirmed Networks)를 인수한다고 밝히며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1일에는 애저와 5G 네트워크의 기술 결합으로 탄생한 애저 엣지 존(Azure Edge Zones)과 애저 프라이빗 엣지 존(Azure Private Edge Zones)의 프리뷰를 공개했다. 애저 엣지 존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가 통신사의 데이터센터 5G 네트워크에 직접 연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통해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은 퍼블릭 클라우드에서 애저 API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개발 도구를 활용해 5G 네트워크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초저지연, 민감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심(SIM) 지원 아키텍처를 실행할때 에플리케이션의 성능을 향상시키고 최적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애저 엣지 존은 클라우드의 지연을 일으키는 미들단계를 대폭 줄이는, 엣지 컴퓨팅의 기본적인 정신을 제대로 계승했다는 평가다.

애저 프라이빗 엣지 존은 온프레미스의 애저 스택 엣지(Azure Stack Edge)가 프라이빗 5G/LTE 네트워크와 결합한 형태로 초저지연, 보안, 고대역 솔루션을 제공한다. 통신사, SI, 기술 파트너들과의 광범위한 파트너십을 통해 고객의 프라이빗 셀룰러 네트워크(cellular networks)의 운영 및 관리를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 마이크로소프트 이동통신 파트너사. 출처=MS

클라우드 거인과 통신사의 동행
클라우드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클라우드 업체들이 엣지 컴퓨팅 영토 확장에 시동을 걸며, 이 과정에서 5G 시대를 맞이한 통신사들과 협력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AWS와 SK텔레콤의 협력과 더불어, 마이크로소프트도 애저 엣지 존과 애저 프라이빗 엣지 존을 공개하며 SK 텔레콤을 포함, 미국 최대의 통신사 AT&T 등 9개의 이동통신 파트너사도 함께 발표한 점이 단적인 사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어펌드를 인수한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통신 인프라를 통해 5G 기술을 엣지 컴퓨팅 기술 고도화에 활용하겠다는 의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구글도 최근 AT&T와의 협력으로 엣지 컴퓨팅 동맹을 체결한 상태다.

결론적으로 클라우드 업체들은 '포스트 클라우드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중앙 집중형 플랫폼의 한계를 걷어내려 노력하고 있으며, 엣지 컴퓨팅을 현재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보완할 수 있는 핵심 무기로 키우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5G 시대를 맞이한 통신업계와의 협력이 빠르게 벌어지는 한편, 양측은 클라우드 게임과 가상 및 증강현실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콘텐츠 실험을 동시에 준비하는 분위기도 포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