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 감소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 확실히 알겠지만, 일단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해진 상황이다. 유럽, 미국, 중국에서 나온 보도는 코로나19 기세가 어느 정도 꺾인 것 같다는 내용이 많다. 기사만으로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우선, 코로나19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유럽의 경우, 최악의 피해 상황을 냈던 이탈리아, 스페인에서 신규 확진자 수가 줄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의 3월 30일 신규 확진자는 4,050명. 13일 만에 최저치이고, 의미 있는 움직임이다.

이탈리아는 3월 26일 6,203명, 27일 5,909명, 28일 5,974명, 29일 5,217명 등으로 하향 곡선을 그렸고, 급기야 30일에는 4,050명으로 내려앉았다. 이탈리아의 전문가들은 이르면 일주일 내에 바이러스 확산세가 정점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스페인도 사정이 나아졌다. 3월 29일, 스페인 코로나19 사망자는 전날 28일보다 812명 증가한 7,340명으로 집계됐다. 스페인 정부는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다소 주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에라 대변인은 “이동 제한령이 시행된 뒤 지난 15-25일에 평균 확진자 증가율이 매일 20% 수준이었는데 25일 이후 12%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스페인의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가 줄고 있다는 사실은 각국 정부의 방역과 시민들의 협조가 결실을 얻고 있다는 뜻. 아직 백신이 없는 상태라서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유럽 국가에서 주춤해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 20만 명 가능성 주장

미국에서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해진 상황을 인식할 수 있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3월 29일, 데비 벅스 미국 백악관 커로나19 태스크포스 조정관은 “거의 완벽하게 대응한다고 하더라도 미국에서 20만 명의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와 함께 벅스 조정관은 “미국의 어떠한 주나 대도시, 농촌 지역도 코로나19 확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최고위 보건당국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가 적어도 10만 명-20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을 신뢰하는 상황이다.

벅스 조정관은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 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과 함께 이런 예상치를 들이밀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4월 30일까지 한 달 더 연장하는 결정을 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벅스 조정관은 미국인 사망자 수가 160만 명-220만 명이 될 수 있다는 최근 분석 모델과 관련해서는 “그것은 미국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아무것도 안 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벅스 조정관은 그러면서 “우리가 거의 완벽하게 일을 해도 사망자 수가 10만 명에서 20만 명까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벅스 조정관의 주장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미국 보건당국이 코로나19 사태를 장악할 자신감이다. 10만 명에서 20만 명은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것이 틀림없다. 따라서 실제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10분의 1, 혹은 20분의 1 정도일 수 있다.

 

중국에서 나온 코로나19 관련 2가지 보도

다음달 4월 8일 봉쇄령 해제를 앞둔 중국 우한시. 우한시는 지난 1월 23일부터 장례식과 유골 수습을 금지했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는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지난주부터, 우한시는 시내 장례식장에서 코로나19 사망자 유골을 받아 갈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유골 수습 관련 사진과 동영상 등이 중국 온라인에서 확산하면서, 새로운 의혹이 생겨나고 있다. 우한 내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공식 통계보다 훨씬 많은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우한 내 사망자 수가 축소돼왔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중국 매체 차이신은 지난주 한커우 장례식장으로 유골을 운반한 한 트럭 운전사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운전사는 지난 25일과 26일 이틀 동안 자신이 운반한 유골이 5천여 구라고 밝혔다. 우한 내 코로나19 공식 사망자 2,535명의 2배가 넘는 숫자이다.

또 다른 소식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중국 제조업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조업 재개 움직임에 이어, 한 달 만에 확장국면에 다시 진입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31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2.0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것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던 전달(35.7)은 물론 시장 전문가 예상치인 45.0를 훌쩍 웃도는 수치이다. PMI는 제조업 경기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선행 지표이다. 기준선 50을 넘으면 경기확대, 넘지 못하면 경기 위축을 의미하는 것이다.

2019년 11월부터 3개월간 확장국면에 진입했던 중국 제조업 PMI. 코로나19로 2020년 2월, 3월 위축세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2달 만에 경기 회복이 이뤄진 것이다.

코로나19 관련 비공식 사망자 유골 공개에 이어, 기대치를 웃도는 3월 PMI 수치를 내보낸 중국 정부.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 같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세계 경제 전망

코로나19 사태가 강타한 지난 1월 말 이후, 세계 경제는 2달 동안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생산, 소비, 투자 등 주요 지표가 동반 하락했고, 끝 모를 침체가 이어졌다.

이로 인해,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동시 발생했다. 코로나19 확산이 가져온 공포감만으로 세계 주가는 30% 이상 폭락했고, 선물 시장에서는 유가, 달러, 금 등이 동반 하락하는 이례적 상황이 일어났다. 경제 10년 주기설에 공포감이 더해진 결과였다.

문제는 이제부터이다. 유럽, 미국, 중국 등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주체들이 경기 회복을 암시하는 신호를 내보내고 있다. 코로나19 장악에 대한 긍정 신호와 함께, 시장 안정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3개월 전의 호황이 이어질까?

그렇지 않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다고 할지라도,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받은 실물 경제의 피해가 뒤늦게 시장에 반영될 수 있는 것이다. 교통사고 환자가 한참 만에 통증을 느끼는 것과 같다.

코로나19 사태는 세계 경제 곳곳에 감지 못할 타격을 가했고, 그 파동은 경기 회복 후에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유럽 재정 위기, 미국 정유 산업 위축, 중국 부동산 붕괴 같은 복병은 부상할 위험이 생긴 것이다. 진짜 위기는 잠시 뒤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