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파산 직전에 몰렸던 애플. 스티브 잡스는 애플을 부활시킨 비결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자신의 사고를 명료하게 다듬어 단순하게 만들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일단 그것을 해내면 산이라도 움직일 수 있습니다. 노력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죠.” 실제로 그가 내놓은 아이팟은 그전까지 MP3플레이어 제조사에서 경쟁적으로 버튼(많게는 20개 이상)을 늘려가던 상황을 ‘클릭 휠’ 하나로 정리하게 된다.

넷플릭스 경영진은 자사의 규정을 살펴본 결과 자사직원의 97%가 믿을만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회사가 3%의 직원을 규제하기 위해 모든 발생가능한 행동에 대한 강제규정을 만드는 것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회사의 창의성을 저해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넷플릭스 Culture Deck’를 통해 권한과 책임에 대한 7가지 문화적 특성을 정확하게 명시하였고 더 이상의 상세규정을 만들지 않았다. 심지어 모든 회사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근태, 비용, 출장 정책에 대해서도 직원들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고 있으며, 회사의 HR역량은 ‘옳은 사람의 채용’과 ‘미흡한 사람의 제거’라는 우수인재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복잡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업무절차가 미흡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우리는 문제를 막기 위해 또 다른 절차를 추가한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대처할 절차가 또다시 추가되는 형식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회사의 규정집은 점점 두꺼워지고 그 내용은 구성원들의 일상업무에 가이드라인이 되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1955년에 기업의 달성목표는 4~7개인데 반해 오늘날은 25~40개에 달한다. 그리고 그에 따른 업무절차상의 번잡성은 약 35배 증가하였다고 하니 복잡해진 사회, 경제적 이슈들과 더불어, 업무절차, 조직단위, 의사소통, 업무조율방식, 성과측정 등 기업내부활동 전반에서 일이 일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방식은 지금과 같은 예측 불가능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 필자는 (조직이나 개인이나) 한치앞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 이미 코로나사태로 미래마저 불투명한 현 상황에서 우리는 다시 단순해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자 한다.

* 단순한 규칙 vs 상세한 규칙

단순한 규칙이 상세한 규칙보다 효과적일까? 단순한 규칙은 어떤 사안을 판단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에 집중하도록 하여 기타 부수적인 사항이 과대평가 될 위험을 방지한다. 또한 단순한 규칙은 기억하기 쉽고 실천하기 어렵지 않기에 구성원이 자신이 내린 결정에 따라 행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규정을 촘촘히 만들어 직원들이 숙지하고 지키길 바라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오히려 그러한 규정은 직원들의 행동에 융통성을 제한하여 시시각각 던져지는 복잡한 문제에 대한 대응력을 떨어뜨린다. 단순하고 직시적이며 오해의 여지가 없이 핵심사항을 인지시킨 후 범주내 재량을 부여해야 실무진의 센스있는 대처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단순한 규칙만 중요하고 상세한 규칙은 불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어느 것을 따를 것인지는 당신이 지금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불확실성을 상대하는 것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실행효율성과 일관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상세한 규칙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업무매뉴얼이나 체크리스트 등이 그것이다.

* 단순한 규칙은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

그렇다면, 단순한 규칙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MIT슬론경영대학원 도널드 설(Donald Sull) 교수와 스탠퍼드대 공과대학 캐슬린 아이젠하트(Kathleen M. Eisenhardt) 교수는 저서 ‘Simple Rules’에서 단순한 규칙을 만드는 절차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1단계 : 회사의 이익을 늘리고 그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선택을 찾을 것.

질문 ① 우리 회사는 누구를 고객으로 설정할 것인가?

질문 ② 우리 회사는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 

질문 ③ 우리 회사는 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 어떻게 이익을 낼 것인가?

2단계 : 회사가 수익성을 개선하지 못하게 막는 판단이나 행동을 도출

특징 ① 가치창출에 직접적이고 현저한 영향을 끼친다

특징 ② 일회성이 아니라 반복되는 판단이어야 한다

특징 ③ 활용가능한 자원보다 기회가 많을 때 생긴다

3단계 : 2단계에 적용해 개선하는 단순한 규칙을 만들 것

방법 ① 4~8명 정도의 팀을 구성하여 체계적 절차와 다양한 통찰을 활용하라

방법 ② 규칙을 만들 팀에는 이를 일상적으로 사용할 사람이 포함되어야 한다

방법 ③ 쏟아낸 규칙을 놓고 협상하여 최소한의 개수로 규칙을 도출한다

방법 ④ 처음 규칙을 시험한 후 발견된 사항을 반영해 수정한다(과거, 현재사례에 대입하여 적절한지 판단)

단순한 규칙이라고 해서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단순한 규칙을 만드는 데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그에 따른 조직경쟁력 향상효과를 감안하면 충분히 필요한 과정이다. 근래와 같이 조직의 존립이 절체절명인 시기에 ‘단순화’ 하겠다는 주장이 일견 위험해 보일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복잡한 상황에 휘둘리지 말고 다시 ‘우리의 핵심에 집중하자’는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 조직이 흔들리는 것 못지않게 구성원은 더더욱 흔들리는 법이다. 단순한 규칙은 조직의 목표를 명확히 함과 동시에, 구성원에게 바운더리내 재량을 부여하여 불확실성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며, 구성원 서로에게 평균 이상의 기대심을 가질 수 있는 배경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