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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풍막이' 선언한 구현모 KT 사장...빛과 그림자는?

제왕적 경영 걷어내고 비전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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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KT가 구현모 체제를 맞이했다. KT는 30일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제38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구현모 대표이사 후보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구 대표는 오는 2023년 정기 주총일까지 3년간 KT를 대표한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KT의 미래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구 사장은 기존의 제왕식 경영방식을 걷어내고 불필요한 외풍에서 조직을 지키는 한편, KT의 미래비전을 더욱 날카롭게 가다듬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일각에서는 유료방송 및 인터넷전문은행 등의 산적한 현안, 나아가 아직도 끊이지 않는 정치적 논란에도 주목하고 있다.

   
▲ 구현모 대표가 취임했다. 출처=KT

탈 제왕경영, 통합의 가치

구현모 대표의 KT 사령탑 취임은 그 자체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먼저 33년간 오로지 KT에서만 근무한 정통 KT맨이 조직의 수장이 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실제로 구 대표는 1964년생으로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경영과학 석사와 경영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1987년 KT에 입사해 33년간 근무하며 경영지원총괄, 경영기획부문장을 거쳐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을 역임했다.

KT는 2002년 민영화됐으나 남중수 CEO를 제외하고는 KT 출신 CEO를 경험하지 못한 바 있다. 그런 이유로 지난해 CEO 공모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내부 KT맨이 CEO가 되어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고, 이는 구 대표의 등판으로 현실이 됐다.

KT에 12년간 내부 KT맨이 사령탑으로 오르지 못했다는 것은, 곧 KT가 외풍에 크게 흔들리는 조직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 의식한 듯 구 대표는 별도 오프라인 행사 없이 주주총회가 끝난 직후 사내 방송을 통해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기업을 만들 것이라 강조하기도 했다.

제왕적 권위도 내려놓고 특유의 소통을 바탕으로 KT를 탄탄한 반석위에 세우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구 대표는 주주총회에서 “지난 3개월 동안 회사 내외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 와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KT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실감했다”며 “KT 임직원 모두는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에 최우선을 두겠다”고 말했다.

KT는 기존 ‘회장’ 중심의 1인 체제를 뛰어넘어 안정적인 경영 활동이 가능한 최고경영진간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회장 직급을 없애 ‘대표이사 회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바꾸고, 앞으로 지배구조 독립성과 안정성을 높여 경영 연속성을 확보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CEO 임기 중,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중대한 과실 또는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사회의 사임 요청을 받아들인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는 최근 KT와 관련된 다양한 정치적 논란, 또는 비리 현안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구 대표가 전략기획통으로 활동한 점도 고무적이다. 5G 및 ICT 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해야 하는 시기, 구 대표의 혜안과 결단력이 적재적소에 발휘될 경우 상당한 시너지가 창출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구 대표는 “KT는 그간 쌓아온 디지털 역량으로 다른 산업의 혁신을 리딩하고, 개인 삶의 변화를 선도하는 한편 핵심사업을 고객 중심으로 전환해 한 단계 더 도약시키고 금융, 유통, 부동산, 보안, 광고 등 성장성 높은 KT그룹 사업에 역량을 모아 그룹의 지속 성장과 기업가치 향상을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황창규 회장의 경우 국내 최고 수준의 반도체 전문가지만, 다른 측면으로 보면 통신 전문가라고 보기는 모호한 구석이 있었다"면서 "구 대표의 등판은 통신 전문가가 KT의 수장이 된다는 점에서 높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때 CEO 경쟁을 벌였던 경쟁자와 함께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실제로 KT는 박윤영 부사장의 사장 승진과 함께 복수 사장 체제를 도입했다. 박윤영 사장은 지난해 CEO 선임 과정에서 구현모 사장과 함께 최종 3인에 오른 유력 후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선한 결단이라는 말이 나온다.

   
▲ 구현모 대표가 취임했다. 출처=KT

구 대표는 이후 KT 고객 서비스 최전선인 광역본부 임직원과 오찬을 하고 이어 네트워크 엔지니어와 만나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들으며 본격적인 경영 활동을 시작했다.

한편 KT는 주주 중심 경영을 강화하고 주주 편의를 높이기 위해 이번 정기주총부터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 이날 부의된 정관 일부 변경, 대표이사 선임, 제38기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및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경영계약서 승인, 임원퇴직금 지급규정 개정 등 총 8개 안건은 원안대로 처리됐다.

신임 사내이사에는 기업부문장 박윤영 사장과 경영기획부문장 박종욱 부사장이 뽑혔고, 신임 사외이사에는 강충구 고려대학교 공과대학 교수, 박찬희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여은정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표현명 전(前) 롯데렌탈 사장이 선임됐다.

   
▲ 구현모 대표가 취임했다. 출처=KT

넘어야 할 산도 있다

구현모 체제의 KT가 첫 발을 뗀 가운데, 조직 내외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먼저 구 대표가 전임 황창규 회장 시절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일부 받는 점은 리스크다. 최근 일각에서 구 대표가 회장직에 오르지 않고 소위 조건부 대표로 취임한 것을 두고 뒷 말이 나오는 가운데, 구 대표의 정면돌파 의지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가장 시급한 것은 유료방송 합산규제와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일몰된 법안이지만 아직 이와 관련된 명확한 교통정리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KT는 경쟁자들의 인수합병 및 영역팽창을 손 놓고 바라만보는 처지다. 실제로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는 티브로드를, LG유플러스는 CJ헬로를 품고 있으나 KT는 유료방송 합산규제에 막혀 이렇다 할 외연확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여전히 공전중이다.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며 가뜩이나 개점휴업 상태가 오래 지속될 위기에 처했다.

이문환 전 BC카드가 구원투수로 등판했으나 일각에서는 케이뱅크가 개정안 통과 불발로 증자에 나서기 어려운 상태에서, KT가 자회사인 BC카드를 통해 케이뱅크의 유상증자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최진홍 기자 rgdsz@econovill.com

기사승인 2020.03.30  15: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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