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가 창궐하며 삼성전자가 크게 휘청이고 있다. 스마트폰 및 디스플레이, 생활가전 모두 경고등이 들어온 가운데 그나마 사정이 낫다는 반도체 부문도 위태롭다는 것이 중론이다. 단기 실적악화는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장기적 관점의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브라질 공장을 방문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1분기 어렵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16일부터 삼성전자의 실적목표를 일제히 낮추고 있다. 이런 가운데 DB금융투자증권도 지난 23일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을 5조9000원으로 전망했으며 현대차증권은 24일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매출이 57조8000억원, 영업이익 6조3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 상태다. 목표 주가도 기존 7만1000원에서 6만40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노근창 리서치센터장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호재에도 불구하고 완제품 사업부의 실적이 감소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KB증권도 27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을 5조8000억원으로 낮춰 예상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여파로 가전 유통 채널이 중단됐고 각국 공장 폐쇄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1분기는 잔인한 시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의 리스크는 코로나19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세계를 덮치며 소비 심리가 악화되는 한편 제조 거점 셧다운이 이어지며 삼성전자는 입체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의 거대 유통망인 베스트바이가 매장 폐쇄에 나섰고, 삼성전자 단독 판매 라인도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나아가 제조 거점도 위기다.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 공장도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했고 슬로바키아 가전공장은 물론 브라질 캄피나스 공장도 맘췄다. 몇몇 공장은 재가동 일정에 따라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으나 대부분은 여전히 셧다운이다.

소비자들과 만나는 유통 거점이 막히는 한편 생산 제조 거점도 셧다운에 들어가며 삼성전자의 모든 영역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심상치않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월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4% 하락했다. 당초 예상한 것과 비교해 최악은 아니라는 말이 나오지만 타격은 타격이다. 특히 중국에서는 무려 2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8%나 떨어져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월 말을 기점으로 서서히 시장이 안정을 찾아간다는 말이 나오지만 현재 중국은 외국인들의 입국을 거의 막는 조치를 통해 2차 쇼크에 대비하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선방하고 있으나 발 밑의 공포는 커지고 있다. 당장 지난해 말 야심차게 출시한 갤럭시S20의 판매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당분간은 몸을 사려야 한다는 조언까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라인업을 통해 매출을 올리고 갤럭시Z플립 등 새로운 하드웨어 폼팩터 변화로 시장의 다양성을 타진하고 있으나, 현 상황에서 MC사업본부 전체의 실적이 꺾일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주요 제조거점이 셧다운되며 근본적인 매출 하락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생활가전도 비상이다. 일본 도쿄올림픽이 전격 연기된 가운데 프리미엄 TV 수요가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으로 대부분의 생활가전 판매고가 떨어질 가능성이 확실시된다. 나아가 슬로바키아 생활가전 공장이 문을 닫는 등 제조 인프라 자체가 흔들리는 점도 불안요소다. 판매와 제조 모두 타격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중소 유통점들도 대부분 매장을 닫고 있어 고민이 크다. 글로벌 가전업계를 호령하며 전 세계에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했으나, 코로나19로 매장 자체가 문을 닫는 고통이 이어지는 중이다.

디스플레이도 위기다. 글로벌 중소형 OLED 시장 점유율이 기존 95% 수준에서 80% 초반까지 밀린 가운데 전체 디스플레이 인프라가 흔들리는 분위기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일각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 1분기 최대 4000억원 수준의 적자를 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반도체는 코로나19로 인한 서버용 D램 수요 증가 등으로 인해 최근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상승하는 중이라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편이다. 다만 코로나19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반도체 수요 심리가 하락할 수 있는 경고는 여전하다.

삼성전자 반도체 경쟁력은 지난해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매출은 18조7500억원, 영업이익은 7조7700억원에 그쳤으며 이는 전 분기 대비 각각 43%, 24% 폭락했다.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은 준수하지만 4분기에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 둔화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주춤하는 사이 인텔이 부상하고 있다. 인텔은 지난해 4분기 매출 20조9627억원을 기록해 삼성전자에게 빼앗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왕 자리를 탈환했다. 2016년까지 부동의 1위를 지키던 인텔은 2017년 삼성전자에게 왕좌를 빼앗겼으나, 지난해 4분기 다시 화려하게 부활한 셈이다.

강력하게 키우고 있는 파운드리도 1위 TSMC와의 점유율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 갤럭시S20이 공개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장기적 관점으로 판단해야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며 크게 위태로워진 것이 사실이다. 유통과 제조 거점 모두 셧다운되는 한편 무엇보다 수요가 위축되는 점이 불안하다는 평가다.

다만 2분기, 늦어도 3분기에는 삼성전자의 실적이 튀어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의 코로나19 이슈로 불의의 일격을 당해 1분기 처참한 실적이 예상되지만, 늦어도 3분기에는 다시 수요가 살아나며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스마트폰의 경우 장기적 관점에서는 희망적인 전망이 나오는 편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피터 리차드슨(Peter Richardson) 연구원은 "스마트폰은 분명 일상 생활에서 중요한 소비제품인 것은 분명하며, 특히 최근처럼 오랜 시간 사회로부터 격리되는 환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더욱 중요하게 느껴질 수 있다"면서 "일정 시점 이후에는 지연되었던 스마트폰의 교체 수요가 결국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생활가전도 계절적 요인을 극복하는 한편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심리 악화를 넘어설 경우 반전 기회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시장 전체가 저성장 기조를 보이는 가운데 삼성전자도 어려운 시기를 보낼 가능성이 높지만, 밀레니얼 세대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프로젝트 프리즘 및 TV 중심의 스크린 에브리웨어 로드맵이 가동될 경우 라이벌 대비 높은 경쟁력을 가진 삼성전자의 존재감이 더 극적으로 발현될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를 기점으로 생활가전 전반에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가전의 사용자 경험 확대를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미 축적한 다양한 하드웨어 디바이스에 강력한 소프트웨어 전략을 녹여낸다는 뜻이며, 이는 글로벌 생활가전 업계의 강자인 삼성전자만 구사할 수 있는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이 코로나19 종료 수순과 맞물리면 순식간에 라이벌들을 압도할 수 있고, 강력한 반등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자랑하는 유연한 글로벌 공급망이 위력을 발휘하면, 상황은 더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분석도 나온다.

디스플레이는 당분간 중소형 OLED 시장 중심의 전략을 세우면서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장기적 관점에서 강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반도체는 지금의 호조세를 유지하며 시장의 분위기를 장기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2분기부터 ASP가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점은 대비해야 한다. 실제로 디램익스체인지는 "데이터센터 수요가 아직 감소하지 않고 신형 게임 콘솔 출시 날짜가 아직까지 코로나19로 인해 변경되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낸드플래시 웨이퍼 시장은 3월과 4월에 단기 성장 모멘텀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라면서도 “코로나19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므로 2분기 말부터 가격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끝까지 방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종합적으로 삼성전자의 미래는 단기적으로는 불안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한 방이 있다는 평가다. 이재윤 유안타 증권 연구원은 30일 "올해 반도체 업황 반등이 삼성전자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내년에는 폴더블 스마트폰이 대량 판매 시장으로 진입할 것"이라면서 "삼성전자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