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한국 연구진이 뇌기능 및 뇌질환 치료의 단초가 되는 대사물질을 발굴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이 4년 이상 금연하는 남성은 골절 위험도가 낮아진다는 점을 확인했다. 고려대학교병원이 대사증후군의 영상진단 가능성을 제시했다.

신경활성 조절하는 뇌 화학물질 발굴

29일 연구 업계에 따르면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은 정지혜 교수(건국대)와 김세윤 교수(KAIST) 연구진이 뇌에서 합성되는 화학물질 이노시톨 파이로인산(5-IP7)의 신경활성 조절 기능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동물모델을 통해 신경활성의 핵심인 신경전달물질 분비의 조절자로서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의 역할을 처음 입증한 이번 연구결과가 뇌질환 극복을 위해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을 표적으로 하는 후보물질 탐색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뇌의 신경세포들은 시냅스 소포체라는 작은 주머니에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담아 주고받으면서 서로 소통한다. 2013년 노벨생리의학상이 소포체를 통한 물질 운송과정을 밝힌 미국 연구자에게 돌아간 것도 세포간 소통의 중요성 때문이었다.

▲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에 의한 신경전달물질 분비 조절 모식도. 출처=한국연구재단

연구진은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을 체내에서 합성하는 효소(IP6K1)가 만들어지지 않는 녹아웃(knock-out) 생쥐모델애서 이노시톨 파이로인산 부재에 따른 효과를 분석했다.

수립된 생쥐모델을 신경생리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신경전달물질 분비가 비정상적으로 가속화되는 것을 알아냈다.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에 의해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는 소포체의 세포외 배출과정이 비정상적으로 과도함을 뜻한다.

설명에 따르면 이유를 살펴보기 위해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고 난 소포체의 재유입을 억제하는 약물(폴리마이신 또는 다이나소)을 녹아웃 생쥐모델에 처리해도 약물 반응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시냅스 소포체 순환경로에 심각한 장애가 나타나는 걸로 풀이된다.

연구진은 한 번 신경전달물질을 내려놓은 소포체는 지속적인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위해 다시 신경세포내로 재유입되는 순환과정을 거치는데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이 이 재유입 과정에 관여, 신경활성을 조절하는 것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소포체 배출을 돕는 것으로 잘 알려진 칼슘과 반대로 작용하는 뇌 화학물질로서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을 제시한 이번 연구를 토대로 신경생물학 교과서에 신경전달물질 조절자로서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이 기재되길 기대하고 있다.

기억장애,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 치매 같은 퇴행성뇌질환에서 관찰되는 시냅스 소포체 순환의 결함을 바로잡을 수 있는 중요한 인자로 이노시톨 파이로인산을 도출한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지원사업, 뇌과학원천기술사업, 선도연구센터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 셀(Cell)의 자매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이달 23일 게재됐다.

4년 이상 금연 남성 골절 위험 19% 낮아져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기헌 교수 연구진이 장기적인 금연을 통해 골절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골절은 강한 외력이 가해져 뼈가 연속성을 소실한 흔히 ‘뼈가 부러졌다’고 말하는 것을 뜻한다. 골밀도가 낮아지는 중년 이후 연령대에서 이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칫 뼈가 약해져 골절되면 신경이나 혈관, 장기를 손상시켜 출혈 및 쇼크와 같은 전신적 합병증이 올 수 있음은 물론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흡연은 이러한 골절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골밀도를 감소시켜 뼈를 약해지게 만들고 골절 발생 확률을 증가시킨다. 많은 흡연자들이 골밀도가 낮아져 골절 위험에 노출돼도 당장 금연을 시작할만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질병을 방치하고 있다. 뼈가 약해지는 것을 느껴도 단순히 노화가 원인이라고 생각하거나, 골절 예방에 대한 금연의 효과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 40세 이상 남성에서의 장기금연 시 골절 위험도 감소. 출처=분당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기헌 교수 연구진은 중년 이후 남성의 흡연 습관이 골절 위험과 얼마나 연관성이 있는지 확인하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연구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검진 코호트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2002-2013년 건강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남성 15만 637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을 흡연습관에 따라 지속흡연, 단기금연(4년 미만), 장기금연(4년 이상), 비흡연으로 구분해 골절 위험도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 4년 이상 금연 상태를 유지한 장기 금연자는 지속 흡연자에 비해 골절 위험이 17.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고관절 골절은 위험도가 18.9%, 허리 척추 골절의 경우 18.2% 줄어들었으며, 기타 부위 골절은 16.6% 감소했다. 비흡연자 역시 고관절, 허리 척추 골절 등 모든 종류의 골절에서 위험도가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금연을 4년 이하로 유지한 단기 금연자의 경우에는 골절 위험도가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 이는 장기금연과 비흡연 만이 골절 위험을 줄이는 유의미한 효과를 가지고 있음을 뜻한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강북삼성병원 조인영 전문의는 “그동안 아시아 남성에게 금연과 골절 위험도가 얼마나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한 조사가 부족했다”면서 “이번 빅데이터 연구를 통해 이를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기헌 교수는 “이번 연구로 밝혀진 바와 같이 금연의 효과를 보기 위해선 단기적인 금연에 그칠 것이 아니라 금연 상태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개인 의지로만 담배를 끊는 경우가 3~5%에 불과한 만큼 확실한 금연을 위해서는 전문의와 상담하여 맞춤형 금연계획을 세우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골다공증재단 공식 학회지(Archives of Osteoporosis) 최신호에 게재됐다.

대사증후군 영상진단 가능성 제시

대사증후군은 대표적인 만성질환으로서 허리둘레, 중성지방수치, 고밀도콜레스테롤 수치, 공복혈당수치, 혈압 등 5가지 지표 중 3가지 이상이 기준치를 초과했을 때 대사증후군으로 진단할 수 있다.

대사증후군은 인슐린저항성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지만 이것이 각 진단기준 요소들의 공통적인 요인이라고 할 수 없고, 진단기준이 모호하거나 불완전하며 진단기준치에 대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제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최근 대사증후군의 새로운 진단지표로서 영상검사를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연구가 발표되어 큰 주목을 받고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핵의학과 김성은 교수 연구진은 대사증후군 환자 203명을 대상으로 대사증후군의 지표를 많이 가지고 있을 수록 내장지방에서의 염증반응활성도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PET/CT를 통해 염증반응활성화가 일어나는 부위를 정확하게 파악해 방사성의약품인 18F-FDG의 흡수도가 내장지방에서 증가하는 것을 시각적으로 확인했다. 대사증후군에서 내장지방의 염증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왔지만 직접적으로 내장지방의 염증을 핵의학적 영상기법으로 측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성은 교수 연구진에 따르면 대사증후군의 진단지표를 3개이상 가지고 있어 대사증후군으로 진단된 사람은 진단기준지표가 하나도 없는 건강한 사람에 비해 내장지방 염증활성도가 1.14배 높았다. 대사증후군의 진단지표 개수와 내장지방의 염증활성도는 양의 상관 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사증후군의 치료로 쓰이는 항고혈압, 항 당뇨, 지질강하 약제들에 의해 내장지방의 염증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하여 대사증후군 뿐 아니라 대사증후군의 진행으로 인해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 합병증의 예방적 평가지표로 적용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김성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대사증후군 더 나아가 심혈관 질환의 위험인자로서 내장지방의 염증 활성도의 역할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기수 교수는 “후속 연구를 통해 대사증후군의 진단에 조금 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지표로서 활용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성과는 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