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수지 기자] 유가 하락과 동시에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파생결한증권) 상품이 손실 위험에 빠졌다. 이에 만기를 맞은 증권사의 DLS 상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가가 떨어진 시기와 만기 시점이 맞아 떨어지면 손실을 피하지 못 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29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유가가 본격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 16일 이후 만기를 맞은 증권사의 DLS 상품은 총 30종목이다. 앞으로 이달 내 만기를 맞을 예정인 상품으로는 총 5종목이 남아있다.

이를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NH투자증권이 11종목으로 가장 많이 만기를 맞이했다. 미래에셋대우와 신한금융투자는 각각 6종목, 5종목으로 뒤를 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한국투자증권 5종목, 신영증권 2종목, KB증권 1종목, SK증권 1종목 순으로 나타났다.

오는 30일에는 신한금융투자 1종목이, 31일에는 IBK투자증권 1종목과 NH투자증권 2종목이 만기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신영증권은 이달 만기를 맞은 DLS 상품 중 유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경우가 없어 유가 하락에 따른 손실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예정이다. 또 신한금융투자도 유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 상품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 출처=예탁결제원

유가 폭락 첫 날 9종목 만기 맞아

DLS 상품의 상환일정을 날짜별로 살펴보면 심리적 마지노선인 배럴당 30달러가 깨진 지난 16일 미래에셋대우 1종목, 한국투자증권 3종목, KB증권 1종목, NH투자증권 3종목, SK증권 1종목이 만기를 맞았다.

이날 WTI(서부텍사스유)는 28.70달러로 장을 마감하며, DLS 투자자들을 위협했다. 유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 상품의 경우 브렌트유(Brent, 영국 북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유)에 비해 WTI를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상품의 비중이 높다.

다음날인 17일 WTI는 26.95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날 만기를 맞은 상품은 미래에셋대우 1종목, 신한금융투자 1종목이다.

유가의 하락은 계속 이어졌다. 다음날인 18일에는 무려 20.37달러까지 떨어졌으며, 이날 미래에셋대우 1종목은 만기를 맞았다.

그래도 하루 뒤인 19일에는 25.22달러로 살짝 올랐다. 그러나 여전히 30달러를 회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날 만기를 맞이한 증권사 DLS에는 미래에셋대우 2종목과 한국투자증권 2종목이 있었다.

이어 20일에는 WTI가 다시 22.63달러로 떨어졌으며, NH투자증권의 2종목은 만기를 맞이했다.

미래에셋대우 1종목과 신영증권 1종목, 신한금융투자 1종목, NH투자증권 5종목은 다음 장이 열린 23일 만기를 맞았으며, 이날 WTI는 23.36달러로 소폭 올랐다.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진 23.36달러에서 24.01달러로, 또 24.49달러로 상승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26일 다시 22.60달러로 하락했으며, 이날 신영증권의 1종목이 만기를 맞았다.

다음날인 지난 27일에는 WTI가 21.51달러까지 떨어지며 지난 18일 기록한 20.37달러를 위협했다. 이날 만기를 맞은 상품은 신한금융투자 3종목과 NH투자증권 1종목이다.

이처럼 유가가 계속해서 폭락 중인 가운데 만기를 맞은, 유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 상품은 손실을 입을 위험에 빠졌다. 물론 각 상품마다 손실을 규정하는 범위가 다르긴 하다. 그러나 유가 하락으로 인해 대부분의 상품이 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판단이다.

앞으로 만기를 앞두고 있는 DLS 투자자들도 걱정이다. 유가가 반등할 기미는 조금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유가가 폭락하기 전인 지난 16일 이전 만기를 맞은 DLS 상품 41종목의 경우는 수익 상환을 받은 투자자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 올해 WTI 기초자산 DLS 미상환 잔액. 출처=예탁결제원

유가 하락 직격탄 'DLS' 미상환 잔액 늘 전망

현재 유가 하락이 시작된 이번 3월의 기초자산별 DLS 미상환 잔액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올해 WT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의 1월 미상환 잔액을 살펴보면 약 8541억원이다. 지난 2월에는 9139억원으로 살짝 늘었다.

지난 2019년 같은 기간을 살펴보면 1월 7017억원, 2월 7341억원, 3월 7653억원으로 미상환 잔액이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금액에 큰 변화는 없었다.

▲ 올해 브렌트유 기초자산 DLS 미상환 잔액. 출처=예탁결제원

브렌트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경우는 올해 1월 미상환 잔액이 약 5505억원이었다. 이어 2월에는 5368억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을 살펴보면 1월 3979억원, 2월 4124억원, 3월 4158억원으로 상승세지만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이번 3월 발생할 미상환 잔액은 기존 대비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달 만기를 맞은 유가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 상품이 손실을 피하지 못 할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지영근 금융투자협회 파생상품지원부 차장은 "유가가 많이 빠져 거의 대부분의 상품에서 손실 위험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즉 이달 만기를 맞은 대부분의 DLS 상품이 손실을 입을 전망이다. 게다가 향후 유가가 오르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추후 만기를 맞게 될 DLS 상품도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영근 차장은 "유가의 경우 정치적인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경기가 침체 됐을 때 급격히 오르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