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택근무가 오래 지속되면서 사람들은 외부로부터의 자극이 없어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소외감과 밀실 공포증이 생기는 사람도 늘고 있다.     출처= 뉴욕타임스(NY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전세계 각국에서 재택격리 명령이 선포되면서 재택근무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아마도 편안한 반바지 차림으로 일하고 있을 수도 있고 아이들이 조르면 수시로 간식을 준비해 줄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많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사무실에서 매일 얼굴을 맞대던 동료를 보지 못한 지 벌써 몇 주가 지났다. 외부로부터의 자극이 없어지면서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소외감과 밀실 공포증도 생기는 것 같다.

많은 직장인들이 사무실에서 쫓겨나 집에서 가정 생활과 병행하며 일하는 방식에 적응하려고 애쓰고 있다. 재택근무는 처음에는 원격근무 팬들에게 흥미진진한 시간이었다. 그들은 재택근무가 사무실 없는 미래를 제시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프트웨어 회사 오토매틱(Automattic)은 코로나 발생 이전부터 노동력이 완전히 분산되어 있었다. 이 회사의 매트 멀렌웨그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많은 회사들이 재택근무에 들어가자 평소 자신이 찬양하던 노동력 분산이 드디어 빛을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재택근무가 늘어나던 이달 초에 자신의 블로그에 "많은 회사들이 마침내 이미 오래 전에 시행했어야 할, 업무 유연성을 허용하는 문화를 이룰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고 썼다.

그러나 재택 근무 3주가 지난 후 그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내가 꿈꿔왔던 분산된 업무 혁명이 일어나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의 케빈 루스 컬럼니스트는 인공지능과 자동화의 시대에 원격 근무의 장단점을 연구한 결과, 원격 근무에 대한 일반적인 이상론과는 아주 다른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집에서 혼자 일하는 것을 피하고 가능하면 사무실이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연로한 부모나 장애인이 있는 사람들에게 재택근무는 좋은 선택이다. 게다가 요즘 같이 코로나가 대유행인 시기에 건강 지침을 무시하고 사무실에서 일하도록 강요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재택근무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수백만 명의 교사, 식당 종업원, 병원 의료진 등에게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든 아니든 간에, 운이 좋게도 집에서 일할 수 있게 된 사람들을 위해 케빈 루스는 몇 가지 주의사항을 정리했다.

원격 근무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흔히,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더 생산적이라는 스탠포드대학교 니콜라스 블룸 교수의 2014년 연구 결과를 인용한다. 이 연구는 중국 여행사의 재택 근무자들을 연구한 결과, 재택 근무자들이 사무실에 있는 동료들에 비해 13%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연구는 동시에 재택 근무자들이 다소 높은 생산성을 보이지만 재택 근무가 ‘창의성과 혁신적인 사고’ 같은 측정하기 어려운 부문들을 놓치고 있음도 강조하고 있다. 이 연구는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원격 근무자들보다 문제를 더 빨리 해결하는 경향이 있으며, 원격 근무자들이 팀 결속력에서 어려움을 보이고 있음을 발견했다.

▲ 연구 결과는 재택근무가 더 높은 생산성을 보이는 한편, 동시에 ‘창의성과 혁신적인 사고’ 같은 측정하기 어려운 부문들을 놓치고 있음도 지적하고 있다.   출처= Economic Times

실제로 재택 근무자들이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보다 더 짧은 휴식 시간을 쓰고 있으며 휴가도 덜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재택 근무를 하다 보면 일과 가정 생활을 분리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볼 때, 직원들로부터 추가적인 효율을 짜내려는 목적이라면 재택 근무가 좋은 방법이지만, 직원들로부터 창의성과 혁신을 불러 일으키고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재택 근무는 그리 이상적인 방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스티브 잡스는 원격근무 절대 반대론자였다. 그는 애플 직원들의 최고 역량은 이메일의 받은편지함을 여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수시로 부딪치는 데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잡스는 "창의성은 자발적인 만남과 무작위적인 토론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누군가와 마주치고,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고, '와'라고 환호하고, 그렇게 하면서 온갖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가까이 어울림으로써 우리가 공감과 협업 같은 가장 인간적인 자질을 표현할 수 있다. 그것들은 자동화할 수 없는 기술들이다. 우리가 집에 갇혀 있을 때에는 그런 의미 있는 상호간의 접촉을 놓치게 된다.

그 동안 원격 근무를 적극 추진했던 몇몇 회사들은 서로 떨어져 근무하면서도 함께 일하는 문화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실험해 왔다.

원격 근무 찬양론자였던 멀렌웨그의 오토매틱은 매년 ‘전직원 수련회’를 갖고 직원들이 한 장소에 모여 서로 사교하고 그룹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한다. 오픈소스 협업 플랫폼 키트랩(GitLab)은 평소에 원격 근무하던 직원들이 잘 모르는 동료들과의 동영상 회의 방식으로 ‘가상의 커피 타임’을 갖도록 권장한다.

만약 코로나바이러스가 계속해서 사무실에 모이는 것을 막는다면, 직원들을 행복하게 하고 더 연결되어 있도록 하기 위해 이와 같은 실험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