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유통산업발전법의 입법 목적은 ‘전통상업의 보전’ 과 ‘유통업의 발전’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법이 대기업의 지역상권 진출 규제, 전통시장과 소상인 보호 등의 내용이 담겼다고 주장한다. 이 법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소 다르다. 그들은 육성하거나 규제해야할 대상이 모호하고 시의성 또한 떨어진다고 본다. 정치권의 ‘표 몰이’, 시장 상인들의 ‘확증편향’이 묶인 결과이고 유통업 전체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코노믹리뷰>는 에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 박성의 진짜유통연구소 소장과의 지상 대담을 통해 이 법안의 한계와 문제를 들어봤다. (이하 김익성 명예회장은 ‘김’ 박성의 소장은 ‘박’으로 정리)

Q. 국회 계류중인 유통산업발전법, 어떻게 보나?

김: 이 법은 소상공인을 겨냥한 의도가 크다. 대부분이 전통시장에 대한 이슈이고 거리제한 규제가 있다. 이는 유통업이 발달한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다른 생활 환경이기에 만들어졌다고 본다. 좁은 국토,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 상권이 제한됐고 이 상권을 지키려는 ‘전통시장’과 트렌드를 따라가는 대기업들간의 갈등을 조절하자는 것이 요지다.

그런데 이 사이 유통 환경이 빠르게 변했다. 규제 대상에 오른 대형마트들은 오히려 매장을 줄이려 하고 있고, 전통시장의 성장은 정체됐다. 이들이 갈등하는 사이 법안의 과실은 이커머스가 챙기고 있다. 시류에 따르지 못한 결과다. 오프라인 시장은 축소되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고 본다.

박: 정치 논리와 상관없이 유통논리, 비즈니스 논리로 본다면 처음부터 말도 안되는 법이었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대형 마트를 규제한다는 정책은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할 뿐이다. 시장경제와 괴리되고, 현실에도 맞지 않는다.

신도시에 전통시장과 소상인들이 얼마나 있는가? 그리고 그들의 입점 위치가 대형마트 상권과 얼마나 연관이 있는지를 생각해봤다면 이 법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전통시장이 경쟁력이 있다면 신도시에도 자리를 잘 잡지 않았겠나. 소비자 선택에 의한 성장이었지 자본을 따라간 것은 아니었다고 본다.

Q. 소상공인을 살리겠다는 당초 의도대로 효과가 나올까?

김: 이미 마트와 소상공인 시장은 이용하는 사람들이 구분이 됐다. 생활습관, 편의성, 가격을 모두 고려해서 이뤄진 시장이다. 유통법이 입법된다고 해도 당초 의도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정책에는 양면성이 있다. 대형마트 죽이고 소상공인 살리겠다는 의도라면 이커머스도 막아야하고, 마트 자리에 시장을 놔야 한다. 최저임금제도 소상공인들의 부담이다. 이렇게 된다면 유통시장은 퇴보하겠지만 말이다.

박: 실효성이 없고 산업 전반의 효율성을 제고하지도 않은 법이다. 시장이 육성되려면 신규 인력 유입이 있어야 하는데 전통시장은 이 움직임이 제한됐다.

서울 광장시장이나 통인시장의 성공케이스가 있긴 하지만 이는 유통업 본래의 의도를 살리지 못했다. 농수산물 파는 시장들은 쉽지 않다. 전통시장이 저렴하고 품목도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 이점을 해당법안은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Q. 대기업의 독점을 막겠다는 법 의도도 있는데

김: 경쟁 사업자(이커머스)가 등장하면서 독점이라는 말은 의미없는 말이 돼 버렸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비자들이 온라인 구매에 학습이 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이커머스가 안돼 마트를 이용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환경이 변했다.

상권의 특수성도 봐야 한다. 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대체적으로 보수적인 패턴을 보인다. 지형의 구조, 소득의 수준에 따라 가는 곳이 정해졌다는 얘기다. 대형마트 휴무일에 소비를 줄여버리지 애써 먼 곳의 전통시장을 찾아가지 않는 이유다.

박: 정치권에서도 아마존 모델, 알리바바 모델을 이야기한다. 이는 전형적인 독점 모델이지만 이들이 고객에게 폭리를 취하는가? 그렇지 않다. 불법적인 덤핑, 후려치기, 끝없는 확장은 제한을 해야 하지만 지금의 오프라인 유통은 그게 안된다. 롯데와 신세계 모두 매장을 줄이려는 판국인데 영업을 더 줄이라는 것은, 전통시장 살리겠다고 기존 업체를 죽이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독점 사업자가 나오기 힘든 구조다. 소매시장을 약 300조원 규모로 보고 있는데, 온·오프라인 통합몰 점유율 10%를 하는 기업이 없다. 유통 거인들이 서로를 압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쿠팡, 마켓컬리 같은 신규 업체들이 입지를 키운다. 지속적으로 새 사업자가 등장하고 기존 업체들이 변화하는 형태다. 이 같은 생태계를 육성하는게 좋지 않을까.

Q. 전통시장도 유통의 한 축이다. 육성 방법은 없을지

김: IT가 발전하면서 소상공인들도 온라인과 기술과 혁신에 뒤쳐지면 안되는 시대가 왔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온라인이 오프라인보다 편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에 소상공인과 오프라인 업체들이 손잡고 배송을 같이 하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 좋다고 본다.

마트는 마트의 경쟁력, 백화점은 백화점의 경쟁력, 소상공인은 그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다만 소상공인은 개인들의 집단이기에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기 어렵다. 때문에 배송서비스를 강조하거나 앱 하나로 시장 전체에서 쇼핑을 할 수 있는 통합 서비스를 만들어 보급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 될것으로 본다.

박: 기본부터 보자. 가격표가 없는 경우가 있고, 상품명이 명확히 적혀 있는 점포도 많지 않다. 어떤 제품이 좋고 신선한지 봐야 하는데 이건 주인이 가장 잘 안다. ‘정(情)’을 강조하는 문화인데, 이건 반대로 보면 정량화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한다. 공정하지 않다.

자금지원보다 자립지원이 좋다고 본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 전통시장 상품권, 주차장 및 시설투자에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유통업의 예는 아니지만 최근 삼성전자에서 마스크 제조기업을 도운 사례를 봐라. 물류와 생산설비 변경을 도운 것 만으로도 생산량이 50% 넘게 늘었다. 이런 것이 진짜 지원이다.  

Q. 마지막으로 소신 담은 의견 한마디 부탁한다.

김: 전통시장 상인들은 “대형마트 때문에 우리가 힘들어”라는 확증편향이 있다. 사실은 지속적으로 줄어왔던 것 뿐이고, 대형마트 매출도 떨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말이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이에 편승하고 선동하고 표심을 노린 정책을 내놓는다. 그들의 표, 그리고 약자를 돕는 정의의 사도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이 어디 시장 가서 뭘 사 먹어 봤겠나? 현실을 봐야지 (유권자들의) 표를 보면 안된다.  

박: 어떤 유통업체도 불법으로 성장하지 않았다. 정상적인 상행위 속에서 선택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시점이 변하고 표 몰이를 하겠다고 정치권이 움직인 것은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본다. 정치권 주장이 맞다면 이커머스도 한달에 두 번 휴업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전통시장이 업계 3위라고 치자. 이 시장 1등 시키겠다고 1~2등을 공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