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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진 칼럼 : CEO만 보세요] “시끄러, 됐고, 조용히 해, 문제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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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을 이렇게 했어?”

“그게, 저 사실은 말입니다.”

“시끄러!”

“아니, 그게 아니라 실은.”

“됐고!”

“아니 물어 보셔서 말씀 드리려던 참인데요.”

“조용히 해!”

“예, 하지만.”

“문제가 뭐야?”

Quiz) 위 대화는 어떤 사이에서 나올까요?

연인 사이   ② 부부 사이   ③ 친구 사이   ④ 갑을 사이   ⑤ 부모와 자녀

정답은 독자 여러분들이 알아서 판단하시기 바란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대화가 의외로 드물지 않다. 혹시 지난 한 주 사이에 이런 류의 대화를 했거나 들었던 사람들은 그때 어떤 관계에 놓여 있던 사람들인지를 한번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최근 저녁 자리에서 어느 지인이 살짝 짜증을 냈다. 자기가 잘 아는 라디오 방송 PD가 있는데, 어느 날 라디오에서 다룬 프로그램에서 ‘시끄러, 됐고, 조용히 해, 문제가 뭐야?’라는 말을 다루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프로가 방송으로 나간 직후에 PD에게 연락해서 막 뭐라 했는데, PD 왈 ‘이 말은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지어낸 말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지인은 ‘이거 내가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말인데, 나한테 뭐라 하고 싶어서 일부러 방송을 그렇게 만든 거 아냐?’라며 살짝 따졌는데, PD는 ‘오해 마시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내가 이런 말을 자주 사용하는 지에 대해 반문을 해왔다.

“예, 툭하면 쓰십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내가 답했다.

“그렇지만 자네한테는 잘 쓰지 않잖아?”

“저는 그런 말이 언제 나올 지 알기 때문에 미리 선수를 쳐서 입막음을 해서 그렇죠.”

“그래? 앞으로는 쓰지 말아야겠는데.”

“설마요. 괜히 어색하게 그러지 마세요. 이미 입에 붙어 있으신데요.”

 

타선은 타선 짜는 전문가에게, 감독은 커뮤니케이터로

그 지인과 함께 본 사람들 중에서는 그 분에게 고개를 빳빳이 세우거나 말대꾸를 하는 사람을 볼 수 없었다. 덩치가 산만한 사람도, 대차기로 소문난 사장들도 그랬다. 하물며 그의 발길이 닿는 그 어느 곳에서도 사람들은 ‘회장님’이라는 호칭을 내세우며 움츠러들기 일쑤였다. 그들 대부분은 그에게 자금을 빌린 사람이거나 그가 소유한 건물에 임대 들어 있는 사람들이었다. 내가 그들처럼 그렇게 움츠리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비교적 나와는 상하관계나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나에게는 아랫사람 대하듯 하지 않고, 채무자 대하듯 하지 못한다.

미국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뛰고 있는 최지만 선수가 2019년 시즌 동안 OPS 0.822, 19홈런, 63타점을 기록했다. 한 방 능력이 있는 좌타 1루수에게 적당한 타순은 클린업 트리오다. 대부분 3번이나 5번에서 뛰었고, 가끔 4번 타자로도 나서기도 했다. 그런데 7월부터 1번 타자로 종종 나오더니 7월29일부터 8월8일까지 7경기 연속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평소 같지 않은 타선이라 최지만 자신도 신기해서 구단에 물어본 적이 있었단다. 그건 ‘실험 정신’이 강한 탬파베이가 또 한 번 도전한 실험이었다. 선발 투수에게 1~2이닝만 맡기는 ‘오프너’에 이어 장타력 있는 타자를 1번 타자로 내세우는 ‘타선 오프너’ 실험이었다는 것이다. 탬파베이는 1번 타자에 가장 강한 타자를 내세워 경기 초반부터 장타력으로 선취점을 높이는 것이 승리 확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계산을 해두고 있었다.  탬파베이는 그런 투 트랙 ‘오프너’를 발판으로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최지만이 “그래서 타선 짜는 사람에게 물었다”고 한다. 타선 짜는 사람? 최지만은 그런 사람이 있단다. ‘코칭스태프 중에 타선 짜고, 마운드 운영 순서 정하는 인물’이라고 했다. 설명에 따르면, 상대 투수진과 탬파베이 타자 중 뛸 수 있는 선수를 입력하면, 컴퓨터가 시뮬레이션을 해서 최적의 타순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감독 및 코칭스태프가 회의를 열어 최종 라인업을 결정한다. 기자의 질문에 오히려 최지만은 “에이, 요즘 감독이 타순 짜는 팀이 어디 있어요? 다른 팀도 다 그렇게 해요”라며 웃으며 대화를 마무리 지은 모양이다.

과거 야구 감독의 역할은 ‘모든 영역’에서 절대적인 지배력의 소유자였다. 선수 육성과 스카우트, 신인 지명에 트레이드까지 모두 감독 손을 거쳐야 했다. 감독은 야구의 전지전능 절대자였고, 그 역할을 요구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흘렀고 야구가 바뀌었다. 감독의 역할도 달라졌다. 그래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더 큰 힘을 얻는단다. 트레이닝과 스카우트 등의 분야들은 이미 자기 영역이 확실해졌다. 선수단 구성은 감독 대신 단장이 맡고, 책임진다. 이제 심지어 타순도 감독이 짜지 않는다. 투수 운영의 밑그림도 컴퓨터가 대신한다. 경기 중 순간순간의 ‘결정’ 정도만 감독의 몫으로 남아 있다. 물론 아직 우리의 얘기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고 야구 감독이 모두 ‘허수아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감독에게는 더 중요한 역할이 주어진다. 최지만은 탬파베이 케빈 캐쉬 감독에 대해 “나를 둘러싼 감독과 팀의 모든 결정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고 말했다.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면, 왜 빠졌는지, 지금 빠지는 것이 최지만에게 앞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이어지는 식이다. 이를 통해 선수단 전체의 힘을 하나로 모은다. 2020년 감독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예지력도, 카리스마도 아닌 ‘설명’을 통해 이해시키는 능력이다. 바로 커뮤니케이터가 되는 것이다.

 

불 난 극장에서 기대야 하는 사람은 알바 안내원

2020시즌은 4월에 시작되기는 할 모양이다. 스프링캠프를 지나고 개막전에 맞춰졌던 컨디션을 다시 끌어내리고 있다고 한다. 최상의 몸 상태는 개막시점에 맞춰서 올려야 한단다. KBO리그 감독들에게 캠프 기간은 선택과 결정의 시간이다. 선발, 중간, 마무리, 각 포지션의 주전 등 수많은 일들을 결정해야 한다. 감독의 역할이 바로 거기에 있고, 감독들은 모두 그 역할에 능하다. 아직은 전지전능한 능력과 판단력을 보유한 감독들의 모습들이다. 하지만 예전과는 확실히 변하고 있다. ‘닥치고 내 말만 들어라’던 예전의 모습들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탬파베이에서 계속 성공한다면 커뮤니케이터 같은 감독의 모습들이 보편화가 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페이스북에서 본 글이 있다. ‘극장에서 불이 났을 때 의지해야 하는 사람은 극장에서 알바로 일하고 있는 안내원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니만큼 사회에서 한 자리씩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불이 나서 암흑천지로 변해버린 상황에서는 그 알바 안내원의 안내를 받는 것이 최우선이다. 극장 내부의 지리에 밝은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안내 훈련을 받은 유일한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전문가의 의견을 좇아야 한다고 다들 입을 모은다. 그래서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을 비싼 몸값에 모시려고 한다. 하지만 정작 결정적인 상황에서는 계급논리 짬밥논리에 밀릴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꼭 필요한 말을 참고 듣는 것은 생각보다 인내심을 요구한다. 계급이 올라갈 수록, 짬밥이 늘어날수록 인내심의 깊이는 얕아지기 마련이다. 굳이 ‘시끄러워, 조용히 해, 됐고, 문제가 뭐야?’ 같은 단호한 표현의 말이 아니더라도, 아랫사람의 입을 다물게 하는 도구와 스킬은 백만 가지는 넘을 성 싶다.

그렇게 백만가지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요구하는 것이 또 있다. 과정은 됐고, 결론만 말하라는 것이다. ‘청진기 딱 대 보면’ 진단 때릴 수 있는 의사도 아니면서 자초지종은 생략하라는 것이다. 함께 협의해서 조정하고 서로 지원할 부분을 찾고 해법을 찾고자 하는 프로세스는 생략을 요구한다.

야구 얘기가 나온 김에 하나 더 하자면, 미국의 가난한 야구단이었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위기의 상황을 극복하고, 미국 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20연승을 달성하며 성공했던 얘기를 다룬 ‘머니볼’이라는 영화가 있다. 다소 길고 지루했던 그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대사는 “선수를 사는 것이 목표가 되어선 안 돼요. 목표는 승리를 사는 거예요.”이다. 이를 바탕으로 겨우 26만불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출루율이 높으면서도 저평가된 선수들을 찾아냈다.

아무리 뛰어난 감독이라도 ‘닥치고 나가서 공이나 쳐!’라고 압박하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기업의 성공이 한번만 하고 나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은 태생적으로 성공하고 또 성공해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완벽한 척하는 것보다 불완전함을 발견하고 대응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이다. 실수로부터 매우 귀중한 교훈을 배우고,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성공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게 되는 길이다. 화재가 나면 일단 건물의 전기가 나가 버리고 암흑천지가 된다. 방향감각조차 잃어버린 그 때에 극장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안내하는 알바다. 그에게 ‘시끄러, 조용히 해, 됐어!’라고 한다면 살 길은 요원하다.

구동진 칼럼니스트·홍보인 expert@econovill.com

기사승인 2020.04.07  07: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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