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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사건] ‘유언대용신탁’은 ‘상속설계’의 대세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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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는 망인이 된 A씨의 첫째 며느리와 그 자녀들이 A씨의 둘째 딸을 상대로 11억여 원을 돌려달라며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하였으나 패소하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이는 둘째 딸을 편애한 A씨가 둘째 딸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 사망 3년 전에 하나은행에 가입한 ‘유언대용신탁’자산인 ‘하나 리빙 트러스트 신탁재산’에 대하여 청구인 측인 첫째 며느리와 그 자녀들이 ‘유류분’을 주장했지만 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이번 소송에서 문제가 된 ‘유류분’ 반환청구권은 무엇인가?

사유재산이 인정되는 자유시장 경제 질서 하에서는 누구나 자신이 소유한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증여할 자유를 가진다. 이는 상속에서도 마찬가지로 망인은 생전에 자기 자녀들 중 특별히 애착이 가는 특정 자녀에게만 자신의 재산을 모두 상속하는 식의 유언을 남길 수 있으며, 이러한 유언은 유효한 것으로 인정된다. 다만, 이러한 자유를 무제한적으로 허용하게 되면 망인으로부터 아무런 재산도 상속받지 못한 상속인은 그 생활기반 자체가 무너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민법은 1979년 ‘유류분’이라는 제도를 도입해 상속에서 소외된 상속인도 최소한의 상속재산을 받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민법 제1112조 이하). 이에 민법은 상속이 이루어지는 시점, 즉 망인이 사망하는 시점에 ① 망인이 소유한 재산, ② 상속인 및 유류분이 침해될 수 있음을 아는 제3자에게 증여된 재산, ③ 사망하기 1년 이내에 그러한 사실을 모르는 제3자에게 증여된 재산을 모두 합산한 금액에서 ④ 상속 관련 채무를 공제한 금액을 기준으로, 배우자와 직계비속의 경우 민법이 정한 법정상속분의 1/2만큼을 유류분으로 보장해 주고 있다. 이 경우 위와 같이 산정된 유류분에 미달하는 재산을 증여 혹은 상속받은 상속인은 그보다 많은 재산을 증여 혹은 상속 받은 상속인에게 유류분에 미달하는 만큼의 차액을 자신에게 반환해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다.

   
 

- 이번 판결, 왜 주목받나?

이번 판결의 쟁점은 망인이 자신이 사망하기 3년 전 자신의 둘째 딸을 위해 금융기관에 ‘유언대용신탁’으로 맡긴 재산(이하 신탁재산)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다고 볼 것이냐는 것이었다. 만약 이 사건 신탁재산을 ‘망인의 것’으로 본다면, 이는 유류분 산정의 기초 재산으로 편입되어 이 사건 첫째 며느리 및 그 자녀들이 유류분으로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반면, 만약 ‘금융기관의 것’으로 본다면, 이는 유류분 산정의 기초 재산으로 볼 수 없어 유류분 반환청구의 대상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유언대용신탁’이란 ‘위탁자’로서의 망인이 자신이 사망하더라도 금융기관 등 ‘수탁자’로 하여금 자신을 대신해 자신의 자녀 등 상속인인 ‘수익자’를 위해 재산의 관리, 처분, 운용하도록 체결한 계약을 말하는 것인데, 이 때 ‘위탁자’의 재산은 ‘수탁자’에게 소유권이 이전되거나 담보권이 설정되는 등 처분이 이루어진다는 특징을 갖는다(신탁법 제59조). 즉, ‘위탁자’의 재산은 ‘수탁자’에게 소유권이 이전되는 등 처분이 이루어져 있지만, ‘수탁자’는 ‘위탁자’와의 신탁계약에 의해 오직 ‘수익자’를 위해 해당 신탁재산을 관리, 처분, 운용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신탁재산이 유류분 반환청구의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그 동안 학계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는데, 이번 사건은 그와 관련하여 법원이 내린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재판부는 ‘유언대용신탁’으로 맡긴 재산의 소유권은 ‘위탁자’인 망인이 아닌 신탁을 받은 금융기관, 즉 ‘수탁자’가 가진다면서, 특히 신탁계약이 3년 여 전에 체결되었다는 점, 금융기관으로서는 그것이 유류분을 침해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몰랐다는 점을 들어 결론적으로 유류분 산정의 기초 재산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 ‘유언대용신탁’, 앞으로 ‘상속시장’이 주목해야 할 화두

이번 판결은 청구인 측의 항소로 신탁재산이 유류분 산정의 기초 재산이 되는지, 그래서 유류분 반환청구의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최종적인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향후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이번 판결이 그대로 굳어진다면, 그 동안 ‘상속시장’에서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유언대용신탁’은 ‘상속플랜’의 새로운 대세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껏 ‘상속설계’과정에서는 망인이 사망 전에 유언을 통해 상속인들의 지분을 임의로 지정하거나 제3자에게 증여 또는 유증을 통해 재산을 이전한다 하더라도 ‘유류분 제도’의 제약으로 인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충분히 실현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그러나 만약 ‘유언대용신탁’이 유류분 반환청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법리가 확립될 경우, 망인은 사망 전에 ‘유언대용신탁’ 제도를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상속설계’를 할 수 있고, 극단적으로는 자기 재산을 상속인 일부, 심지어는 상속인 전부에게 주지 않더라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반대로 민법상의 ‘유류분제도’는 사실상 사문화될 수 있어 ‘유언대용신탁’은 ‘상속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pert@econovill.com

기사승인 2020.03.24  11: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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