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수지 기자] “투자가 합리적으로 진행된다면 인생에서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공감하고 싶다.”

약 3만5000여명의 이웃을 거느린 유명 투자블로거이자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 기업분석실 팀장인 송선재 연구원. 그는 온라인상에서 송선재라는 이름보단 ‘와이민’이란 닉네임으로 통한다. 와이민은 그가 사랑하는 아들의 영어 이름이다. 아들의 영어 이름을 닉네임으로 쓸 정도로 진실 되게 살고 싶다는 그. 온갖 불신과 사기 등이 판치는 차갑고 냉정한 투자세계에서 진실성 있게 시장을 마주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투자는 원래 어렵다”

그는 투자 세계에 있으면서 기업 분석 리포트 외에 투자 블로그나 저서 또는 번역 등을 통해 다른 투자자들과 소통한다. 그가 쌓아온 투자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혼자 잘 먹고 잘 살아도 될 텐데, 아들의 영어 이름까지 걸고 나누려 한다. 그는 투자가 합리적으로 진행된다면 인생에서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다른 투자자들과 공감하는 것이 목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요즘처럼 국내 주식 시장이 안 좋은 상황에서 송선재 팀장은 이렇게 말한다.

“투자는 원래 어렵다. 어렵기 때문에 안한다고 하면 그것도 현명한 선택이다. 그러나 조금 더 나은 수익을 위해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다면 합리적으로 했으면 좋겠다. 합리적으로 투자를 한다는 것은 사람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투자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다. 또 건강한 투자 철학을 구축하며, 좋은 투자습관을 연마하는 것이다. 사실 투자가 어려운 것은 이 부분이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송 팀장은 종목 추천과 같은 인스턴트 접근보다는 음미하고 되새김질할 수 있는 사골국과 같은 접근을 추구한다.

즉 그는 투자 세계에서 길고 안전하게 살아남는 방법 중 하나는 ‘안분지족(제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아는 모습)’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그는 “스스로의 가능성을 제약하라는 말이 아니다”며 “투자의 세계는 넓고,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투자 방법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어 “다른 사람에게 맞는 투자 방법이 나에게는 맞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누가 맞다 보다는 다르다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자신이 모르는 것은 너무 많다. 미래에 대한 접근도 마찬가지다. 경험상 투자에 실패하는 사람의 상당수는 이를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인정하면서 부끄러워하지 않고 경험하며 배워 나가면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게다가 자신이 아는 범위에서 투자를 해도 투자할 곳이 많다고 그는 조언했다.

그는 건강하고 합리적인 투자 철학과 투자 방법을 배우고, 이 범위 내에서 투자를 한다면 시간은 항상 투자자들의 편에 설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따라서 투자는 어렵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을 도려내고, 어려운 시기를 피하면서 능력범위 내에서 투자를 해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이렇게 수익이 쌓이고 경험과 실력이 늘어나면 장기적으로 복리 효과가 발생해 부를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 비법은 없어… 가치투자를 목표로”

그는 투자 비법에 대해서는 “당연히 없다”고 말한다. 흔히 ‘좋은 기업의 주식을 가치 대비 싸게 사서 가격이 가치를 반영할 때까지 기다린다’라고 말하는데, 이 당연한 것을 비법이라고 하면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그는 투자를 방법론이 아닌 철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려고 한다. 가치투자가 목표인 그는 스스로를 완성형 투자자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워렌 버핏, 찰리 멍거, 하워드 막스, 세스 클라만 등과 같은 투자 대가들의 글을 보면서 배우고 성장하기를 바라는 그다.

송 팀장은 실제 워렌 버핏을 만나 강연을 듣고 식사도 한 경험이 있다. 미국에서 MBA 과정을 밟던 중 학교를 통해 기회를 얻은 것이다. 이때부터 그는 가치투자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초보 시절 차트 투자·단타 매매로 쓴 경험

유명 투자블로그를 운영하고, 책을 쓰고 번역하거나, 기업 분석 리포트를 내는 등 투자 전문가가 된 지금의 송선재 팀장. 그는 이렇게 되기까지 꽃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경제신문을 챙겨봤다던 그는 신문을 통해 기업들의 성공 스토리에 매료됐다고 한다. 그 영향으로 그는 기업인이 되고자 경영학과에 입학했으며, 재무학을 공부하면서 주식을 알게 됐다. 대학교 3학년이 돼서는 과외를 통해 돈을 모아 본격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싼 주식만 사려고 하다 보니 관리종목을 샀다”며 “결과적으로 대차게 말아먹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송 팀장이 투자에 실패했던 이유는 차트 투자, 단타 매매 등을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신의 능력 밖인 투자를 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후에는 가치투자를 배우면서 무난하게 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물론 개별 종목에서 자잘하게 투자 손실을 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전체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는 꾸준히 성과를 냈다는 송 팀장. 이는 잃지 않는 투자를 지향해 과도함을 경계하는 편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주식 투자 수익을 통해 유학을 가기 전 어머니께 작은 집 한 채를 사드릴 수 있었다”며 “인생에서 가장 뿌듯한 순간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력과 운이 만나면 월급쟁이 이상의 수익도 가능하다는 점이 투자자로서의 삶을 살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밤 12시·주말 일도 즐거워

지금의 그를 만든 것은 실패의 쓴 경험 외에 늘 부지런히 갈고 닦았던 성실함도 한 몫 한다.

2000년대 초반 투자업계에 처음 발을 들였다는 송 팀장. 국내 1위의 자산운용사에 채용됐음에도 ‘월급쟁이로 살 것인가’ 혹은 ‘투자자로 살 것인가’의 선택의 기로에서 투자자로 살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후 작은 부티끄(적은 숫자의 고객에게 특정 금융상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규모의 특화된 전문회사)에서 기업분석 일을 배웠다. 사실 자리가 없었지만 직접 기업분석 리포트 20장을 써서 이력서와 함께 제출하는 열의를 보여 입사했다는 그다.

그는 “실력은 부족했지만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가득 찬 20대였다”며 “매일 밤 12시까지 일을 하고, 주말에도 일을 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배들도 좋은 가르침을 많이 주셔서 투자에 대한 기본을 가장 많이 습득했던 시기”라고 돌아봤다.

이후 송 팀장은 리서치 일을 하면서 기업분석 등 그의 방법적 기량이 일취월장하게 늘었다고 한다. 펀드 매니저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송 팀장은 투자실력이 정체되는 느낌을 계속 받았고 미국 유학을 결정했다. 미국에서 MBA 과정을 밟으며 자산운용사에서 1년 반 동안 인턴십도 경험했다.

송 팀장은 “여기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내가 기술적인 측면에 치우쳐 기업을 보던 관점이 송두리째 날아가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투자 인생 2막: 주식·재무제표의 근간인 기업을 입체적으로 보다

그때 엑셀과 숫자 너머의 기업을 보지 못했던 그의 투자 인생 1막이 내리고, 주식과 재무제표의 근간인 기업을 입체적으로 보는 투자 인생 2막이 시작된 것이다.

그는 초보 투자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현명한 초보 투자자의 주식 공부’라는 책을 썼다. 또 크리스토퍼 메이어의 ‘100배 주식’이란 책을 번역하기도 했다. 이 책의 주제는 ‘좋은 주식을 사서 장기 보유하자’인데, 그의 투자블로그 철학과 일맥상통한다고 한다. 그러나 번역은 너무 힘든 작업이라서 다시 하고 싶지는 않다는 게 그의 솔직한 속마음이다. 좋은 내용을 다른 투자자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만으로 완성한, 그의 고생이 고스란히 묻어난 책인 것이다.

“Price For Everything”

그는 초보 투자자들과 실패를 경험한 투자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Price For Everything.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고 싶다면 상응하는 대가가 있어야 한다.”

송 팀장은 “상대적으로 편하게 수익을 내고 싶다면 자산 관리자를 고용해 적절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본인 스스로 치열하게 공부하고 노력해 좋은 투자처를 발견하고 수익화 전까지 수많은 감정적 노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투자는 절대 불로소득이 아니다”며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본인이 노력한 만큼 성과를 주는 것이 투자”라고 덧붙였다.

 

일반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오늘도 만원 지하철을 타고 여의도로 출근하는 송선재 팀장. 퇴근하면 여느 아빠들처럼 아들과 게임도 한다. 이처럼 평범하고 단순한 일과를 살지만 그 하나하나가 치열하다는 송 팀장.

투자자로 산다는 것은 늘 생각하고 분석하며 판단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프로필>

*학력: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미국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MBA 졸업, 건국대학교 부동산 대학원 졸업

*경력: CJ투자증권, 미국 Teton Capital Partners, 하나금융투자 등에서 애널리스트 경력 18년, 매일경제신문·한국경제신문 등에서 주관하는 Best Analyst 1위 다수 선정, MBC·KBS 팟캐스트 '신과함께' 등에 전문가로 다수 출연, 블로그 '와이민, 투자자로서의 삶' 운영

*책: '현명한 초보 투자자의 주식 공부' 저자, '100배 주식' 번역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