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7000억원대의 투자사기로 지난해 12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의 파산심문이 한 차례 더 열린다. 

10일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VIK의 파산선고 여부를 결정하는 재판부가 9일 열렸던 심문기일을 종결하지 못하고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VIK의 두 번째 파산심문은 오는 16일 오전 10시 30분에 서울회생법원 심문실에서 열린다. 파산의 심문기일은 재판부가 파산을 신청한 채권자나 채무자 기업을 상대로 회사의 현황을 질의하는 절차다. 주요심문 대상은 회사의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고 있는지와 부채를 상환할 여력이 있는 지다. 파산선고 결정을 하기 위한 질의다.  

재판부가 심문기일을 거듭 개최한 데에는 방대한 양의 자료가 제출됐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재판부가 VIK를 파산선고 해도 될 지 자료 검토에 시간이 필요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VIK의 이번 파산신청은 투자피해자들로 구성된 채권자 40명의 신청으로 진행됐다. 채무자 회사가 파산을 신청한 것과 달리 채권자 파산신청은 채권자들이 회사의 자산과 부채상황을 법원에 소명해야 한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8년 12월 31일 기준 VIK의 부채는 6650억원이고 유동자산은 5868억원이다. 

재판부가 파산을 선고해야 VIK의 투자 피해자들에 대한 배분절차를 논할 수 있다. 심문이 끝난 뒤 파산선고를 예상했던 투자피해자들은 법원의 판단을 더 기다려야 할 상황이 됐다. 

회사가 파산신청으로 피소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투자 피해자들은 서울회생법원에 수십 건의 탄원서와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앞서 피해자들은 VIK 측이 파산을 신청한 사실을 뒤 늦게 고지해 투자피해자 들 사이에 논란이 됐다. 파산신청으로 피소된 VIK 측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VIK 측은 지난 5일 입장문을 통해 "일부 투자자가 당사 파산신청을 청구했다"며 "1200억원 상당의 압류로 인해 엑싯(출구전략)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타운미팅을 통해 피해회복 방안을 도출하려고 했으나 코로나의 영향으로 미팅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는 "현재 제기된 파산 청구는 대다수 투자자 분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할 수 없지만 압류, 강제매각, 배당기일 도래 등 시급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투자자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파산선고라는 의견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며 "당사는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라면 파산을 포함해 그 어떤 대안이라도 겸허히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산법조계는 회사가 채권자들이 신청한 파산절차의 기회를 이용해 집단적 환가절차를 밟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파산법조계 한 변호사는 "VIK 측이 채권자들의 동시 다발적인 압류를 해결하려면 오랜 기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회사가 임의로 피해자들에 대해 배상을 한다면 다른 피해자들 사이에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채무자회생법에 따르면 재판부가 회사에 대해 파산을 선고하면 파산관재인을 파견, 파산관재인은 회사의 압류를 모두 해제하고 회사의 재산을 현금으로 환가해 채권자들에게 나눠 줄 수 있다. 

재판부의 파산선고가 조속히 내려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파산이 선고돼야 VIK 측의 자산을 법원이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생법원은 가해자인 VIK 이철 대표가 이미 대법원에서 징역 12년이 확정되고 피해상황이 명확해진 만큼 사안의 중대성을 잘 알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회생법원 김영석 공보판사는 "VIK에 대한 파산선고는 재판부가 결정 할 사안"이라면서도 "최근 VIK와 관련된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는 등 채무자 회사에 대해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재판부가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해 VIK에 대해 파산선고를 할 수 있는 자료가 확보되면 곧 선고 여부에 대한 결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이철 대표 등은 지난 2011년 9월부터 4년간 금융당국의 인가 없이 투자자 3만여명으로부터 투자금 7039억원을 모았다. 설립 당시 금융당국 인가를 받기에 자본금이 모자랐던 VIK는 ‘부문장-본부장-지점장-수석팀장-팀장’으로 이어지는 피라미드식 조직을 꾸렸다. 

이후 이들은 ‘사모펀드를 운용해 연 20% 수익을 지급하겠다’, ‘비상장 주식, 부동산 개발사업 등에 투자해 고수익을 지급한다’ 등의 말로 투자자들을 현혹해 투자금을 유치, 손실을 발생시켜 김성훈의 IDS홀딩스에 이어 제2의 조희팔 사건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