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유성엽 민생당 공동대표 등 여야 4당 대표를 만나 코로나19 사태를 논의했다.

문 대통령이 여야 대표 회담을 청와대가 아닌 국회에서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정도로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민 안전과 경제 모두 아주 비상하고 엄중한 상황”이라면서 “범국가적 대응을 위한 국회의 협력이 첫발을 잘 뗀 만큼 협력의 강도와 속도를 높여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추경 논의 속도 붙는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협력'은 바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국회를 찾아 여야 대표를 만난 이유도, 사실상 조속한 추경 편성에 대한 의지가 컸기 때문이다.

물론 추경이 처음부터 중요한 이슈는 아니었다.

당초 야당은 물론 여당도 코로나19 사태 초기까지는 추경에 대한 의지가 약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특히 여당 입장에서 올해도 추경을 편성할 경우 집권 내내 추경에 의존하는 분위기를 연출하기 때문에 특히 조심스러웠다.

상황은 대구 경북을 중심으로 확진자들이 대거 발생하며 달라졌다. 신천지를 중심으로 감염증세가 폭증하는 한편, 현지 골목상권은 물론 제조업 현장이 직격탄을 맞아 휘청이자 단숨에 추경 논의가 부상하기 시작했다.

4.15 총선을 앞 둔 여당이 선제적으로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본회의에서 국회 차원의 코로나 대책특위를 구성해 비상한 지원방안 마련에 착수하겠다”면서 “정부가 빨리 추경을 보고하고 국회는 심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도 2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정부는 현 상황을 비상경제시국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사태의 파급 영향 최소화와 조기 극복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추경을 공식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정부는 비상한 경제시국에 대한 처방도 특단으로 내야한다”면서 “예비비를 신속하게 활용하는 것에 더해 필요하다면 국회의 협조를 얻어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것도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나아가 “중국 일본 싱가폴 대만 등 많은 나라들이 대외지원과 경제적 충격 완화를 위한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면서 “정부는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즉각 행동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추경 논의가 본격화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25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고위당정청 협의회를 열어 추경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후 국회도 정상가동되며 보폭을 맞추기 시작했다. 26일 본회의를 열어 코로나 3법(검역법·의료법·감염병 예방·관리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한편 특위 구성을 본격화하며 추경 편성에 대한 가능성 타진에도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28일 여야 대표와 만나 또 다시 추경의 필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사실상 추경을 위한 모든 무대는 갖춰졌다는 평가다.

2단계 16조원 플러스 알파, 3단계 추경

코로나19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는 가운데 정부는 긴급자금을 투입, 최악의 상황을 막는다는 방침이다. 그 연장선에서 추경을 포함해 강력한 총력전에 나서는 분위기다.

추경이 포함된 정부의 기본적인 경기부양책은 28일 발표된 상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파급영향 최소화와 조기 극복을 위한 민생·경제 종합대책' 브리핑을 통해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방역지원과 함께 그동안 1단계 긴급대응으로 세정, 금융, 부품수급,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관광과 항공 ·해운, 지역경제, 수출 등 업종별 ·분야별 긴급대책을 순차적으로 발표하여 총 4조원 규모의 대책을 시행해 오고 있다”면서 “2단계 대응은 지역사회 감염 확산 등인 사태 악화가 민생 경제에 미치는 어려움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경제 비상시국이라는 인식하에 약 16조원 규모에 이르는 추가적인 특단의 대책들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1단계가 신속한 예비비 집행이라면 2단계는 16조원의 자금을 들여 적극적인 경기부양을 시도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나아가 3단계는 추경이며, 이후로도 지속적인 단계별 경기부양을 시도하겠다는 전략이다.

16조원이 투입되는 2단계 경기부양책에는 긴급자금수혈 및 소상공인 및 임차인 지원, 내수경기강화를 위한 투자 등이 포함되어 있다. 다만 중요한 대목은 3단계, 추경에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2단계까지는 즉각적인 대응으로 볼 수 있지만, 추경의 경우 방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코로나19와의 본격적인 장기전을 준비하기 위한 핵심 무기이기 때문이다.

2월 28일 문 대통령이 직접 국회를 찾아 여야 대표를 설득했도, 여당은 물론 야당도 원론적으로 추경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추경 편성 및 국회 통과는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늦어도 차주 정부의 추경안이 국회에 보고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 사진=임형택 기자

다만 추경을 위해 적자 국채발행을 감수해야 하는 등 출혈이 만만치 않다는 점은 변수다. 실제로 홍 부총리는 "동원할 수 있는 잉여금을 최대한 활용하고 그래도 부족하다면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면서 "정부는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경기가 회복돼 세입이 정상적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2단계까지 이어지는 경기부양책이 최소한의 성과를 거둬야 추경의 당위성도 설득력을 얻기 때문에, 16조원의 자금이 투입되는 2단계 경기부양책의 행보가 특히 중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추경의 규모에 대해서도 시선이 집중된다. 정부는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감염병 검역, 진단, 치료 등 지원과 함께 이와 같은 방역체계를 강화하고 고도화하는 분야에 사업을 집중하며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피해 극복 및 회복 지원에 추가적인 지원사업을 찾는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메르스 사태와 비교해 지금의 코로나19를 더 위중한 사태로 보고, 메르스 사태 이상의 추경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홍 부총리는 “(코로나19 추경은) 세출예산 기준으로 2015년 메르스 사태 추경예산 세출규모 6조2000억 원 규모보다 적지 않은 수준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예비비 집행, 16조원의 경기부양책 시도, 추경 단행으로도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극복하기 어렵다면 긴급재정명령권도 고려해야 한다는 말도 여당 일각에서 나온다.

긴급재정명령권은 헌법 제 76조에 명시된 대통령의 권한으로 국가에 천재지변이나 중대한 재정 및 경제상의 위기가 닥쳤을 때 국회의 소집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전제로 대통령이 발할 수 있는 법률적 효력이 있는 명령이다. 사후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그 만큼 전격적이고 파격적인 수단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태가 심상치않게 돌아가면 긴급재정명령권을 발동하는 것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추경 이후 다양한 단계별 대응책을 마련하는 선에 집중하고, 명령권 자체를 논의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