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조선해양의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전경. 출처=이코노믹리뷰 이가영기자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심화되면서 국내 산업계 곳곳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특히, 최근 수주가 잇따르면서 살아날 기미를 보이는 조선업계에 찬물을 끼얹는 모양새다. 물동량 하락으로 인한 선가 하락과 블록(조선 반제품) 수급난 등이 우려된다.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상반기 발주물량은 75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지난해 1월 280만CGT와 비교할 경우 대폭 감소했다. 환경규제 시행 이후 선주들의 관망세 형성된데 따른 것이다. 일각에선 코로나19도 발주물량 감소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보고 있다. 

신조 투자의 선행지표라 볼 수 있는 해운 시장 운임료도 급락했다. 현재 중국 산둥성 주요 항만에서 인천으로 오가는 해운 운임료는 1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당 100달러를 밑돌고 있다. 

신조 발주가 잇따르며 살아날 것 같았던 조선업계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기미를 보이면서 고민에 빠졌다. 조선업계 특성상 선박을 수주해 인도하기까지 적어도 2년여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질병보다는 시황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이에 업계에서는 애초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그러나 좀처럼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조선업계는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국내 조선사가 밀집해 있는 울산과 거제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선사들은 감염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조선3사(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는 회사 차원에서 대응팀을 꾸리는가 하면 발열 체크, 마스크 착용 의무화, 출장 금지, 방역 조치 등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동집약적인 조선업의 특성상 감염자가 1명이라도 나타나면 사업장이 폐쇄될 수 있어서다. 제때 납기가 중요한 조선업은 사업장 폐쇄로 생산이 늦어지면 직격타를 맞게 된다. 

여기에 해상 물동량과 해운운임 하락이 겹치면서 선주들이 선박 발주를 줄일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해운물동량이 줄면서 해운업계는 직격타를 맞았다. 글로벌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는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주요 선종별 물동량 증가율을 0.2~3.4%포인트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이는 선박 발주 감소 등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실제 지난해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 등으로 글로벌 경제가 부진하면서 전 세계 선박 발주 물량은 2529만 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로 2018년의 88.4% 수준에 그쳤다. 

▲ 삼성중공업의 중국 저장성 닝보 블록공장 전경. 출처=삼성중공업

또한 중국 산동성에서 선박 블록을 납품 받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경우 일시적인 경영차질도 예상된다. 이들 조선소는 소폭 차이는 있지만 최대 40%에 달하는 선박 블록을 중국에서 만들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조선사들의 올 하반기 납품이 몰려있는 만큼 사태가 길어지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 춘절 연휴를 9일까지 연장하면서 중국에 법인이 있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중국 블록 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산동성 옌타이시에 불록공장인 ‘대우조선해양산동유한공사’를, 삼성중공업은 저장성 닝보와 산동성 웨이하이에 블록공장인 ‘영파법인’, ‘영성법인’을 각각 두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산동유한공사의 연간 생산능력은 30만톤, 삼성중공업의 영파법인과 영성법인의 연간생산능력은 각각 20만톤, 50만톤에 달한다. 

춘절 연휴가 끝나고 10일부터 조업은 재개됐지만 이들 공장은 재가동과 휴업이 반복되는 등 정상적으로 가동이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포감이 커지면서 외부 인력을 차단하거나, 다른 지역에서 춘절을 보내고 온 직원들이 자가격리되는 등 중국 내 공장 직원들의 출근이 저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선박 건조 일정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국내 조선업계는 수급상황을 점검하는 등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생산 조절을 해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 또한 “건조·공정 과정 등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연구위원은 “선박 수요가 전염병에 좌우되지는 않는 만큼, 장기적으로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코로나19로 인적 교류가 원활하지 않으면서 대형 프로젝트 몇몇이 딜레이되는 느낌은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단기적일뿐 사태가 어느 정도 수습되면 예정된 물량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조선사들의 중국 블록공장 조업 차질과 관련해서는 “이 또한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현재 국내 조선업계가 일감이 넘치는 상황은 아닌데다, 국내 블록업체들이 충분히 대체 가능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