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12.16대책으로 수도권이 서울과 갭메우기에 나서는 동안 지방의 광역시들은 긴 조정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까지 광역시 상승의 주인공이었던 대·대·광(대전, 대구, 광주)은 대전을 제외하고 급격한 상승의 반동으로 계속해서 매매가격 변동률이 떨어지고 있다. 단, 변동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대구의 경우 범어동 등 일부 지역에서 여전히 강세를 보이며 지난해 말에는 전용면적 84㎡이 1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에 이어 대전은 공급 약세와 유성구 등 일부 지역의 부동산 열기가 지속되면서 매매가격 변동률과 전세가격 변동률이 가파르게 유지됐다. 일부 주요단지들은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 출처=한국감정원, 이코노믹리뷰

대구, 규제지역 범어동서 학군發 강세 지속


대구의 매매시장은 12.16 대책 이후에도 올해 1월 20일까지 상승률을 소폭 키워오다가 1월 이후 상승폭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구에서 학군이 좋은 수성구 일대는 투기과열지구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실거래가를 경신했다.

▲ ‘빌리브범어’ 전경. 출처=네이버 거리뷰

특히 대구 수성구는 84㎡기준 매매가격이 10억원을 돌파했다. 현지 업자들은 지난해 1월 입주를 시직한 ‘빌리브범어’와 2009년 입주한 ‘범어SK뷰’ 등이 10억원을 돌파했다고 이야기했다. 빌리브범어는 이미 지난해 10월 84.99㎡ 10억4000만원에 실거래 됐고, 11월에는 동일 면적이 그보다 4000만원 오른 10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범어SK뷰’ 역시 지난 12월 84.99㎡의 실거래가가 9억8500만원에 거래된 이후 올해 1월에는 10억4000만원을 넘었다.

대구의 전반적인 부동산 열기는 지난해보다 확실히 못하지만 범어구 등 학군과 역세권인 지역의 아파트들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부동산 업자들의 주장이다.

범어동의 한 업자는 “범어동은 경신고 등 명문 학군이 형성돼 있고, 학원도 밀집해 있다. ‘범어 동부센트레빌’ 등 입주를 앞둔 아파트도 문의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다른 업자 역시 해당 지역은 대구의 다른 지역과 다르게 학부모 등의 전세수요도 꾸준해 전세가격 역시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의하면 대구시의 전세가격 변동률은 12.16 이후에도 변동없이 상승했다가 최근 다시 둔화된 수준에서 유지중이다.


광주, 조정국면이지만 12.16 영향은 미미


▲ ‘한국아델리움3차’ 전경. 출처=네이버 거리뷰

광주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부진으로 남구 봉선동 등 학군영향으로 가격이 상승한 일부 단지의 호가가 빠지고 있다고 지역 업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남구 봉선동의 ‘쌍용스윗닷홈’은 대형 평수 위주로 가격이 소폭 하락했다. 지난 1월 초 전용 155.63㎡의 매매가격은 11억2500만원을 기록해 지난해 10월 하순 11억5000만원보다 소폭 실거래 가격이 줄었다. 한 중개업자는 “몇년새 해당 지역 몇몇 단지는 워낙 매매가격의 오르내림이 잦았다. 언제부터 하락 국면이라고 하기 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광주 아파트 상승을 이끈 봉선동 일대의 다른 아파트들 역시 가격이 점차적으로 조정되고 있다. 다만 12.16 대책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것이 현지 업자들은 판단이다. 실제 봉선동의 ‘한국아델리움3차’의 84.97㎡ 면적은 지난해 1월 이후 1억6000여만원이 하락했지만, 12.16 이후로는 가격에 큰 변화가 없다. ‘봉선제일풍경채엘리트파크’ 역시 지난해 상승 이후 1억여원 가까이 떨어졌지만 12.16 대책 이후 가격 영향은 오히려 미미하다고 인근 단지 중개업자는 조언했다.


대전, 광역시중 매매·전세 모두 끌어올리며 독주


대전시는 대구와 광주가 조정을 겪는 것과 달리 계속해서 가격을 상승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매매 변동률은 등락을 거듭했지만 상승폭이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다시 실거래 가격을 키우고 있다. 특히 한국감정원 기준 매매변동률 폭이 다시 상승하던 올해 1월 20일 무렵에는 기존 상승지역뿐만 아니라 상승률이 낮던 지역으로까지 상승세가 번지기도 했다. 전세가격 역시 학군이 형성된 지역에서 강세를 유지하며 매매가격 변동률과 유사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 ‘도룡SK뷰’ 전경. 출처=네이버 거리뷰

KB부동산 리브온(Liiv ON)이 지난달 17일 발표한 주간 KB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대전은 수원 영통구(0.69%)보다 더욱 높은 상승률을 서구(1.06%)에서 기록했다. 특히 상승률이 낮던 대덕구 일대의 상승률도 국지적으로 동반 상승하기도 했다.

학군과 교통망을 두루 갖춘 대전 중심 지역의 아파트들은 호가는 물론 실거래가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대전 서구 둔산동의 ‘크로바 아파트’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규제 정책 등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매매가격을 상승시켰다. 11월 101.79㎡ 면적의 매매가격은 8억8000만원에서 9억4000만원 선에서 거래됐다가 12월에는 9억7000만원까지 실거래 가격이 상승했다. 올해 2월에는 해당 전용면적의 가격이 10억원을 돌파해 10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유성구 도룡동의 ‘도룡SK뷰’는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월 이후 다시 매매변동률이 상승하던 지난 달 16일 평형당 가격에서 3.3㎡당 2555만원으로 1위를 기록한 단지다. 지역 업자들에 의하면 크로바와 함께 대전에서는 대장주라고 할 수 있는 아파트다. 올해 2월 84.99㎡의 실거래 가격이 10억원을 넘어선 10억5000만원을 기록해 지난해 11월 같은 평형이 실거래가격인 9억8000만원보다 7000만원 가량 상승했다.


“대구·광주는 보합 이어가고 대전은 강세 유지할 듯”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대대광의 시장 흐름에 12.16 대책의 영향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그보다는 시장 자체의 수요와 특징 때문에 대전과 대구, 광주 사이의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권 팀장은 “광주, 대구 등은 규제 등이 거론될 정도로 일부 지역이 많이 상승했다. 오른 기간도 짧지 않기 때문에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도와 ‘상투’를 잡은 것이 아닌가에 대한 부담 등이 겹쳐진 것이 시장의 전반적 둔화로 이어졌다”고 답했다.

▲ 출처=한국감정원, 이코노믹리뷰

다만 권 팀장은 어떤 악재가 없는한 큰 폭의 가격하락이나 조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지적으로 개발이 진행 중이거나 호재가 있는 지역도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급락 등은 없을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권 팀장은 “대구의 경우 올해 분양물량이 많고 코로나 등 악재로 분양 일정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매매가 등은 보합이나 소폭 상승 정도의 흐름으로 계속 갈 수 있다. 상승이 둔화된 상황이라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시장은 조심스런 행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광주 시장에 대해서는 “광주는 한동안 공급이 많았다. 분양 물량은 시장이 소화했지만 분양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당분간은 큰 변동 없이 ‘조용한’ 매매나 전세시장이 유지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반면 대전이 강세를 이어가는 점에 대해서 권 팀장은 우선 규제가 없다는 지역이라는 점을 꼽았다. 실제 대전은 이번에 2.20 대책에서 지정된 수원이나 의왕 등 만큼이나 상승을 확산했지만 규제에서 계속 벗어나면서 상승을 확대해 왔다.

권 팀장은 대전이 상승세를 지속하는 다른 이유로 “세종시로 인한 분양이 줄어들면서 대전에 수요가 다시 돌아온 상황이고, 도안신도시 등의 특수 사례를 빼면 대전이 전체 광역시와 비교해도 공급이 많은 시장이 아니다. 올해도 이런 기조는 이어질 것이고 따라서 부동산 강세도 당분간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