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의 제3자 시장에서 구매한 불량 상품에 대한 소비자 피해 사건이 필라델피아 제3 순회 항소법원에서 열리고 있다.    출처= CNN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펜실베이니아주 윌리엄스포트(Williamsport)의 데이비드 윌크 변호사가 아마존을 고소하겠다는 한 여성의 전화를 받았을 때, 그는 그것이 자신의 변호사 경력에서 가장 주목 받는 사건이 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내 평생 이런 사건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입니다"

‘오베르도프 대 아마존’으로 명명된 이 사건에 대한 청문회가 지난 주 필라델피아 제3 순회 항소법원에서 열렸다. 이미 세간의 이목을 받고 있는 이 사건은 아마존이 제3자 시장에서 판매된 상품에 의해 야기된 손해에 대한 책임이 있느냐가 핵심이다. 아마존 웹사이트의 제3자 시장에서는 외부 판매자들이 자신의 상품을 아마존 상품과 함께 판매한다.

이 항소 사건의 결정이 이와 유사한 수 많은 다른 사건들에게는 물론, 향후 아마존의 사업 운영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CNN이 최근 보도했다.

5년 전 윌크 변호사의 고객인 헤더 오베르도프는 (결함이 있는) 개 목걸이가 갑자기 끊어져 목걸이 끈이 뒤로 감기면서 그녀의 얼굴과 안경을 때리는 사고를 당해 한 쪽 눈을 실명했다. 그녀는 아마존 웹사이트에서 퓨리 갱(Furry Gang)이라는 제3자 판매자로부터 그 개 목걸이를 샀는데, 사고가 난 후 수소문을 해 보았지만 그녀도 아마존도 이 업체를 찾을 수 없었다.

아마존의 2018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 웹사이트 매출의 58%는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하는 수백만 명의 제3자 판매자들로부터 발생했다. 미국 법원은 그 동안 아마존을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간주하고, 아마존이 이러한 제3자 판매와 관련된 결함이나 지적 재산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법원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원고들은 아마존이 아닌 제3자 판매자에게 직접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판결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베르도프 대 아마존’의 항소심 판결은 이전의 판결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2019년 패널에 있는 세 명의 판사 중 두 명은, 펜실베이니아주 법에 따라 오베르도프를 다치게 한 개 목걸이의 판매자로서 아마존이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것이다.

법원은 아마존이 오베르도프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유일한 당사자인지, 회사가 책임지도록 한 것이 향후 다른 재판에서 기업들이 안전 규칙을 준수하게 하는 자극이 될 것인지, 그리고 기업들이 제3자 판매자와 계약을 체결하는 법률 용어의 진정한 의미 등 여러 가지 요인을 참작해, 아마존이 이러한 모든 요인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결정했다.

법원은 "아마존이 제3자 제품의 디자인과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아마존은 제3자 판매자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3 순회 항소법원은 아마존이 항소심 최종 판결 전에 그 결정을 재검토해 달라는 요청을 승인했는데, 이는 어떤 결정이든 이번 판결이 영구적인 의미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법원이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다.

▲ ‘오베르도프 대 아마존’ 사건의 담당 변호사 데이빌드 윌크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법원이 따라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출처= Nestia

아마존은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지만, 과거에 "아마존은 제3자 시장에서 ‘판매자’가 아니라 다른 판매자들에게 시장만 제공하는 것뿐이며, 소비자가 그들이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면 아마존이 아닌 제3자로부터 직접 구매하는 것"이라는 웹사이트의 ‘이용 조건’의 문구를 반복해 주장해 왔다. 이 문구는 다음과 같다.

"아마존은 이 모든 제3자와 다른 제3자의 행동, 제품 및 내용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아마존은 또 온라인 플랫폼을 제3 판매자가 제공하는 정보의 게시자로 취급할 수 없다는 통신품위법(Communications Decency Act)에 의해 의 ‘이용 조건’의 게시 문구가 보호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브루클린 로스쿨의 동료 교수인 에드워드 장거와 함께 오베르도프 사건에 대해 상세한 글을 쓴 바 있는 애런 트워스키 교수는 "항소법원이 아마존에 반대되는 판결을 내릴 경우 전국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워스키 교수는 비록 이 사건이 펜실베이니아법에 의해 제기되었지만, 아마존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례가 나온다 하더라도 잠시 동안은 몇 개 주만 이를 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포레스터(Forrester)의 수카리타 코달리 부사장 겸 애널리스트는 “아마존이 제3자 판매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될 경우 아마존의 시장 운영 방식은 크게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아마존 웹사이트는 수 많은 제품 카테고리에서 제3자 판매자가 제품을 올리기 위해 아마존의 승인을 얻도록 요구하지 않고 있다.

“그렇게 되면 아마존은 제3자 판매자와 그들의 제품에 대해 보다 엄격한 조사를 요구할 것입니다. 사실 아마존은 오래 전부터 그렇게 했어야만 합니다. 물론 그렇게 하면 제3자 판매자의 수는 줄어들겠지만, 과연 제3자 판매자의 수가 200만개나 필요할까요? 불량 상품 판매자가 없어져도 서운해 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설령 제3자 판매자의 수가 줄어든다 하더라도 아마존이 여러 개의 수익원을 가지고 있어서 아마존의 전반적인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코달리 부사장은 지적한다.

이 사건을 맡고 있는 윌크 변호사의 생각은 단순하다.

“판결의 핵심은 전자상거래가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어떻게 기능해야 하는가에 관한 것입니다.   아마존이 자신의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상품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법원이 따라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